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육아

2022.05.30 10:04:32

Relay Essay 제2502번째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여 시간 동안 여행을 마음껏 다니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여행하기를 무척 좋아했는데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 시즌에 감사하게도 첫째 아이가 태어났다. 모임이나 회식도 거의 없었던 이 기간을 지나 지금까지도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나의 위치를 지구상의 어딘가로 잠시 이동시켰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여행이라면 육아는 그와는 반대로 나의 위치는 같지만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세상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다.

 

어디론가 떠나지는 않았지만 나의 세상이 바뀌었으니 여행 중인 상태다. 그것도 세상에 없었던 사람이 등장해 인원이 한 명 더 늘어난 놀라운 여행이다. 육아 때문에 직장과 집을 왔다갔다 반복하는 것이 나의 일상의 거의 전부이지만 이것이 신비로운 여행이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내적으로 전보다 더욱 자유로움을 느낀다.

 

 

자유로움은 물리학이 아니라 생화학이다.

신혼여행으로 갔던 세이셸이라는 섬나라가 떠오른다. 에티오피아까지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곳인데 평소에 무척 가보고 싶었다. 실제로 가 보니 정말 놀라운 휴양지였다. 누군가가 엄청난 글 솜씨로 그려놓은 듯한 눈부시게 황홀한 바다와 하늘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비슷하게도 요즘 집에서 하루 종일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딸아이가 나를 닮았음에도 어떻게 이렇게 이쁠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뒤집고 기어 다니다가 일어나서 걷고 뛰는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제 곧 말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물리적인 위치의 변화 없이도 다른 세상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면 그것은 여행이다. 육아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여행임에 틀림없다. 여행이 매 순간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다. 새로운 것이 모두 나와 잘 맞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육아는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근사한 리조트에서의 휴가가 아닌 어느 정도의 고생이 예상되는 고된 수년간의 배낭여행과 닮아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분명히 나를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인도하여 아이와 함께 성장하게 만들 것이고 과거의 나와 부모님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이해를 선물할 것이다.

많은 인생 선배들이 이 시기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붙잡고 다시 느끼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일하느라 바빠서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릴 이 여행의 시간들은 얼마나 소중한 걸까. 이 여행이 나에게 허락됨에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김기영 자연치아아끼기 운동본부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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