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느끼는 것

  • 등록 2014.10.31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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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75번째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행복에 관한 글귀를 듣고, 크게 공감했던 적이 있다.

‘행복은 현재와 관련되어 있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앤드류 매튜스’의 말이다.

이제 막 졸업한지 3년밖에 안 된 새내기 치과의사이지만, 내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때를 떠올린다면, 그건 아마도 축구를 좋아해서 열심히 활동했던 축구부 동아리 생활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항상 열심히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신입생 때는 놀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가서 중요한  연습을 빠지기도 했다. 지금도 그 당시 주장 형을 만나면 그때 얘기를 하곤 한다. 본과 1학년 때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은 도서관으로 가고 나는 축구부 동기와 함께 운동장으로 가면서 불안한 마음에 집중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축구를 엄청나게 잘해서 매년 우승을 하거나, 나 스스로 축구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 기억 속에 가장 행복했던 때로 남아 있는 건 아마도 그 준비 과정에서 내가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서 많은 땀을 흘렸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책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그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토록 열심히 했던 연습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힘들었던 과정이 지금의 나에게 하나하나 행복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기억으로는 예과 때 친구들과 같이 떠났던 첫 여행이다. 특히 최근 방영된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을 보고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당시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이었고, 1년 전 일본을 다녀왔기에 가이드 역할을 맡게 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발달하기 전이라 말 그대로 지도와 가이드북에 의존해 여행을 떠났다. 친구들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결과는 고생투성이었다. 지하철 두 정거장거리를 돈도 아끼고 밤거리를 구경하자고 걸었다가 지도를 잘못 봐서 길을 헤매 1시간 넘게 걸었던 일… 힘들게 찾아간 맛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결국 길에 보이는 아무 초밥집에나 들어갔던 일… ‘실례합니다’ 와 ‘이것은 얼마입니까?’ 등의 짧은 일본어 및 영어와 보디랭귀지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쇼핑하던 일. 그 뒤로도 몇 번 같이 여행을 갔지만 편하게 다녀와서 그런지 그때만큼의 흥이 나지는 않았다.

1년 뒤, 친구들이 너무 좋았던 기억에 다시 찾아갔던 똑같은 루트의 여행이 첫 여행보다 왠지 모르게 재미없었다고 한 걸 보면, 아마도 첫 여행의 힘들었던 과정에서 우리가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우연한 기회로 동아리 축구부 감독직을 맡게 됐다.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힘이 든다. 어떤 연습을 해야 할지도 고민되고, 모두 다 뛰고 싶은 아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또 과연 내년에 좋은 성적을 거둘지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들 때도 있다. 그래서 팀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자 축구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직접 축구교실에 다니기도 한다. 비록 몸은 힘들고 고되지만,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이 결과에 상관없이 내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강길수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장

강길수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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