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등록 2014.11.04 13: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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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제1976번째

즘 출퇴근길에 듣는 라디오에서 내 관심을 끄는 사람이 있다. 아니, 관심을 끄는 직업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직업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칼럼니스트라… 여행을 다니며 그 곳의 매력을 오감으로 느끼고 즐기는 것이 직업인 것이다. 물론 막상 그걸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의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나에겐 정말 탐나는 직업으로 보인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그 지역의 맛집탐방일 것이다. 이 여행칼럼니스트도 여행지 소개에서 꼭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 곳의 맛집이다. 그는 듣고만 있어도 마치 텔레비전에서 그 장면을 보고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리얼한 묘사를 해주어 듣고 있자면 꼭 그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정도의 글재주는 없지만 광주에 있었을 때를 떠올려 전라도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볼까 한다.

우선 광주 근교에 있는 담양에는 대나무잎사귀 스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거닐면 그 푸르름에 물들어 도시의 시름도 지워지는 것 같은 대나무 숲인 죽녹원과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치솟은 나무들이 양쪽으로 죽 늘어서있는 메타세콰이어길이 유명하다. 이곳 지역의 특화된 메뉴는 대나무 안에 영양밥을 넣어 익힌 죽통밥과 잘 베어든 양념과 함께 숯불에 구워 나오는 떡갈비이다. 그리고 죽녹원 앞에는 허름해 보이지만 소박한 맛이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국수집이 있다. 전라도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주요리뿐 아니라 같이 나오는 밑반찬들도 상당한 맛을 자랑하기에 왠만한 식당에서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이다.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영광의 백수 해안도로이다. 광주에서 이곳 백수 해안도로로 가는 길에 풍천장어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는데, 장어라고는 양념 맛으로만 먹던 나에게 소금구이 장어 맛이 이렇게나 고소하고 깊은 맛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의미 있는 곳이다. 장어가 하루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다는 뜻을 가진 만(鰻)이라는 한자로 표현되는 것에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해가 질 무렵에 맞추어 백수 해안도로를 가면, 운좋게 날씨도 맑다면 서있는 발 밑 절벽 아래로 펼쳐진 바다 위부터, 저 멀리 수평선을 넘어 다시 머리 위 하늘까지 울긋불긋 색이 번지고 있는 낙조를 경험할 수 있다. 거기에 갈매기 떼까지 어우러져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져버리며, 이건 마치 영화를 흉내 낸 C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면 이즈음에서 주인공은, 아니 조연들마저도 모두가 사랑에 빠져버려야 할 것 같은 장면에 서있게 된다. 영화 속 로맨틱한 장면의 주인공이 되보고 싶은 당신이라면 떠나보심이 어떨지.

남세진 부산대치과병원 전공의

남세진 부산대치과병원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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