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자본 없이는 개원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대형 치과’ 오픈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도한 초기 투자가 일부 치과들의 잇따른 ‘도산’을 부르면서 치과 의료기관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에는 전국에서 치과의원 693곳이 폐업신고를 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05년 607곳에 비하면 14.2%가 증가한 것으로 1년 새 86곳이나 폐업기관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2007년의 경우 6월까지 426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나 사상 최대의 ‘폐업 러시’가 우려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은행권의 의사 대출시장 규모는 꾸준히 늘어 4조5천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폐업을 하는 동안 또 다른 한편에선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원하는 의사들과 은행돈을 빌려 리모델링하는 의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제 치과 개원시 초호화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고가 레이저 기기, CT 등을 구비하는 것이 필수처럼 인식되면서 5억에서 10억대가 훌쩍 넘는 금액이 순수 개원비용만으로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문제는 다음부터다.
개원하느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 부담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인데 건물 임대료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직원 인건비까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아 잠도 잘 안 온다.
개원을 준비할 때 앞섰던 의욕 만큼 환자가 와주면 좋겠지만 며칠째 임플랜트 환자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으니 한숨만 절로 난다.
보험진료만으론 어림도 없고 치과를 개원하는데 들어간 경비며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용을 감당해 내려면 임플랜트 신환이 필요하다. 이쯤하면 본격적으로 병원 홍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이에 일부 치과에선 광고비로만 매달 3천만원에서 5천만원까지도 쏟아 붓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홍보 효과도 ‘옛말’.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홍보전에 뛰어들다보니 투자대비 광고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대출이자, 임대료, 인건비, 세금, 홍보비까지 고정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반해 지출 대비 수입은 마이너스가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극단적인 경우 ‘치과 도산’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 컨설팅 업체 등 개원가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치과를 개원 했다가 병원이 망하자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 중국으로 나간 경우가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P 원장의 경우 병원 투자를 위해 친구와 친인척들로부터 큰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해 경제사범으로 구속돼 ‘실형’까지 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L 원장은 경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갑작스레 ‘돌연사’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심지어 대형 치과를 개원 했다가 병원이 망하자 할 수 없이 변두리로 자리 옮겼던 서울의 K 원장은 얼마 후 ‘자살’이라는 극단을 선택했다.
공동 투자로 대형 치과를 개원했다가 개원한지 2년여 만에 폐업 후 다른 치과에서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H 원장은 그나마 이들에 비하면 다행스런 경우다.
지방의 한 보험 청구직원은 “치과 의료시장이 워낙 치열해 지다보니 최근에는 소규모로 치과를 개원하고 있던 나이든 원장들이 경영에 대한 마인드는 없이 의욕만 가지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확장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고 했다.
그는 “잘 아는 60대 M 원장은 병원 폐업 후 사람들 이목도 있고, 젊은 원장 밑에서 페이닥터를 하기도 민망해 결국 아는 사람도 없고 개원비용도 저렴한 지방의 소도시로 내려가 조그맣게 치과를 개원했다”며 “단지 주변 이목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지 최근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