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북부 알프스 자락의 한 시골마을 Dolomiti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이지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돼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자연경치를 가진 곳 중의 하나이다. 이 곳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합창축제 International Choir Festival ‘Alta Pusteria’ 2014에 참여하기 위해 전라북도 치과의사회 남성합창단 musica dentale 단원과 가족 및 갤러리를 포함한 40여명이 지난 6월 9박 10일의 여정에 올랐다. musica dentale는 전북치과의사회원들로만 구성된 국내 유일의 남성합창단이며, 병원에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갖고자 2011년 8월에 56명의 단원으로 창단 되었고, 이번 이태리 합창제 및 정기연주회를 포함해 모두 10여 회의 공연을 가졌다.
62개의 참가 팀 중 유일한 동양 팀으로 그 시골마을까지 찾아 간 열정과 구성원들이 모두 치과의사들이라는 소개에 관객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뜨거운 지지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명이 일어나는 지점은 그 무엇인가에 서로 같은 마음을 느끼고 상대를 깊게 이해하게 되었을 때이지 않은가 싶다.
나의 마음이 그 누군가와 진하게 공명이 됨을 느낄 때 특히 그것이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순수하게 일어날 때 우리는 마음의 정화와 치유를 받게 되고 선해짐을 느낀다. 나의 꿈이자 모두의 꿈인 행복한 치과의사가 되는 끊임없는 동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를 가끔 힘들 때 생각해 보곤 한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서 여러 좋은 선배들과 교류하고, 무대에 설 때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나는 그 실마리를 조금씩 찾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계속 느끼고 또 그것을 내 안에 갖고 있어야지 만이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더욱 이번 합창여행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올해가 결혼 1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와 9살 딸을 데리고 갔는데, 5살 아들을 데려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집에서 엄마, 아빠보다 더 좋아하는 할머니, 이모와 하고 싶은 것들 다 하면서 더 잘 지냈다고 하니 미안함이 덜했다. 3년여의 연애 후 결혼할 때 프러포즈도 제대로 없이 넘어간 것에 아내는 아주 가끔씩 아쉬워했다.
그래서 이번 이태리 여행 동안 나는 아내가 가장 행복하길 소망했다. 합창단의 피아노 반주자 남편이 성악가 출신으로 이태리 현지에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는데, 아내와 어린 딸을 고국에 두고 홀로 타지에서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을 보았다. 혹시 이태리에서 부산 출신 이병훈 씨를 만나면 이동 간에 차에서 잠도 안 잘 정도로 정말 여행이 재미있고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합창제 참가 이외에 밀라노, 피사, 피렌체, 베네치아, 베로나, 제노바, 모나코, 에즈, 니스 등 여러 곳을 바쁜 일정 속에 돌아보았는데 딸아이가 세상을 많이 보고 느끼길 바란다. 여행 후에는 항상 여러 가지 즐거운 추억들이 생겨서 좋다. 피사의 한 식당에서 단장님이 느낌 충만하게 ‘오 솔레미오’를 열창하던 장면, 르네상스의 발원지인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106m 높이의 돔, 그 옆에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우피치 미술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진품을 보는 즐거움,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장윤호 선배의 초등 5학년 딸 서연이의 거침없는 장구연주, 대운하를 가로지르며 본 베니스의 로맨틱한 야경, 베로나 줄리엣의 고향집에서 수십 명이 줄서서 동상 가슴만지며 사진 찍는 행렬, 제노바 콜롬부스의 소박하게 보존된 생가, 영화 같은 삶을 살다간 세기의 미녀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떠오르는 모나코, 중세마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어디서 찍든 화보가 되는 남프랑스의 에즈 빌리지, 샤갈이 말년을 보낸 너무 예쁜 예술인 마을 생폴, 이병훈 씨의 음악이야기와 메디치가 이야기, 푸른 빛의 지중해가 눈부셨던 니스의 몽돌 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비키니 아가씨, 마지막 날 니스호텔에서 윤호 형네 가족과 우리가족의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한식파티, 퍼레이드 후에 돌로미티 마을광장에서 모든 합창단들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수 백 명이 함께 부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아내의 가방, 부부가 함께한 선배들의 너무 다정한 여행 모습들, 솔로로 참여한 선배들의 수학여행스러운 모습들, 낮술을 사랑하는 여행의 달인 신협 이사장님,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인내심 하나로 지도해주신 김선식 지휘자님의 너무 소탈하고 정이 가는 자유분방함 등 셀 수 없다.
이번 여행으로 나의 아내는 전북치과신협 여행의 팬이 되었다. 여행은 삶을 더 풍요롭고 여유 있게 만들어 주는 단기간의 좋은 일상 탈출인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더할 나위없다.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진료하며 12월 13일에 있을 정기연주회를 위해 우리의 삶을 담아 노래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인생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우리는 계속 노래할 것이다.
박재성 군산 믿음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