인사 없는 사회

  • 등록 2026.02.04 16: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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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필자가 어린 시절(초등학교~고등학교)에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 살았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동네 분위기와 똑같았습니다. 촘촘히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골목길, 그 골목길 안에 다양한 색깔의 철대문들, 그리고 각 집 담벼락 앞에 있는 쓰레기통 옆에 다 타서 내버려진 연탄들... 지금 떠올려보면 정감 어린 추억의 장면입니다.

 

학교를 갈 때에, 그리고 방과 후에 집에 올 때에도 항상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지냈습니다. 그러면 골목길에서 어른들을 마주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다른 친구들 보다 먼저 한걸음에 달려가서 그분들에게 “안녕하세요”하고 크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른들께서는 “아이구 그 녀석 인사성도 밝네”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칭찬을 해주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 정말 더욱 열심히 인사를 했습니다. 물론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은 기본이었구요.

 

그 습관이 지금 환갑이 된 나이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과병원에 방문한 환자 아이들이나 보호자분들께는 물론이고, 건물의 청소 주임님, 경비 주임님들에게도 출퇴근하면서 마주칠 때마다 밝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면 그분들도 힘든 표정으로 일하고 계시다가도 밝은 표정으로 바뀌시면서 답 인사를 하십니다.

 

제가 환자, 보호자분들에게 하는 치과 안에서의 인사는 더 열심입니다. 제가 분당에 개원 후 약 1년 정도 되었을 때 치과의사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옆 테이블에서 식사중이신 학교 10년 정도 선배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잠시 우리들과 합석을 하셔서 치과개원 선배님으로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중 “나는 다른 치과의사분들에 비해서 특별히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전문적인 수련도 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개원해서 지금까지 환자분들께서 많이 찾아와주시고 소개도 해주셔서 감사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어쩌면 그 이유가 환자분들께서 귀가하실 때마다 항상 데스크까지 나가서 눈 맞추고 배웅인사를 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매우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부터 그 선배님과 똑같이 인사를 시작했고, 그렇게 해온지가 벌써 30년이 되어갑니다. 다른 환자 아이 진료 중에도 이전 환자가 마무리 되어서 귀가한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으면 치료하던 아이 잠시 입 헹구고 쉬도록 한 후에 나가서 인사를 할 정도입니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을 배웅할 할 때 방에 있으면서 나가보지도 않고 잘 가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평소 인사에 있어서 안타까운 것은 일상에서 모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인사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십중팔구는 같은 아파트 주민일테니 인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데 요즘 우리사회는 모르는 사람에게 살갑게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경계의 대상이 된다고 해서 주위에서 만류를 합니다. 멀뚱멀뚱 엘리베이터 벽만 쳐다보면서 서로 어색하게 있는 그 분위기가 참 그렇습니다. 미국 시카고에 유학했던 시절 때가 떠오르는데, 그 곳에서는 진정성은 없고 형식적인지는 몰라도 엘리베이터에서건, 건물 복도에서건, 마트에서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건 “Hi~”라고 하면서 웃으면서 인사를 해오는 것이 너무 좋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사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나누어지는 밝은 긍정의 에너지는 나와 상대방과, 나아가서는 온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노래한 조동화 님의 시처럼 저는 오늘도 ‘인사 전도사’가 되어서 만나는 분들마다 인사를 드리면서 하루하루를 밝고 즐겁게 살아가려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승준 드림분당예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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