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사랑과 마우스가드 전도사(상)
제1491번째
8월 어느 일요일. 무더운 여름이었다.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1시간 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승마장. 어제 비가 와서 오늘은 조금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 길을 나섰지만, 역시나 태양은 굉장히 강한 존재인가 보다. 푹 찌는 듯한 햇살 아래, 말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이렇게 더운데, 저들은 얼마나 덥고 힘이 들까?
초록이 무성한 여름. 거의 말라버릴 듯한 건초 사이에도 몇몇 풀들은 어제 흠뻑 내려준 비 덕분인지 약간의 생기가 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갈색의 물결. 내가 저들을 보기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왔다. 넘실대는 갈기를 보노라면 그저 흐뭇하다. 자유를 향한 갈망.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초심자들을 태우거나, 실력자들의 다양한 변화를 원하는 경우의 모든 것을 수용하는 걸 보면, 저들은 인내심이 강한 종족임은 분명하다. 저런 저들을 미워할 자, 누가 있는가? 나도 사람이고 동물을 아끼는 마음이 누구 못지 않아, 이런 날처럼 뙤약볕 아래 달린다면 아무래도 내 애마도 나도 지칠 거 같아 오늘은 승마장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말과는 오랜만에 산책만 하기로 했다.
말이란 아이는 참 신기하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몇 번 예뻐해 주기만 해도 금방 주인을 알아보고 잘 따른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언젠가부터 내가 가면 알아보곤 반가워하는 걸 보면, 정말 사랑스럽고 내 마음이 환해진다. 말이란 동물은 집단적인 동물이라 서로 같이 있는 걸 좋아하고 그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친구가 없으면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따라서 말의 주인은 말을 언제나 복종시키기 보단 친구로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줘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에 오르기 전과 후에 얘기를 걸어주면 그 말이 더 순종하고 그날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준다라는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실제로 매번 그렇게 하니 대부분의 말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내 말과 함께 승마장 주변을 배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것만으로도 땀에 젖은 아이를 씻기곤,(말의 땀은 신기하게도 하얀 색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처음 여기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지금은 승마선수만큼 열정적으로 승마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말을 접했던 때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실제로 나는 우연한 기회에 말에 오르게 되었다. 승마란 부유한 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겼고, 순정만화나 동화에 나오는 공주나 왕자 분위기의 우아한 사람들이 즐겨 하는 귀족스포츠라고 생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승마는 소위 고급스포츠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운동인 스키나 스노보드도 처음엔 마니아들만 하던 운동이었는데, 몇 년 사이 이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스포츠로 변해, 겨울이면 너도 나도 스키장으로 몰려들지 않던가! 그 뿐만 아니라, 실내 스키장에선 여름에도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기도 한다. 한번 알아보면 승마란 운동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대학교에 와서는 윈드서핑과 스노보드 동아리 생활을 했었는데 운이 좋게 단기간에 윈드서핑강사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그 것을 계기로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보자 결심했다. 그 때도 알고 보니 윈드서핑이란 스포츠가 학생들에게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특히 대학생에겐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도 있었다. 여전히 운동을 좋아하지만, 전문 스포츠인이 아닌지라 운동 신경이 많이 둔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ATV (사륜바이크), 자전거, 인라인, 조깅, 수영, 골프에 이르기 까지 많은 스포츠를 했지만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왕복하거나, 저녁엔 조깅을 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호에 계속>
정 유 미
TMK압구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