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 둔 마지막 학년으로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정신없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던 시간이 있었다. ‘지역사회치위생학Ⅱ’ 수업의 일환으로 금요일마다 관련 기관에 나가 지역사회주민들을 대상으로 구강보건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속한 조는 3주 동안 ‘원주 효 노인센터’를 가게 되었고 이곳은 약 30여명의 치매노인들이 등하교를 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기관으로 실습을 가기 전 자료 조사를 통해 현황분석을 하고 작성한 계획서를 발표 한 후 직접 기관에 투입했다.
첫 실습 후 우리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했다. 어떤 것이든 항상 계획대로 되리란 법은 없지만 열심히 준비해 간 것에 비해 계획과 다른 실태로 교육이 마음에 차지 않았다. 기관에 하루 종일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오후에 진행하는 기관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 하였는데 이 시간을 통해 새로운 교육 방법을 구성할 수 있었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보고 큰 도움을 받았다. 기존에 계획했던 매체사용을 자제하고 만담형식과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것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때문에 매 주 교육을 위해 조모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 조원들과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쉽고 친근하게 교육을 받아들일까를 많이 연구했다. 물론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들이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보다는 정말 필요에 의해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모임이 되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접촉이 적어 평소 어르신들을 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기관의 어르신들이 치매가 있다고 하셔서 더 걱정이 되었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여기저기에서 조언을 구했고, 진심을 가지고 대하면 어르신들도 알아주실 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말대로 어르신들에게 진심을 드리니 받아주셨고, 나는 어느 새 스스럼없이 어르신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어르신들과의 눈 맞춤으로 소통을 할 수 있었고, 웃음으로 답하시며 따라와 주시는 것을 앞에서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어르신들은 대상자가 아닌 ‘우리’ 어르신들이 되었고, 교육은 점점 정말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 교육이 되어갔다.
처음에는 실습으로 나갔지만 날이 갈수록 어르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 실지 기대되고 궁금했다. 금요일만 되면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정말 행복했다. 우리가 봉사와 교육을 하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었고 실습 그 이상의 시간들이었다. 수업시간에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몸소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더 나아가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실제 현장의 그 무언가도 직접 배울 수 있던 값진 시간이었다.
차세리 연세대 치위생학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