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회장단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뛰었던 4명의 후보 가운데 김민겸 후보가 회원들로부터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아 제34대 협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두 달 후 정식 출범할 새 집행부는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냐’는 회원들의 볼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진정한 회원들의 보호자’로 거듭나도록 이끌어 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선거들과 다른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선거 과정 전반의 분위기였다. 과거 협회 선거에서는 때로 과열된 경쟁 속에서 상대를 향한 공격이나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치과계 내부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동안 염원해 왔던 ‘깨끗한 선거’가 드디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출마 선언 시점이 선거일을 두 달여 앞둔 시점으로 다소 늦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과열 경쟁으로 치닫기보다는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는 데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정책 중심의 경쟁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한 발 가까워진 모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 후보의 정견 발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드러난다. 세부적인 접근 방식과 정책 수단은 서로 달랐지만, 치과계가 직면한 주요 과제에 대한 인식 자체는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었다. 불법 덤핑 치과 문제, 보조 인력난, 치과의사 수급 문제, 협회의 신뢰 회복과 투명성 강화 등은 어느 후보도 피해갈 수 없는 핵심 현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곧 현재 치과계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협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가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책의 해법은 다를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공유되고 있다는 점에서 치과계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네 명의 후보 모두 오랜 시간 치과계의 현장을 지켜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각자의 경력과 경험, 정책적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치과계의 발전을 고민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어느 후보가 선택되었더라도 협회를 이끌어갈 최소한의 자격과 책임 의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이다. 투표가 끝나는 순간 경쟁의 의미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협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책임뿐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정책과 공약을 현실적인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동시에 선거 기간 동안 제시된 다양한 정책 제안들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거는 후보 간 경쟁의 과정이지만, 정책 자체는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라면 그것이 어느 캠프에서 제시되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협회의 운영은 승패의 논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의 리더십 역시 중요하다. 승리한 측은 겸손해야 하며, 아쉽게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 또한 협회를 위해 역할을 이어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새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는 감정의 골을 최소화하고 치과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내부의 분열이 길어질수록 치과계 전체가 잃게 되는 정책적 영향력과 사회적 신뢰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개원 환경의 어려움, 불법 의료 광고와 덤핑 경쟁, 보조 인력 부족과 같은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제기되어 온 과제들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신속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새 집행부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지금 치과계의 수많은 회원들이 협회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회원들이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수사나 반복되는 약속이 아니다.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움직이며, 결과로 신뢰를 쌓아가는 협회다.
이번 선거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 경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새 집행부는 그 기대를 성과로 증명해야 할 차례다.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을 축하한다. 그러나 축하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치과계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의 선언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제 치과계는 말이 아니라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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