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친구와 짧게 나마
인생의 목표에 대해 논하고
수필소재를 생각하다 친구와의 대학생 때 1박 2일 여행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였는데 다니는 대학교는 달랐고, 그래서인지 1년에 한번 보기 힘든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평상시처럼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친구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푸념도 늘어놓다가, 친구가 입대를 한달 앞두었다는 진짜 푸념을 늘어놓았다. 군대를 가면 2년 이상 못 보게 될 테니 여행을 함께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얼떨결에 의견이 나왔다.
여행지는 지리산. 우리는 인천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전라도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그래도 서로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좀 무리해서 전날 밤 기차를 타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지리산에서도 백무동이라는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백무동에 도착하니 아침 7시 반. 졸린 눈을 떠가며 그렇게 등산이 시작되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지리산의 가을 계곡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계곡에서 피어오른 시원한 풀내음이 나는 맑은 공기와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그 사이로 보이는 햇살. 줄을 잡고 가야만 하는 약간 험한 코스도 있고 그늘이 져서 시원하게 올라갈 수 있는 코스도 있어 지루하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올라서 점심시간이 되니 광활한 고원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대피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점심도 먹고 쉬고 있었다.
말만 대피소고 등산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땀 흘리며 산을 올라와서 아름다운 풍경에서 먹는 밥이란 정말 꿀맛이었다. 커피도 마시면서 좀 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모두 가고 우리만 남았다.
둘만 버려진 우리는 등산로도 모르고 걱정하며 대피소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오는 산이라서 그런지 쉽게 등산로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지리산의 다양한 풍경을 느껴가며 중간에 누워서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이었다.
어디는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지고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산 중턱을 넘어가면 고목들이 말라 비틀어져 있어 사막과 같이 메마른 곳도 있고, 정말 다양한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지리산이었다.
오후 5시쯤이 되니 대피소가 또 하나 나왔다. 그곳의 풍경은 점심때의 대피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짐을 풀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풀 짐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저녁을 먹으로 갔는데 컵라면이 3000원이었다. 대피소가 해발 1500m이상에 있어서 헬기로 공수에 오기 때문에 비싸다고 했다.
그렇게 대피소에서 별도 보고 행복을 만끽하며 밤을 보냈다. 잘 때는 모두 마루에서 잤는데, 나한테 배당된 공간은 싱글 침대보다 작은 폭이었다. 그렇게 새우잠을 자고, 새벽에 사람들이 일어나는 소리에 우리도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사람들의 뒤를 좇아 정상인 천왕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출은 꼭 봐야하기 때문에 서둘러서 그런지 정상까지 빠르게 올라가서 일출을 기다렸다. 천왕봉은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로 1915m라고 하였다.
일출시간이 되자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동이 트는데 가슴이 설레고 구름위에서 노는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일출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친구와 짧게나마 인생의 목표에 대해서도 논하고 일출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나한테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라고 하면 해외여행보다는 국토 대장정과 이 지리산 여행을 손꼽는다. 1박 2일 동안 이렇게 알차게 전라북도를 느껴보고 친구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 온 것이,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들어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