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주고 받기

  • 등록 2014.04.15 15: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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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1923번째

추웠던 꽃샘추위를 지나 바야흐로 신부의 계절이 다가왔다. 한동안 결혼 소식들이 뜸하다 싶더니 5월에 잡힌 결혼식만 매주 일요일마다 해서 총 4건이다. 그 중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이 2건이니, “나의 주말 돌리도~” 하는 생각이 벌써부터 머릿속을 맴돈다. 며칠 전에 고등학교 친구한테 정말 오랜만에 메시지가 왔다. 대학교 졸업하고는 처음이니까 거의 5년 만인가?

“중희야~ 결혼생활은 재밌냐?”, “응~ 정말 좋아. 너도 만나는 사람 있으면, 빨리 해~”, “그래서 말인데, 나도 곧 결혼할 것 같아서”, “오~ 진짜? 축하한다 야~”, “네 결혼식에 못갔는데, 이런 말 전하니까 민망하네; 그래도 청첩장 보내도 되지?”, “당연하지! 경남 양산시 ○○○로 보내면 돼~ 축하한다!”

 이렇게 반가우면서도 왠지 어색한 메시지를 주고 받고 나니, 예전 나의 모습이 떠올라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때 나는 결혼 막바지 준비로 한껏 들떠 있었다. 예비 신부가 많은 부분을 도맡아 해 주었기에 결혼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었지만, 나에게는 청첩장 돌리기 및 지인들에게 연락 돌리기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본인 뿐만 아니라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느껴봤던 것처럼, 결혼 소식을 전하는 것은 정말 낯간지럽고 망설여진다. 진짜 친한,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지인이라면 거리낌 없이 자랑하고픈 마음으로 소식을 전하겠지만, 평상시에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많이 친한 건 아니지만 만나면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지인한테는 참으로 어렵다. 소식을 전하자니 염치없이 축의금을 달라는 것 같고 그렇다고 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서로 소원해질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고로 결혼식은 돈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중학교 은사님,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친구들, 치전원 동기들에게 전화 통화, 문자, SNS 등으로 소식을 알렸다. 모든 분들이 오랜만에 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아주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결혼식 당일이 되었고, 나는 지인들이 많이 와 줄까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였다. 넓은 웨딩홀에 빈자리가 많거나, 지인들 사진촬영 시 인원 수가 적다면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 동생, 형, 누나들이 오셨고심지어 직접 연락하지 못한 친구들도 소식을 건너 듣고 와서 축하해주었다. 성황리에 결혼식을 잘 마쳤고, 신혼여행도 재미있게 다녀오고, 지금 생각해도 직간접적으로 축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난 경조사를 직접 겪어보질 않아서 그런지, 남들 경조사에 대해 약간 심드렁한 편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조만 한 경우도 있었고, 그냥 지나간 적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식을 전하는 입장에서와 소식을 받는 입장 모두에서 경조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한창 청첩장 돌리기(?)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인터넷 기사에서 “이번 기회에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낫다.”, “모든 사람들을 품고 갈수는 없다” 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현대 사회가 너무 냉정해진 것 같아 무작정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가 결혼한다고 말할 때 “그러면 그렇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연락해 주는구나~”라고 감동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연락을 안했던 친구라 해도 결혼 소식을 빌미로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왕래가 잦을 수도 있고 새로운 절친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안중희 
부산대치과병원 보존과 전공의

안중희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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