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출간을 앞두고

  • 등록 2014.06.24 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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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41번째

치과진료를 하며 10여 년 동안 글을 써오면서 내게 붙은 타이틀이 2개가 있다. 아동문학가와 추리작가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동심에 가득 차야하는 아동문학가와 유혈이 낭자한 추리작가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내가 아슬아슬한 문학적 줄타기를 하면서 추리소설을 써야 하는 이유는 셜록 홈즈 때문이다.

셜록 홈즈의 매력에 빠진 나는 홈즈 패스티시(다른 작품의 내용이나 스타일을 원작에 충실하게 모방하여 재창조한 작품을 말하는데 원작을 유머러스하게 변형시켜 모방하는 패러디와 비교가 된다.)작품을 지난 3년 동안 6편을 발표해왔다. 이 시리즈는 재미교포 사립탐정인 윌셔 홈즈가 국과수 자문위원 치과의사인 라 원장과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시리즈이다. 윌셔 홈즈는 셜록 홈즈의 추리 기법을 원용한다. 의뢰인의 입안을 들여다보고 모든 것을 알아내는 라 원장은 윌셔 홈즈에 의해 라왓슨이란 이름이 붙여진다. 이 시리즈의 첫 단편 ‘노끈’은 KBS 라디오에서 ‘2012 여름 공포추리특선’으로 방송되었다. (지금도 KBS에서 다시 듣기로 무료청취가 가능하다. 바로 듣기 링크 - http://t.co/R1nadXWz )

그런데 윌셔 홈즈 7번째 작품을 준비하던 중 셜록 홈즈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4달 전 살림출판사에서 ‘셜록 홈즈’ 원고청탁을 받게 된 것이다. 편집자는 국내 최초로 셜록 홈즈 지식 총서를 집필할 추리작가를 찾는다고 했다. 나는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 진료를 잠시 미루고 홍대로 달려갔다. 편집자를 만나러 가면서 셜록 홈즈의 A에서 Z까지 모든 지식을 망라하는 지식 총서의 저자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래였다. 젊고 패기 있는 편집자는 자신을 셜로키안(셜록 홈즈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홈즈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가진 셜록 홈즈 추종자를 말한다.)으로 소개했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하지만 서명을 하고나서 ‘셜록 홈즈’가 완성되는 순간까지 성급한 결정에 대한 후회와 걱정이 반복되었다. 내게 가장 큰 문제는 집필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치과진료를 하면서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에 대한 수십 권의 원서들을 조사해야 했다. 60편의 셜록 홈즈 장편과 단편을 밑줄 치고 읽으며 등장인물 분석과 작품 분석도 해 나갔다. 다행히도 새벽과 주말을 이용해 3달 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지난 3달간이 내 삶에서 가장 힘들면서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셜록 홈즈에 관해 속속들이 알아가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의 기벽과 여성기피증이 작가 코난 도일의 상처받은 성장기의 반영임을 알 수 있었다. 수십 년간 지속된 하숙생 윌러라는 의대생과 코난 도일 어머니와의 스캔들에 상처받은 코난 도일이 여성 기피증을 가진 셜록 홈즈를 창조하지 않았을까?

셜록 홈즈가 코난 도일의 독창적인 창조물이 아니라 이전의 탐정 캐릭터들의 창조적인 융합이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에드가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탐정과 과학수사로 유명한 르콕 대장과 귀납적 추리의 대가 조세프 벨 박사의 요소들이 천재적으로 융합된 캐릭터가 셜록 홈즈인 것이다.
작가 코난 도일이 직접 셜록 홈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한 일화들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이렇게 셜록 홈즈에 푹 빠져 지낸 3달간 추리작가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 독자로서 가볍게 읽었던 셜록 홈즈와 지식 총서 작가로서 읽은 홈즈는 달랐다. 내 안에서 셜록 홈즈가 내면화되는 과정이었다.

지식 총서를 탈고한 후 셜록 홈즈처럼 사랑받을 수 있는 나만의 탐정을 구상 중이다. 아동문학가와 추리작가의 접점에 있는 아동추리소설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6월 말에 출간되는 ‘셜록 홈즈’ 독자분들의 조언을 기다린다.

김재성 의정부 샌프란시스코치과의원 원장

김재성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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