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에게

2022.11.28 09:29:00

Relay Essay 제2528번째

그제는 저희 첫째 아들의 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가수가 꿈이라는 둘째가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부모님과 가족들이 모여 다같이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어릴 때는 서로 촛불을 끄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입김이 약해 촛불이 안 꺼져서 도와주기도 하고 초가 짧아질 때까지 몇 번이고 촛불을 여러 번 끄고 싶어서 울기도 했었는데, 스스로 초를 꼽고 촛불을 끄고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함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소원을 무엇을 빌었는지 물어보니 소원은 비밀로 해야 이루어지는 거라며 말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매해 그랬듯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꽤 자랐으니 여자친구나 가지고 싶은 오락기에 대해 빌었을 수도 있고요.

 

다같이 케이크를 나눠 먹고 씻기고 누워 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커서 뭐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아이는 저에게 아빠 엄마처럼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아이가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잘 알고 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얼마전까지는 프로게이머가 꿈이었기 때문에 다소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 엄마가 멋있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줘서 좋다고 합니다. 아이다운 대답에 실소가 나왔지만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제가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아이에게 부족하지 않게는 해주었나 보다 하는 생각에 보람도 느꼈고요. 2대를 이어서 치과의사가 된 자녀를 둔 선배님들도 이런 기쁨과 뿌듯함을 느끼셨겠지요? 물론 자라면서 꿈은 계속해서 바뀌겠지만 남들처럼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고, 그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즐거움이 없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도록 자신의 꿈을 잘 찾아보기를 바라는 소망을 생각하며 팔베개를 해주고 기분 좋은 잠에 들었습니다.

 

저희는 첫째 아이를 조금 어렵게 가졌습니다. 결혼 5년차에 첫째를 임신하였고 3일간의 산통을 하느라 애 엄마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수술을 통해서 출산을 하였고 아이 역시 녹초가 되었기에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아이의 첫 만남은 수술실에서 나오는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꼭 감고 세상에 처음 나와 조금은 두려워 보이는 아주 작은 아기였습니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있는 일주일 동안 하루 한번 면회를 하면서 아무 탈 없이 건강하기만을 하루 종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다행히 건강히 퇴원을 하였고 안아주지 않으면 잠을 잘 들지 않아 애 엄마가 안고 재우느라 돌이 될 때까지는 거의 침대에서 잠을 못 잤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부르는 별명이 미소 천사였는데, 이제는 약간은 무뚝뚝해지고 벌써 할머니 키만큼 큰 아이가 되었습니다. 어릴 땐 이거 저거 가져와서 놀아 달라고 하고 안되는 게 있으면 아빠를 찾았는데 이제는 불러도 대답을 잘 안하고 게임만 하는 걸 보니 곧 사춘기가 오려나 보다 싶습니다.

 

저는 요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동영상을 많이 봅니다. 동생에게 옷을 물려주기 싫어서 작은 옷과 모자를 억지로 입고 쓰는 모습, 처음으로 스스로 세수를 하고 코를 풀던 모습, 처음으로 힘겹게 계단을 오르던 모습, 동요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 보고 있으면 한없이 행복하면서도 다시 저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아쉬움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테니 아쉬움이 없도록 더욱 아낌없이 눈에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 세상을 구석구석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새소리 들리는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별 가득한 밤하늘과 유리처럼 맑은 바다의 파도 치는 소리를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습니다. 교실과 학원을 벗어나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경험 시켜 주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게 원하는 만큼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아빠와 떨어져 지내며 가끔 보면서도 만나면 달려와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그런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럽고 언제까지나 이런 순간이 계속 되었으면 하지만 곧 아이들은 사춘기가 올 것이고,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이 소중한 시기가 올 것이기 때문에, 아기 새들을 떠나 보내는 어미 새처럼 저도 맘에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제 품을 떠났을 때 견딜 수 있도록 그만큼 저도 더 철이 들고 성숙해지고 제 자신의 자아를 돌보며 강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너희들은 내 목숨보다 소중한 유일한 존재들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보다는 진심으로 너희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아빠는 어렸을 때 공부라는 길 밖에 몰라서 학교에서 공부만 했지만 너희들은 더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양한 인생을 겪어 보길 바라. 너도 이제 곧 열살이고 십년 뒤면 성인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십년은 너가 뭘 하면 행복할 지와 뭐가 하고 싶은 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 애기들. 아빠는 항상 너희들 편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 편을 들거야. 겁내지 말고 기죽지 말고. 사랑한다 아들 생일 축하해~.”

이강희 연세해담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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