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타모닉스의 세대 아우른 감동

  • 등록 2014.09.26 11: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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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65번째

단국치대 관현악단 덴타모닉스가 지난 8월 30일(토) 서울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제31회 정기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저희 덴타모닉스는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입니다. 취미로 악기를 배워온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거나, 오케스트라에 입단을 하고 악기를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동아리가 1984년 첫 연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가을 정기 연주회를 준비해오던 것이 어느덧 서른 한번째 공연을 치렀고, 150여명의 졸업생 선배님들 그리고 60여명의 재학생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90세 할아버지가 5살짜리 어린아이 손을 잡고 같이 들으러 갈 수 있는 공연이 바로 오케스트라가 아닐까요?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좋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현악은 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할아버지와 손자가, 아버지와 딸이 함께 공연을 설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따뜻한 기회일까요?

그것이 저희 오케스트라의 자랑이자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저희 동아리에서는 학교 재학생들이 주로 공연에 참여하지만 졸업하신 후에 학자가 되신, 치과의사가 되신 선배님들께서도 공연에서 함께 연주하십니다. 저희 동아리를 창단하신 81학번 선배님도 13학번 새내기들과 함께 공연에 참여하셨습니다. 13학번이면 94년생인데, 학교 입학하고 졸업하고 수련받고 군대갔다와서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후배들과 공연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다른 음악도 아니고 오케스트라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연주회에는 12살짜리 초등학생과 단국치대가 아닌 다른 학교에 다니는 21살 대학생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이 두 명은 바로 저희 동아리 졸업선배님들의 딸들입니다. 졸업하시고도 매년 연주회에 참여하시는 두 선배님들께서 이번에는 딸들과 함께 공연에 서기로 하신겁니다. 매일 보던 동아리원들 사이에서 처음 보는 초등학생 아이와 여대생이 앉아있으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둘은 저희들과 완전히 어울려 친해졌고,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학생시절 활동했던 동아리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악기연주를 하며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큼 가족적이고 보기만 해도 좋을 수가 있을까요.

다양한 악기들의 소리로 하나의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케스트라에는 현악기부터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까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악기들이 각각의 개성적인 소리를 내며 지휘자의 지휘 아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는 것을 실제로 공연장에 가서 보면 감동이 일어납니다. 각자 다른 성격들과 개성들로 모인 우리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그 한 번의 공연에 담겨 있기 때문에 어쩌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한 번의 가을정기연주회를 위해 1년을 준비합니다. 공연장 대관부터 곡 선정, 공연인쇄물 제작, 홍보 등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인 저희가 기획을 합니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연주에 설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꾸리는 오케스트라기에 미숙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법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천안시향 부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이동형 선생님께서 저희 공연을 봐주시는 덕분에 매년 수준 높은 공연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도 서곡 협주곡 교향곡으로 구성되며 60~70명 편성의 정통오케스트라로 매년 연주회를 갖습니다. 공연장도 학생극장이 아닌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1000석 규모), 장천아트홀(600석 규모) 등에서 정식대관으로 공연을 진행하며 올해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800석 규모)에서 공연을 가질 계획입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정통오케스트라 공연을 가지는 것은 처음에는 불가능했습니다. 이정도 규모가 되기 전까지, 덴타모닉스는 학생극장에서 1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동아리가 30년간 배출한 졸업생이 150여명이 되었고, 이 든든한 졸업생 선배님들께서 주시는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제는 매년 정식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정통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전문지휘자의 지휘 아래 수준 높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30주년 연주회는 장충식 단국대학교 이사장님께서 협연을 해주시는 등 학교 내외로 인정받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로 꾸려진 오케스트라이기에 속사정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공연곡이었던 베토벤 egmont 서곡을 연주하기 전에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을 하기로 했었으나, 아마추어인 저희가 느낌을 살리기에는 너무 어려운 곡이라고 판단되어 공연 한달 전에 곡을 바꾸었고, 그렇게 이번 공연에 egmont 서곡을 연주하게 된 것입니다. 또 공교롭게 단국대 치과병원 개원 30주년 행사가 저희 공연 날과 겹치게 되어 학교에 계신 많은 선배들이 공연에 못 오시기도 했습니다. 선배님들의 후원을 받기 전까지 학생인 저희들의 용돈으로 허리끈 조여가며 연습을 해야 했고, 그렇게 주린 배 움켜쥐고 동고동락하여 종국에는 풍요로운 음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연시작 10분전에 한 선배의 바이올린 지판이 부서져서 급하게 투명테이프로 감고 무대에 섰던 해프닝은 저희가 불태웠던 여름방학 추억의 화룡정점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좌충우돌 추억들이 제 대학생활에서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아 우리 오케스트라를 사랑하는 이유가 되는 게 아닐까요. 치의신보 독자 여러분들도 내년 여름에는 저희 덴타모닉스 공연에 보러 오셔서 이 감동을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장영광 단국치대 본과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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