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30년, 새로 쓰는 진료 일지

2022.11.09 14:54:51

Relay Essay 제2526번째

“와! 수술이 벌써 끝났나요? 마취한 느낌도 없이 안 아프네요. 역시 소문대로 신세계네요!”

환자의 칭찬 앞에 30년 차 치과의사는 어린아이가 된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이다.

 

치과의사는 내게 천직이다. 나의 적성에 딱 맞는 밝고 희망이 넘치는 즐거운 진료실은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다. 24년 전 치과 원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 나에게는 3가지의 꿈이 있었다.

 

첫 번째는 환자에게 좋은 진료를 베푸는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직원에게 최고의 직장을 만들어주는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이고, 셋째는 학업에 매진하는 꿈나무들에게 형편이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도록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는 것이었다. 이 꿈은 단 하루도 잊지 않고 실천해왔으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내가 깨달은 좋은 치과의사의 시작은 환자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역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안 아프고 안 힘든 진료로 환자가 용기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치과를 만들 수 있을까?

 

최근에 25% 마취 용량만으로 수술과 발치가 가능한 마취법을 개발했다. 마취주입속도를 조절할 때 압력에 의해 생기는 무감각 현상을 응용한 것으로 절반의 앰플로 대기시간 필요없이 수술 등 모든 진료가 가능하다. 개발 당시에는 아무도 믿지 않아 직접 논문까지 썼다. 하지만 요즘은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해본 환자들에 의해 입소문이나서 찾아오는 분이 많다. 환자가 마취의 두려움 없이 가볍게 치료받고 일어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모임이 줄어든 때 여가시간을 활용해 구강 스캐너와 밀링 장비를 도입하여 보철 CAD 디자인을 독학했다. 그 과정에서 깊게 심어진 보철의 스크루를 쉽게 풀 수 있는 롱 다리 스크류를 개발하였고, 스캔바디의 간격이 떨어져 있는 브릿지 케이스를 한 번에 쉽게 스캔할 수 있는 코끼리 스캔바디도 발명해 특허 진행 중이다. “입안에 찰흙을 넣지 않아도 돼요”라고 설명할 때 안도하는 환자 모습을 보면서, 하루 빨리 발명품이 알려져서 더 많은 치과에서 러버로 힘들게 인상 뜨지 않고 편하게 구강 스캐너로 스캔할 수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치과는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되면 떠들썩하다.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놀이터 같은 즐거움을 주기 위한 시간이다. 볼링, 골프, 낚시(모두 장난감) 게임 통해 재미있는 선물과 모바일 쿠폰 상품도 준다. 입사 기념일 이벤트로 풍선도 붙이고 손글씨 응원 메모도 사물함에 붙여준다. 어린이날은 치과용 3D 프린터로 공룡, 피카츄, 자동차 등을 출력해 아이가 있는 직원들에게 선물한다. 매월 말에 하는 월례회에서는 멀리 보고 깨어 있으라는 의미로 기린상을 선정해 귀여운 기린인형을 주며 칭찬하고, 한여름 무더위엔 치과로 온갖 종류의 치킨을 시켜 함께 치맥데이를 즐기며 장기자랑 하는 시간도 갖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즐겁고 행복한 일을 만들어 볼까 상상하는 일은 이제 나의 루틴이다. 사람은 즐거운 기억이 있어야 힘들 때 견뎌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즐거운 노력 덕분인지 20년 장기 근속 직원을 비롯해서 장기근속이 많다. 치과위생사들이 오고 싶어 하는 치과가 된 덕분에 구인난도 없다. 직원들의 애사심 덕분에 매주마다 아이디어가 치과 밴드에 업그레이드 되고 새롭게 개선된다. 좋은 것을 공유하고 어려운 것을 협업하는 화목한 분위기 덕에 치과는 왕따와 질투가 없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ESG다. 이는 환경, 사회기여, 투명경영을 염두에 둔 치과경영이다.

환경을 염두에둔 소모품을 선택하고,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지털 진료 방법을 찾아 선택하는것, 한번에 딱 맞는 보철물 제작도 치과에서 환경에 기여하는 실질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친환경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나의 목표는 사탕수수로 만든 석션팁 제작이다. 치과가 편의점 수보다 많은 시대에 치과 한곳에서 하루에 일회용석션팁 10개를 사용한다 가정하면 하루 18만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생기는 셈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미래 환경에 대해 치과계가 관심 가져야하는 이유이다.

 

내가 실천중인 사회적기여는 인재 양성이다. 포항대학교 치위생과 보존학 강의를 20년 넘게 하고 있다. 치과계의 인재양성에 치과의사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시간을 아껴 열정으로 강의한다. 최근에는 강연료와 특허료를 모아서 복지관과 함께 청년들을 위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지역 비구직니트(NEET) 청년들에게 용기를 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이 외 작년부터 법무부와 함께 청소년 문신제거 사업, 마약 예방 교육자료제작을 진행해왔으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찾아가는 진료봉사도 병행하고 있다.

 

30년간 치과의사로 살아 보니 치과의사가 너무 좋은 직업이고, 우리사회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진료를 하다보면 어려운 시기가 있다 .하지만 상황에 불평하기보다는 위기가 극복과 배움을 통한 도약의 기회라고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치과대학 본과 4학년 수업에 초빙되어 예비치과의사들과 치과 경영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30년 전의 나와 너무나 똑같아 보였다.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고 나를 이끈 말을 해주었다.

“도전에는 실패가 없다 단지 배움만 있을 뿐이다”

 

바쁜 진료중에서도 주위를 한번더 둘러보며 배려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고민을 함께 한다면 치과의사의 위상과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도 최선을 다할 대한민국 치과의사 그리고 멋진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응원한다. 화이팅!!

 

이재윤 신세계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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