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무조건 가보라

  • 등록 2014.04.22 1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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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25번째

작년 10월 크로아티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이야 ‘꽃보다 누나’라는 방송 덕에 크로아티아가 유명해졌지만 우리가 크로아티아를 가기로 결정한 것은 ‘선택의 불운(?)’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 신혼 여행을 체코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큰 가스폭발이 일어났고, 어쩔 수 없이 터키로 결정했더니 벌룬투어 열기구가 떨어지고,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어쩔 수 없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 조마조마 크로아티아로 결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크로아티아는 아무 일이 없었다.

지금에야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많은 여행 서적이 출판되었지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중간정착지로 잠시 머무는 여행객 정도이지 크로아티아만 다녀오는 여행객은 흔치 않아 여행 정보는 한정되어 있었다. 크로아티아에 다녀온 결혼 선배들의 블로그나 까페 등에서 어렵사리 정보를 수집해 우리는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를 코스로 잡았다. 

여행을 다녀온 뒤 ‘꽃누나’를 보고 우리가 제일 놀라고 어쩜 저럴까 했던 점은 배우들이 크로아티아의 음식을 먹지 않고 숙소에서 한식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아의 음식들은 한국 음식과 꼭 닮았다. 소고기부터 물고기 스프에 이르기까지 간이 알맞게 배어있고 수도의 어떤 음식점에 가던 맛있고 가격이 저렴하다. 음식에 대해 가리는 것이 많은 나도 크로아티아에서는 9일 내내 아침부터 야식까지 모두 현지에서 해결했다. 고급레스토랑부터 퍼펙트 브런치를 제공한다는 동네 작은 식당까지 모든 음식이 잘 맞았다. 다만 밥에도 비벼먹을 정도로 치즈를 정말 잘 먹는데도 불구하고 ‘뇨끼’만큼은 정말 느끼해서 먹질 못했으니 ‘뇨끼’를 선택하는 일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관광도시인 두브로브니크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물가는 저렴한 편이었고 길거리 음식은 옥수수, 감자, 밤 등을 많이 팔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신랑이 알아봤던 ‘빈섹’.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자몽 맥주는 술을 안 마시는 나에게 크로아티아 맥주수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했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자그레브 다음 목적지는 플리트비체국립공원. 버스를 타면 하나 주의할 것이 버스티켓과 별도로 짐 값은 따로 받는다는 것이다. 1개당 7쿠나 정도이다.  

2시간 30여분 버스를 타고 달리면 늦가을 단풍이 물들고 수백개의 폭포와 호수들이 위치한 플리트비체에 선다. 파노라마 버스를 타고 판타지 세상에 나올 법한 비경을 감상하고 배를 타고 플리트비체를 보다보면 발걸음은 자연히 멈춰질 수 밖에 없다.

스플리트로 이동 하는 중간 크로아티아에 숨겨진 진주인 자다르에 들렸다. 다음 일정 상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3시간. 그러나 자다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유명한 바다오르간을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월 쌀쌀한 날씨 덕분에 플리트비체에서도 꽁꽁 외투를 감싸고 있었는데 자다르는 우리를 티 하나 만을 남긴 채 모두 벗길 만큼 뜨거웠다.

아이폰으로 지도를 확인해도 잘 몰라 트럭에 앉아있는 소년들에게 말을 건넸더니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며 마시던 맥주도 흘린다.

놀란 것과는 별개로 바다오르간 가는 길을 친절히 알려줘 소년들이 알려준 곳을 향해 것다보니 바닥에서 돌고래 우는 소리가 들려 밑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뚫려있는 동그란 구멍. 파도가 치면 자연적으로 화음이 생겨나는 이 곳이 바로 바다오르간이었다. 다른 관광객처럼 우리도 귀를 땅에 대고 누워서 소리를 들어보았다. 소라에 귀를 대면 바다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작은 구멍 속에 아드리아해의 멋진 소리가 펼쳐져 있었다.

야자수와 해변 거리가 멋진 스플리트는 라벤다가 유명하다. 항구 도시인 이곳에서 배를 타면 이탈리아까지 갈 수 있다. 단 하루의 일정만 더 있었어도 바로 이탈리아로 가는 배를 탔을 지도 모른다. 스플리트의 길 거리 상점은 흥정이 가능하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라벤더를 위해 여러 곳에서 묻고 물어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에게 수십개를 사고 서비스로 더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관광지였던 두브로브니크보다도 반 이상 싼 가격이었다.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안 궁전 안에는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이 있다. 그 앞 광장에서는 매번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기분 좋은 테너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리고, 야간에는 선박레스토랑에서 약간의 맥주와 스낵 그리고 야경은 진정한 ‘힐링’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줬다.

버스를 타고 인구 약 12만명의 작은 요새 도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 중간에는 국경이 끊긴다. 크로아니티 땅 중간에 보스니아 땅이 들어와 있어 보스니아 국경을 건너야 했다. 국경에서는 여권을 검사하는데 여기서 하마터면! 신혼여행은 여기서 마감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생각 없이 휴대폰으로 초소를 찍고 있었는데 경찰하고 눈이 마주친 것이다. 다행스럽게 사진을 지운 휴대폰을 보여줘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드리아해 바로 옆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잘 보존돼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견고하고 두꺼운 성벽 덕분에 외부 침략으로부터 잘 보존되었지만 지진과 내전으로 인해 성 주변 곳곳이 파괴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최고의 관광도시답게 물가는 아주 비싸다. 자그레브서 산 초콜릿도 여기선 5배가 넘는 돈을 받는다. 아침 일찍 도착해 우리가 한 일은 보트를 타고 아드리아해를 돌아보고, 성곽투어를 했다.

성곽 밖에는 푸른 아드리아해가, 안쪽 구시가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리코더를 부는 아저씨, 빨래를 널고 있는 아줌마의 미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엄마와 딸아이의 말다툼 등 현지인의 삶이 그대로 보여줘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주황색 지붕이 가득한 도심의 풍경은 고풍스럽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성벽투어를 하고 난 뒤 황혼이 머물기 시작한 성벽 사이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 빠끔히 밑을 내다보니 아드리아해가 펼쳐진 작은 카페가 숨겨져 있었다. 이름도 없지만, ‘꽃보다 누나’에서 나온 부자 카페보다 훨씬 아름답고 조그만한 카페. 카페를 찾은 모든 관광객들의 얼굴에서는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기회가 된다면 무조건 가보라고 하고 싶은 크로아티아. 그곳에서의 열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열흘이었다.

권혜리 약수연세치과의원 치과위생사

권혜리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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