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4계(봄)

  • 등록 2014.06.10 09:41:13
크게보기

Relay Essay-제1937번째

삶은 계란 두 개, 제철 과일, 물 또는 인삼차를 동봉한다. 그리고 야산, 나지막한 산이라는 식탁에서 아침을 청한다. 그래서 나는 거부다. 식탁의 크기와 희귀성면에서. 주차장에서 정상까진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도착하지만 배낭을 메고 간다. 쑥스럽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소풍가듯 산책하는 아침! 바로 그린샤워 안식의 숲(Forest healing)에 안기는 것이다.

<삶 - 숲에서는>
숲에서는…
어머니처럼 늘 받아주는 포근함이 있고, 전설처럼 바람이 많고, 성소에서처럼 사람들이 순해지고, 연인들처럼 작은 소리가 더 어울리고, 휴일처럼 숨쉬기가 더욱 편하고, 조미료 없는 음식처럼 소화가 잘되고, 휴가철처럼 게을러지고, 아버지 앞에서처럼 취기가 안 올라오고, 겨울처럼 빨리 해가 지고, 정글처럼 모기들의 천국이고, 신호등처럼 양보해야 질서가 생기고, 거울처럼 남보다 나를 더 가까이 보고, 천국처럼 수고해야만 배가 채워지고, 가족들처럼 너무 영리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훈련기간처럼 면회를 제한하고, 인생처럼 길을 숨기고, 창녀처럼 쉽게 잠자리를 내주고, 아이들처럼 잘 웃고, 공동구역처럼 경계가 덜 분명하고, 나이처럼 계절이 빨리 가고, 정든 식당처럼 무덤덤하게 손님을 대접하고, 빠처럼 꼭 필요한 사람들만 드나들고, 젊음 보다는 중늙은이가 더 많고, 무료 밥 배급소처럼 많은 것들을 먹여 살리고, 고무줄처럼 늘 팽팽하고, 산소 호흡기처럼 살아있는 숨통이고, 자식 같은 선물이고, 숲에서는 이런 고마운 추구들이 발효되어 나온다.



누군가의 입맞춤을 위해서/지독한 참음 뒤/결국, 결실을 고대하며/낯설음을 뚫고 나온 만남/세상은 이렇게 매 번/열리고 닫히는/잔치.

봄은 ‘보다’에서 탄생했다.
봄은 생명들이 튀어 나오는, 그야말로 스프링(Spring)의 계절이다.
태양 주기 중 입춘처럼 ‘입’자가 들어가는 절기는 우리 입처럼 시작을 의미한다.
꿈처럼 기다리는 것들의 기도가 있는 계절이다.
야트막한 산엔 겨울보다 한결 편안한 숨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겉옷을 벗으면 가끔 심한 몸살을 앓기도 한다.
훈풍이 스치며, 비 한번 내리면 출발선의 선수들처럼 순(筍)들을 낸다.
올라오는 순을 보고 입이 벌어지지 않으면 순수하지 않는 것이다.
순 다음엔 싹, 싹 다음엔 향으로, 봄의 숲이다.
매일 변하는 색도 강한 생존싸움이다.
한 나무에 작년 것인 녹색 위로 새것인 연두가 나오기도 한다.
봄이지만 바닥엔 임무를 완수한 낙엽들이 자기의 역사를 알아달라고 요구한다.
탄생이라는 신성한 경외를 눈으로 확인하는 곳이 봄, 숲이다.
숲에선 세상의 오염들이 정화된다.
거칠고 더러운 과거마저 흡수한다.
숲! 향에 중독되러 간다.
간절히 필요하면 찾게 된다는 것이 진리임을 나이 들수록 느낀다.
버들강아지가 안녕을 말한 후 봄은 개나리로 시작한다.
봄엔 개나리색 유치원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소풍을 오기도 한다.
진달래가 필 즈음이면 신윤복의 그림 속 떨잠처럼 하늘거리는 비밀들이 늘어난다.
밤새 비바람이 불자 핀지 몇 일된 벚꽃들이 쉼을 찾아 내려왔다.
이 계절엔 아주 작고 연한 새싹처럼 어린이의 맘으로 돌아갈 기회가 많다.
새싹 앞에선 누구나 착해지고 아리하다.
맨땅인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도 생명들이 살아있었음을 봄이 알려준다.
‘없으면 걱정, 많으면 근심’이라는 경구가 소나무에서 나를 째려본다.
점점 봄이 짧아진다.
봄 처녀보다는 봄 할머니들이 더 많으시다.
녹색 때문에 기도하는 사람처럼 마음과 눈의 평화를 느낀다.
봄엔 중국서 넘어온 황사가 숲과 호흡을 괴롭힌다.
산에선 싸우는 이를 보지 못했다.
향도 시간마다 다르고 지나가는 곳마다 틀리다.
늦봄 송화 가루가 영혼처럼 흩날리면 불끈 힘이 솟기도 한다.
봄은 숲을 향으로 채워 퍼퓸 축제를 즐기라고 부추기는 것이 분명하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예수 믿고 건강하세요!’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공해다.
봄바람은 나지 말고 느끼기만 하는 것이 좋다.
춘풍(春風)처럼 훈훈하게 살아가길 기도한다.
<다음호에 계속>

송선헌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원장

송선헌 원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