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송정 독립군 후예들과 함께

  • 등록 2015.09.08 12:09:10
크게보기

Relay Essay 제2057, 58번째

중국 지린성 용정시 자선총회 박호만 회장(전 용정시장)이 지난 날 개최한 라이온스 광주지구 연차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내광했다.

박호만 회장은 나를 보자마자 “총재님! 당분간 중국에 가면 안 됩니다. 바로 체포됩니다.”
나는 지금까지 한생을 사회봉사인이라 생각하며 UN NGO 밝은사회클럽을 비롯하여 국제라이온스협회 등 봉사단체에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데 중국 당국으로부터 체포씩이나 할 만한 무슨 범법을 했단 말인가.

몇 해 전 9월 1일부터 5일간 나는 라이온스 광주 및 전남지역 일부 총재로서 유형용 사무총장, 양희준 재무총장을 비롯한 라이온 66명과 함께 용정시를 다녀왔다. 직전 총재단이 용정시 자선총회와 자매결언을 맺고 용정시에 암소 20여 마리를 전달하고 돌아와 우리 회기에도 암소 41마리를 조선족 독립군 후손들에게 기증하기 위하여 간 것이다. 중국에 가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거부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우리가 전달한 송아지 수십 마리가 광개토대왕이 호령하던 옛 우리 영토 요동 땅 초원에서 펄쩍펄쩍 뛰노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벅찬 감격에 우리의 가슴도 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 항일독립군이 독립을 위하여 말 달리던 비암산 일송정에 가서 선구자들이 지나갔던 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보라! 우리 민족 애족심이 절로 용솟음치지 않겠는가?

특히 그 방문길에 우리 라이온들은 의미 있는 선물을 더 준비하기로 했다. 당시 대두된 고구려, 발해가 자기들 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 견해에 맞서 고구려, 발해가 우리나라라고 인쇄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가져가서 조선족 가구당 한권씩 주기로 한 것이다. 항일투쟁을 위하여 낮선 만주 땅으로 건너가 자기 민족의 뿌리를 잃어가고 있는 투사의 후손들이 너무나 안타가운 일이였다.
우리 방문객들은 정말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한 사람이 한권씩 나누어서 80여 권을 무사히 가지고 갔다.

일정 둘째 날에 우리 일행은 용정시 항일 독립군 자손들이 사는 덕신향 하북촌과 삼성촌에 암소(성우) 41마리를 기증했다. 이 성우가 송아지를 낳으면 사육한 가정에서 성우를 완전 소유하고 송아지는 다른 집에 분양해주는 방식으로 우리는 봉사의 폭을 매년 늘려간다. 전년에 분양한 암소가 이미 17마리의 송아지를 낳았기 때문에 총 58마리를 분양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현경룡 하북촌 면장을 비롯한 주민에게 국사책을 한권씩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우리 국사책을 들고 참으로 감격에 싸여 있었다.

한복을 입고 전달식에 참여한 우리 조선족 주민들은 어려운 삶속에서 고생스러움이 배여있는 안타까운 모습들 이었다.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다. 땔감으로 불을 지피는 아궁이까지 방과 함께 놓여있는 비좁은 주거시설은 너무나 열악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과 얼굴표정은 우리들의 방문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감으로 희망에 가득차 보였다.

옛 고구려 땅인 지린성을 중심으로 현재 중국에는 조선족이 220만 정도가 살고 있다. 일제 해방 직후는 300만 명 정도였는데 갑자기 많이 줄었다고 한다. 왜 갑자기 많은 동포가 사라졌을까?

6·25 사변에 중공군 100만 명이 참전했는데 대부분이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이였다는 비극적인 설이 있다. 여기에서 소수민족의 서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우리민족의 혼을 이들은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으로 장한 사람들이며 우리는 최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다. 이제 국제화시대, 지구촌 시대를 맞이하여 국경은 희미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문화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화되어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우리민족은 영원한 우리 민족인 것이다.

일정 둘째 날 오후에는 행사장이 준비된 연변호텔에 도착했다. 박호만 회장을 비롯하여 윤영일 부서기, 조경숙 민정국장 등이 우리를 맞이했다. 여기 행사장에서 여러 항일 독립군 자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항일열사 김재윤 씨의 장녀 김춘자 씨, 최성준 열사의 장녀 최성옥 씨, 김세여 항일투사의 장녀 김영수 씨, 윤태열 항일참전용사의 장자 윤영철 씨 등이다. 이 분들에게 무궁화 한국화 1점씩 그리고 한복 20여벌, 우의 70벌과 양말 100족 등을 기증했다.

우리 한국이 굳건히 서서 세계 G20국에 당당히 들어가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나라, 김 용 세계은행 총재의 나라가 된 것도 민족을 위하여 몸을 던진 선열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한반도 우리 본국 영토에서도 항일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있겠고 그냥 세월 따라 왜국지배에 순종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이 연변에 있는 항일 후손들이야말로 우리 한민족의 원손(元孫)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들이 먼 훗날까지 중국민족에 동화되지 않고 굳건하게 한국민족으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이 필자도 항일투사의 유전자가 조금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증조모의 백부님이 한일합방을 거부하고 항일투사로 활동하셔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셨으며 증조부님은 항일투사 가족으로서 왜인들과 맞서 핍박을 받으시다가 자손들을 거느리고 “머루나 다래나 따먹으며 세상을 등지고 살어라”하시고 노령산맥 북부 대둔산 넘어 깊은 산골짜기로 피신하여 사시었다.

그 후 해방이 되고 우리 가족들은 논산 노성으로 옮기게 된다. 노성에는 독립군 가족인 우리 증조모 고향이기도 하다. 나는 우리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옛 피난처에 작은 집을 짓고 역사적 사실들을 정리해 놓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혈맥이 통했는지 내 초등학교 졸업반 때는 장래 희망이 민족을 위한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나는 써놓았다. 이걸 담임선생님이 보시고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희망인줄 아시고 전교생이 인근 사찰로 소풍을 가는데 나를 부르셨다. “너는 전교생 맨 뒤에서 상비약을 들고 따라오다가 부상자가 발생하면 치료해줘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역사 시간을 참 좋아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있게 생각되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것으로 짐작하시고 응급처치 약품을 맡기신 것이다.

그 이후 의료인이 되었으니 얼추 담임선생님이 맞추신 것이 된 에피소드도 있다. 나는 의사(義士)는 아니더라도 상이군경(육군 예비역 영관)으로서 국가유공자가 되었으니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작은 역할을 한 것을 보람으로 생각한다.

일정 3일째에는 두만강 너머 백두산을 등정했다. 4일째 용정에 다시 돌아와 우리 독립군을 많이 길러낸 산실 용정중학교를 방문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는 곳이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의 탄압이 혹심한 처지에서도 시종 독립과 자유를 위하여 삶을 바친 재능 있는 저항시인이며 인도주의적 시인이다.

아래에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읊어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30

용정중학의 건학정신

선조의 넋이 어린 비암산 일송정!
룡드레 우물을 마시며 그 넋으로
민족계몽과 반일 기-치를 높이 들고 일어선
옛 간도의 문화교육의 발상지-룡정중학!

애국애족의 육소중학의 얼을 고스라니 물들여
참신한 교풍으로 민족적 소질을 지닌
지구촌을 누비게 하는 룡정중학!

나라와 민족과 력사에 부끄럼 없이 몸과 마음을 단정하여
참되고 슬기롭게 살도록
이끄는 것이 곳 우리의 자세이다.
 
용정중학교의 소중학교의 하나인 대성중학을 방문했다. 이 학교 도서관은 현대식으로 잘 지어져있는데 라이온스 광주클럽 회장님을 역임하신 최상옥(남아토건) 회장님이 사재로 지으셨다고 한다. 나도 몇 냥 안 되지만 건물보수비로 지갑에 있던 전액을 내놓았다. 용정시내에 한국 독서실이 하나있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1층 2층 방에 한국도서가 빼곡히 차있다. 이곳은 광주광역시에서 기업을 하시는 한 분이 사재를 들여 운영하고 있었다. 광주 사람들은 참으로 역사관이 어느 지역보다도 뚜렷하구나 생각해본다.

일정 5일째에 심양 북능 관광 후 인천 공항으로 출발하여 귀국했다. 귀국 전에 한 가지 숙제를 안고 왔다. 조선족 자치시인 용정에 우리의 뿌리인 고구려시대부터의 역사물과 항일투사, 독립투사들의 유품 등 보존가치가 있는 3300 여 점의 귀중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조선족 역사관을 만드는데 협조를 요청해왔다. 박물관은 중앙정부에서 이미 지어줬고 내부공사에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하여 나는 문공부의 협조와 우리들의 봉사로 중국에 동화되어 흔적이 사라지는 한민족의 영혼을 잡아두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사바로세우기 작은 행동들이 인터넷에 특필된 것이 중국당국에 거슬린 모양이다. 우리 일행이 귀국하고 며칠이 지난 후 공안당국에서 우리가 전달한 국사책을 불순물로 간주하고 모두 수거해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분서갱유’ 시켰단다.

이런 중국 정서이니 “박 총재님! 지금 오시면 당국에서 체포 할 것입니다”고 박호만 전 용정시장이 전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나는 한 민족의 흔적을 영원히 잡아둘 수 있는 박물관 사업을 미완으로 접고 있는 중이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종수  치협 전 의장

박종수 치협 전 의장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