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67번째) 장맛비 속에

  • 등록 2011.08.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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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속에

  

일요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그칠 줄 모른다.


골프약속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어제 저녁 모임에서 한잔한 것이 축축한 공기와 함께 나른해지는 몸이 여간 찌뿌등 한 것이 아니다.


현관문을 열고 배란다로 나서니 비바람이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마당의 난간을 바라보니 장마철이라 그런지 이끼가 피어있어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오늘은 아무래도 집안 청소를 해야겠다. 빗물받이 홈통을 바케스가 받칠 수 있게 톱으로 자르고 그곳에서 빗물을 받으니 잠간 사이에 물이 넘친다.


조그만 바가지에 락스를 적당히 휘석해서 이끼긴 난간에 뿌리고 솔로 부비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신 빗물로 열심히 닦아내니 수영장에 온 거 같다. 시큼한 냄새와 빗물과 뒤섞인 땀이 온몸을 적신다.


집안에서 설거지를 마친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다가 눈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무슨 생각이 났는지 창문의 방충망을 청소하자는 것이다.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방충망의 물청소는 대단히 효율적이라 해마다 한번쯤 비가내리는 날이면 발코니에 방충망을 뉘어 놓고 비로 슬슬 문질러주면 내리는 빗물에 묶은 먼지가 제거된다.


이어서 장독에 쌓인 먼지, 집 벽면 화강암 벽돌 속에 쌓인 먼지를 빗물로 깨끗이 씻어 내리고 강아지 오줌 냄새가 베인 배란다며 계단을 말끔히 정리했다.


깨끗한 빗물이 쉴틈 없이 물받이 바케스를 넘쳐나고 있었다.


여보! 화장실도 이물로 청소할까?


세탁기에도 빗물을 받아줄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가 물을 채울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을 집안 이곳저곳에 늘어놓고 가득 채우라는 거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 빗속에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홈통에다 바케스를 놓으면 금방 차오르고 물을 부엌뒤 세탁실로 옮기니 김장할 때 쓰이는 커다란 용기들이 여럿 놓여있다.


힘은 들어도 아내가 허드렛 물로 쓸려고 저러는구나 생각하니 고맙다.


오늘 물 값 엄청 벌었다! 빗물을 가득 채운 그릇들을 바라보니 물 부자가 된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도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커다란 드럼통에 받아서 빨래도 하시고 꽃밭에 물도 주시곤 했다. 1950~60년대 서울도 수돗물 사정이 좋지 않아서 우물을 사용 하던 시절이다.


얼마 전 수자원 고갈에 대한 대책으로 독일의 어느 마을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보았다.


역시 빗물을 잘 보관했다가 꽃밭과 채소밭에 주고 작은 연못도 만들어 하늘에서 내려주신 빗물을 소중한 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내용이다.


도시가 현대화 되고 공업화 되니 물 사용량도 예전 보다 늘어나서 현재의 정수방법으로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도시 지면은 모두 포장이 되어서 빗물이 스며들 틈이 없어 하수관으로 아까운 빗물이 넘쳐 때로는 역류 현상을 일으켜 일부지역이 침수되는 것이 장맛철만 되면 흔한 일이다. 그리고 아까운 물은 그저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버리면 그만이다.


서울이란 도시는 자꾸만 팽창되어서 이제는 수도권이라고 한다. 이따금 외곽으로 나들이 가다보면 서울은 도시계획에 실패한 것이라고 한두 번 느끼는 것이 아니다. 도로 가깝게 지워진 아파트며 그곳의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 세워진 방음벽. 답답한 거리에 높디높은 아파트 숲. 도로의 가로수는 봄이 오기 무섭게 몸통이 잘려서 기형적으로 자라서 볼품없어 보인다.


시멘트기둥에 매달린 도시외각으로 나가는 고가도로 역시 멀시 도시외곽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이 방음벽으로 막혀있다.


그래서 내 생각인데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일종의 완충도시를 즉 전원을 살려 논밭과 과수원도 있는 농촌 기능을 살려 두고 그곳에서는 도시 생활에 필요한 야채며 과일, 축산물 등을 재배하여 공급하는 농업 자족도시를 두어 자연과 환경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


빗줄기가 잦아들었나 쉽더니 또 퍼 붙기 시작한다.

이곳저곳 아내가 원하는 곳 청소도 해주고 물을 채워주었더니 이제 아쉬운 것 없다는 식으로 잔소리 한다.


여보! 마루에 물 흘려 놓으면 어떻게 해요. 알았어요, 닦으면 될 거 아냐 이제 다부려 먹었다 이거지요. 할망구야 ! 커피나 한잔 맛있게 타봐….

  

윤양하
한울치과의원 원장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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