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흔적과 오사카여행기(하)
정 성 훈
바텍 부산본부센터장
사천왕사
사천왕사는 일본에서 처음 세워진 사찰이라고 한다.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넓은(범어사 경내의 두배는 될 것 같았다) 사찰이 있다는데 놀라웠다.
우리나라처럼 일주문, 사천왕문, 불이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문이 하나 뿐이었다(신사 입구에 있는 문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웅전과 비슷한 건물 중앙에 관세음보살을 모셔놓고 그 앞에 입식 4천왕 조각이 서 있다. 범어사의 사천왕처럼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거나 통도사처럼 애교 있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나라 무덤 앞에 서 있는 문인상이나 무인상과 비슷하였다.
납골묘 인 듯 한 비석이 촘촘히 서 있는 일본식묘지를 찾아가 보았다. 거기에는 지장보살님이 서 있었다. 승려가 뭔가를 외우고 있는데 그 옆에는 불공을 드려달라고 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일본에서는 지장보살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유산이나 사산, 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여기에 와서 불공을 드린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연 30만명이 이렇게 죽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르긴 해도 그 정도 숫자의 생명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인공중절로 인하여 생명의 씨앗이 칼과 가위로 찢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지나친다. 그래도 되는 걸까?
관음전, 미륵전, 지장전에는 접수를 하는 사람이 앉아 있고 불사마다 값이 정해져 있었다. 경전을 외워주는데 얼마, 읽어주는데 얼마, 제를 지내주는데 얼마 등 값이 정해져 있고 신도들은 돈을 건네줌으로써 불사를 이 절에 의뢰한다. 절에서는 신도들의 요청사항을 접수하여 불사를 대신해 준다. 한마디로 용역을 주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거다. 한국에서는 49재 등 절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도가 스스로 알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부처님이나 보살에게 직접 기도를 하거나 절을 올린다. 한국인들은 용역을 주지 않는다. 신도들이 직접 쌀 봉투나 돈을 보시함에 넣고 기도를 드리거나 경전을 읽는다. 그래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
Universal Studios Japan
7월 24일(금) 오전에 Universal Studio를 찾아갔다. 위치가 시내와 가까웠다. 둘러보고 구경하는데 이틀은 걸린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할만 하다. 우선 방문객 숫자에 놀랐다. 시장바닥처럼 사람들이 흐르고 있었다. 미국을 옮겨 놓은 듯 한데 구경거리, 먹고 마시고 쇼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마련해 놓았다. 공연들은 모두 재미와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Jaws, Water world, 쥬라기 공원, Back to the future, 화재(火災) 현장 재현 등을 보았는데 하나같이 가슴이 덜컹 내려앉거나 심지어 어지러워 눈을 감기도 하였다.
天神祭 TENJINMATSURI
7월 24일(금) 밤에 호텔 가까이에 있는 大阪 天滿宮(Tenmangu Shrine)을 찾아 나섰다. 거기로 가는 재래시장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 일본 전통 옷을 입고 게다를 신고 시장을 거닐고 있는데 모두가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시장구경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7월 24~25일 천신제가 열린다고 한다. 천만궁 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듯 한데, 북을 치는 젊은이들, 춤을 연습하고 있는 아가씨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의 한계에 도달해 있는 듯 하였다. 어떤 무녀는 이미 엑스터시에 도달한 듯한 기묘한 춤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이 천신제는 신도 의식으로 진행되는데 오사카를 깨끗이 하고 천신이 오사카를 보호해 달라는 그러한 의식이라 한다. 신사에 모셔져 있는 신을 오사카의 땅과 강을 한 바퀴 도는데 거기에는 전통 무용, 왕실의 의상, 가면, 신을 모신 어차의 움직임 등 일본의 전통 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행사로써 일본의 3대 마쯔리(Festival)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행사에 동원되는 인원이 3000명이나 되고 관람객 수는 1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가면극 전시회,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이 행사는 천신궁에서 주관하나 대판시와 대판관광 Convention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기업과 단체에서도 협조해 준다고 한다. 이 행사를 보게된 것이 이번 일본여행의 최고 수확이 아닌가 싶다.
닫혀있던 마음이 어느덧 나도 모르게 사람들과 동화되어 가는 기분, 그리고 자발적으로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의 유쾌함…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게 해 주었다. 2009년의 일본여행은 이렇게 우리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사해 주었고 가족여행의 의미도 깨닫게 해 주었다. 다음의 여행을 기대해본다. 아직도 이 세상은 보고 느낄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