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3번째
졸업 20주년…추억으로의 여행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유한(有限)한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지나간 시간은 과거가 되고, 지금 이 순간은 현재이며, 다가올 시간들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이다. 우리 인간은 이 시간의 어떤 때에 이르러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꿈꾼다.
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되는 올해 우리 동기들은 지난 시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모임을 가졌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고속도로를 2시간 달려 모교에 도착해 보니, 옛날 우리가 다녔던 교정이 아닌, 대학입구에 반듯하게 들어선 대학과 병원건물 앞에 벌써 몇몇 동기들이 전국에서 도착해 있었다. 10주년 이후 처음 보는 동기, 그리고 졸업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학교 다닐 때의 모습 그대로인 친구도 있었으나, 20년이란 세월 앞에 머리엔 탈모와 하얀 서설(瑞雪)을 이기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모교 방문행사에서는 새로 지은 교사와 병원의 탐방시간이 있었는데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최첨단의 교육시설과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어, 요즈음 학교 다니는 후배들이 무척 부러웠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기념촬영 후 교외로 이동하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백구(白球)를 날리며,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개최된 기념식에서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두 분의 동기에 대한 추념의 시간과 우리 동기인 학장의 환영 인사 등이 이어졌다. 특히 학장이 우리 기수로서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음에 우리 모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참석하신 은사 중 예과 1학년 때 지도교수로서 우리를 재시험과 유급의 공포(?)에 떨게 하셨던 교수님이 반백의 노교수님이 되시어, 이제 당신도 정든 학교를 떠날 날이 2년밖에 남지 않으셨다며, 중년이 된 우리 제자들에게 건강에 유의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할 것을 부탁하실 때에는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녁시간 도중에는 지난 시간의 추억이 담긴 흑백사진과 현재의 일가(一家)를 이룬 동기들의 가족사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추억은 쌓여가는 것인가?
이어진 즐거운 유흥 시간에 ‘젊은 그대’의 음악에 맞춰 기차놀이와 어깨동무로 옛날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은 서로가 하나 되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 더니 함께 동문수학(同門修學)한 동기끼리는 언제 만나도 반갑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변해 가겠지만, 이 날의 기억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토록 남아 있겠지’
이제 또 다가올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시간을 향해 우린 또 나아가야 하겠지. 그땐 정말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게 오늘 하루를 소중히 간직해야겠지.
그리고 보고 싶었는데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 다음 모임엔 꼭 만나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 나누자꾸나. 그리운 P야, K야 다음엔 얼굴 한번 보여주면 안 되겠니….
한 영 진
진주보스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