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찾고 계신가요? <상>
결혼을 갈구하는 20~30대 선남선녀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로망을 꿈꾼다. 여자는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길 꿈꿀 것이고, 남자는 첫눈에 반할 그런 아름다운 여성이 내 눈앞에 나타나길 꿈꿀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서울의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할 그런 사람이 나타나길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아~ 저기… 하는 순간, 순식간에 미모의 여인은 내 앞을 지나갔고, 내 인연은 아닌가 보다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용기 없는 나를 자책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 속에서 한 청취자의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녀는 30대 초중반의 미모의 여성인 듯 했다. 요지는 이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자신에게 말 걸어오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이젠 아무리 예쁘게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거리를 누벼봐도 남자들의 반응이 없단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 인기가 없어진가 해서 다시 거울을 봐도 여전히 이쁜데, 왜 그럴까 반문했단다. 자신에게 우연한 행복을 안겨주었던 그 많은 남성들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공주병이 지대로 있으셨나보다. 그녀의 결론은 그랬다. 남자들이여, 용기를 가져라. 요즘 아무리 당신들이 아픈 청춘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운 여인은 용기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고, 사실 거리에는 사랑에 목말라 하며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 사연을 들으며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그게 아름다운 여인의 심리라면 내 눈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 그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거절당하더라도 그녀에겐 좋은 추억이라도 선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처음 만난 그녀를 가장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은 바로 남자의 순수한 마음임을 깨달은 것이다. 흑심은 절대 안된다. 그래서 그런 나의 마음을 고이 포장해서 내 가슴 속에 간직하며 나는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동기의 결혼식 차 대구를 다녀오면서, 기차 안에서 친구 녀석과 과거 걔는 저랬고, 얘는 그랬고, 쟤는 괜찮았다는 둥, 이런저런 여자 얘기를 나누다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해 있었다.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전날 과음한 탓에 서로 집에 가서 푹 쉬자며 친구는 지하철로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서울역을 나왔을 때, 오후의 햇살과 쌀쌀한 2월의 기운과 상쾌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버스 도착시간을 보니 아직도 한 10분은 더 기다려야 했기에 별 생각 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저 옆에 내 시선을 멈추게 한 아름다운 여인이 보였다. 그녀는 서서히 내쪽으로 왔고, 버스 도착시간을 본 뒤 나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점점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찌하지? 말을 건네볼까? 아니야. 뭐 이런걸 갖고. 그냥 숱한 이쁜 여자들 중 한명일 뿐이야. 남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어. 아니지, 혹시 모르잖아. 솔로일 수도 있구, 커플이면 어때? 어차피 그녀가 관심 있음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고, 난 그녀를 지금 행복하게 할 수 있잖아~ 가슴이 요동치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숱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정승화
부산대 치전원
예방치과학교실 전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