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0)당신은 행복하십니까?/박일윤

  • 등록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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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조건으로 세 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 첫 번째 할 일이 있고, 두 번째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는 희망을 품을 것이 있다면 당신은 지금 행복하다.-

 

물론 행복의 조건을 들라면 개개인 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불혹을 훌쩍 지나 지천명의 입구에 다다른 나에게 칸트의 행복 조건을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치과 안팎으로 저는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능력은 없지만 치과 안에서의 시간 보다 더 즐거움이 있는 자리가 많아서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게 된다.


나의 아내의 말을 빌자면 문턱이 닳도록 밤낮으로 돌아다닌다고 하니 바쁘게 사는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나의 가족들은 하루 생활의 2/3이상이 밖에서 이루어지는 가장의 역할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것 같지만 남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마음 놓고 이런저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지만 따분하기도 한 것 같다. 반경 5~6센티 정도 되는 구멍 안을 들여다보면서 이것저것 시술한다는 것부터 시야를 좁게 만들고 몸의 행동반경도 좁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쌓인 스트레스를 가끔 친구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틈나는 대로 운동도 하고 여유가 있으면 여행도 즐길 것이다. 나는 그 중에도 남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 것이 나중에는 나를 위한 시간이 될 테니까.
두 번째로 행복하게 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가족이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만남과 대화를 나눈 아내와 나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가슴속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소통이 원활하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는 연애라기보다는 친구처럼 7~8년을 지내다가 서로의 이상적인 미래보다는 현실을 택하게 되어 웨딩마치를 울리고 어느덧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동안 부부간의 문제, 자녀들 문제, 양가 부모 형제간의 문제는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서로가 굳게 믿는 사랑이 있었기에 극복하고 살아온 것 같다.


전원생활을 즐기던 때 얻은 큰 딸과 개원해서 모든 신경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정신없이 생긴 작은 아들이 또한 나를 항상 즐거움에 가득하게 한다.


자연 태교에 의해 큰딸은 정서적이고 지적인 면이 앞서서 다방면에 재주가 많아 별 걱정 없이 커주고 있는 것 같고, 아들은 개원해서 정신없이 빚을 갚는데 신경 쓰는 것을 보고 자라온 아이인지라 경제적인 것(돈이 최고라는 생각?)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활하고 있어서 노후가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한술 더 떠서 나중에 치과의사가 돼서 나를 보조의사로 써준다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품을 수 있는 희망은 어쩌면 너무 많아서 지금 하나씩 줄이고 있는 상태다. 내 수명도 모르면서 앞으로의 목표나 희망을 세운다면 우스울 수도 있지만 희망이 수명을 연장해 줄지도 모른다.


희망 이야기를 하니까 40대 초반에 만난 한 선생님 생각이 난다. 커가는 자녀들에게 주말을 알뜰하게 보내고 자연을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된 역사문화탐방프로그램의 강사이신 분의 이야기를 잠깐하고 싶다. 처음 봤을 때가 60대 초반이셨는데 그 때 하시는 말씀이 늙어 가면서 당신은 나이를 5년씩 잘라서 계획하고 사신다고 했다. 10년은 긴 것 같고 1년씩 잡자니 금방 오는 것 같고 해서 5년이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50대 중반에 하던 기업체를 정리하고 취미로 하시던 역사지식을 후학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서 주말이면 버스에 매달려 새벽부터 저녁까지 거의 쉼 없이 삶과 역사의 보따리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여유가 있다면 저렇게 남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슴에 품은 희망을 풀어 헤칠 날이 언제인지는 확실히 말은 못하지만 언젠가 내가 진정 나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그때는 품었던 희망의 보따리를 풀어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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