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계속>여름
특히 짧은 봄, 긴 여름으로 바뀌는 중엔 숨 가쁘게 꽉 차는 것이 여름, 숲이다.
여름은 팽창이다.
잎들도 진녹색으로 크기를 키우고 있다.
숲이 잎으로 채워지자 길엔 그늘이 생겼다.
바람이 없다면 숨은 잎들은 햇살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바람은 마에스트로, 잎들은 연주자들이다.
분명한 질서 아래서 경쟁하는 숲엔, 새것과 먼저인 짙음이 다른 치밀함으로 위치한다.
소나무의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이 자기들만의 영역을 철저하게 만들었다.
흥건한 땀, 이 지독한 냄새가 숲에겐 미안하지만 땀이 난 만큼 생각은 시원하다.
보약 먹은 사람처럼 비 온 다음 날 잎들이 탱탱, 탄탄, 생생, 싱싱해 보인다.
여름 숲엔 인간을 좋아하는 벌레들로 꽉 차 있다.
여름의 중간으로 가면서는 향보다도 소리가 숲을 만든다.
소리들은 님을 향한 짝짓기의 신호탄이다.
짝을 찾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숲에 가득하다.
끈적이는 모든 것들이 새 생명을 만들어 낼 것만 같다.
여름은 폭우처럼 급하게 흐른다.
세찬 비가 바닥에 쌓인 작년 솔잎들을 바다로 보냈을 것이다.
여름엔 더위를 식힐 바람이 꼭 필요하다.
깨끗하던 묘지에도 백거이나 관우의 묘처럼 잡풀들이 주인이다.
수분섭취가 늘어나자 정상엔 아이스케키랑 식혜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도 찬조 출연한다.
나무와 나무에 붙어사는 이끼는 공생, 수분과 질소를 나누는 관계이다.
갈수록 모기에게 헌혈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어떻게 사는지 벌, 나비들이 분주하다.
모르지만 높은 히말라야에도 파리, 모기가 살 것이다.
<35℃ 폭염에서도 싸움은 벌어진다>
그것 봐라 고새 춥다고 난리 부리더니만/오늘 좀 푹푹 찐다고 혓바닥 내미는 것들은/하나같이 잡아먹어야 사는 약탈자이거나/편리한대로 적응해서 사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자들/그들의 세상엔 최소한의 점잔만을 필요로 한다/저 들판의 곡식들은 아무 말 없이 잘도 익어만 가는데.
선거철엔 숲에서까지 명함을 나누어 주는 안타까운 후보들도 있다.
자연에게나 인간에게나 여름은 성장통의 시기이다.
숲속이 시원한 것은 잎들이 에너지를 먼저 흡수했기 때문이다.
더워지면서 제일 먼저 땅으로 내려온 열매는 버찌, 흑앵(黑櫻)이었다.
밤꽃 냄새가 정액처럼 뿌려진 날 나는 조용히 땅만 보고 걸었다.
싸리꽃은 없는 듯 관심가진 이에게만 사랑을 받는다.
산책로 입구엔 충주 박씨 재지기로 보이는 이가 영화 보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 재지기가 농사한 열무로 김치를 담갔지만 질겨서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점점 얼굴 가리개와 썬글라스가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얕은 산이라고 초보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점점 끼어들기처럼 교통장애를 만든다.
태양이 살갗에 검게 왔다.
겉과 속이 남-북처럼 분명하다.
숲도 휴가철엔 좀 쉴 것이다.
송선헌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