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알타푸스테리아 국제합창제를 다녀와서

  • 등록 2014.09.16 13:56:13
크게보기

Relay Essay 제1962번째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성, 기립박수! 천 여석은 족히 되고도 남을 듯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환호와 그칠줄 모르는 박수…….

작곡가 뮐러가 이곳에 머물면서 울창한 숲과 만년설의 고봉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불후의 명곡들을 작곡했음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지어졌다는 뮐러 기념홀에서 2014년 6월 27일 대한민국 전북치과의사회 남성합창단(무지카 덴탈레)의 아름다운 화음이 신나는 장구소리와 함께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집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팀이 유일하게 참가했으므로 관객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 등 서양인들이였고, 우리 합창단의 열창과 화음이 꽤나 높은 수준에 있다손 치더라도 동서양간의 문화 예술적 간극도 있을 테고 또 우리노래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의 공유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했기에 큰 감동을 선물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더욱이 무지카 덴탈레의 출연 전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본 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출연팀의 합창실력이 전문 성악가들로 구성된 팀이라 해도 믿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실력파 팀들이었기에 애당초 큰 박수를 생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30개국 60여 출전팀 중 어느 팀보다도 우리합창단이 받은 객석의 반응은 더욱 뜨거운 것이어서 단원들 모두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무지카 덴탈레의 음악 실력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기에 논외로 치더라도 30명의 합창단원들이 오색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고운색상으로 차려입은 한복의 신비로운 매력과 어린이의 장구솜씨 때문이리라. 지난 5개월 동안 늦은 밤 시간까지 졸리는 눈 비벼가면서, 반복 또 반복, 호흡을 맞추느라 힘든 시간을 마다치 않은 합창단 재무로 봉사하고 있는 장윤호(바리톤) 원장의 큰 딸, 초등학교 5학년 정서현 양의 귀엽고 예쁜 인형 같은 손끝에서 힘차게 쏟아져 나온 장구소리가 합창단과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이뤄냈습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세계적 여행지와 불가사의한 명소, 살아생전 꼭 해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 이름 하여 버킷리스트!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나만의 버킷리스트!

3년전, 퇴근 무렵이었을까? 전북치과의사회와 전북치과의사신협으로부터 남성합창단을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고 “이 나이에 가능할까?”, “‘음악성 부족으로 단원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망설임으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도전해보리라, 부딪쳐보자, 한번 해보자, 안되면 되는 만큼까지라도 해보는 거다, 더는 꽁무니 빼지 말고…….

평소 취미활동으로 성악을 공부해오던 두 세 명 치과의사의 의기투합으로 남성치과의사 합창단의 불쏘시개가 지펴집니다. 단원을 모집하고 유능한 지휘자를 섭외하고 연습장소를 물색하고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간, 아직 누구도 가 본적 없는 미지의 땅, 어찌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길!
산고의 고통을 감당해준 합창단 임원 몇 사람의 희생과 지휘자, 반주자 선생님의 헌신과 화음의 매력에 맛들이기 시작한 50여 단원들의 땀방울의 결실로 그 해 겨울, 창단연주회가 막을 올리게 됩니다.

창단 연주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치과의사상을 구현하자는 의견에 따라 결손가정 아동돕기 자선 음악회를 겸함으로써 창단 연주회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비윤리적 불법행위와 이를 근절 시키려는 협회 집행부의 치열한 활동의 와중에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작금의 치과계 현안들로 인한 치과의사의 사회적 위상 추락 등 위축된 회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지역사회의 소외계층과 사회 약자층을 보듬는 치과의사상을 만들어 가는, 음악회를 통한 일거양득의 성과가 아직은 미미하지만 그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런 저런 환자와의 하루 동안의 씨름이 끝나고 나면 피로가 밀려오고 달콤한 휴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연습실에서 악을 씁니다, 소리를 냅니다, 옆단원의 소리를 듣습니다, 내 소리를 깎아냅니다, 그리고 화음을 만들어 갑니다, 감동을 만들어 갑니다.

2011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전주지역 합창제 출전과 대학여성합창단과의 합동공연, 창단 이듬해의 광주 호텍스 전야제 초청공연, 금년 전북치과의사회 치아의날 행사 초청 등 열심히 준비하고 멋지게 보여드리고, 누구도 앞서 걸어간 적 없는 닦여있지 않은 비포장 길을 우리는 멋지고 재밌게 걸어갑니다, 따뜻한 동료애를 안고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개척해갑니다.

치과진료 특성상, 좁은 진료공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치과의사의 직업적 어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한 전북치과의사신협의 맞춤식 해외여행에 착안한 임원진의 제안에 많은 단원이 이태리 북부, 산골마을 ‘돌로미티’에서 개최된 제17차 세계 합창제(알타푸스테리아 국제 합창제)에 지난 6월 다녀왔습니다.

알프스산맥 끝자락, 돌로미티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유럽3대 자연경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수려한 풍광, 고색창연한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참가국의 국기를 앞세운 퍼레이드, 낯선 이국땅에서 낯선 외국인들과의 눈인사, 악수, 국적을 초월하여 모두 함께 부르는 노래! 따뜻한 교감 ! 아름다운 만남!

음악의 힘, 합창의 매력을 맛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조세열 조세열 치과의원 원장

조세열 원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