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의 역습 “ 왜 불안한 마음 자꾸 들까요?”

2022.12.14 18:23:33

“환자는 가격으로만 치과 선택하지 않아” 믿음
"양질·정직 진료가 우리치과 소신" 자신 했는데...
저수가 확산에 개원가 공멸 걱정의 목소리 커
가격광고 규제 요구 높아... 그래도 ‘기본진료 충실’ 마음 다잡아
창간특집Ⅱ - ‘저수가 블랙홀’ 우리 치과 대응

 

“크고, 싸게, 여러 명이 공동개원 하는 것이 요즈음 트렌드인 것 같아요.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전문성을 내세우지만 결국엔 저렴한 진료비, 박리다매로 승부 보려 하죠. 여기에 대응해 수가를 내렸다가 더 저렴한 진료비를 내세운 치과의 등장으로 고생하는 동료를 봤습니다. 많은 개원의들이 진퇴양난인 상황입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개원하고 있는 40대 중반 A원장의 한탄이다. A원장은 “요즈음 젊은 개원의들을 보면 바로 주요 상권이나 역세권 등 과거에는 신규 개원 시 겁이나 망설이던 지역에 대형 규모로 개원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성향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환자 모집을 돕는 마케팅 업체가 관여하는 것 같다. 한 곳에서 오래 하려는 느낌보다는 한철 빠르게 수익을 올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에 신규 개원한 30대 B원장은 자신의 고충을 항변했다. B원장은 “주변 몇몇 대학 선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6개월 정도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의 자격 등이 있지만 처음 개원하는 상황에서 홍보에 한계가 있다. 결국 젊은 치과의사들이 처음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가격 경쟁력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도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원가가 저수가 치과 확산으로 난리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 경쟁은 예상하고 감수할 마음까지 있었지만, 30만 원대, 20만 원대까지 임플란트 수가가 떨어질지는 몰랐다. 이대로 가면 ‘적자생존’이 아니라 ‘공멸’이 자명하다.

 

이와 관련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저수가 치과의 원인’을 물은 질문에 응답자의 62%가 ‘개원시장 포화로 인한 경쟁 악화’, 21.3%가 ‘일부 치과의사의 이기심’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정상적인 경쟁구조가 붕괴된 현실과 함께 이제는 물리적 대책이 필요한 시간이 왔음을 시사한다.

 

이어진 설문에서 회원들은 저수가 치과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수가·할인 명시 의료광고 금지’, ‘치협의 자율징계권 확보’, ‘과도한 환자 유인·알선 치과 고발’, ‘치과의사 배출인력 감축’ 등을 꼽았다. 일부의 이기심, 젊은 후배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도 지나친 부분에는 법적·제도적 규제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특히, 이와 관련 치협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MSO 관여 치과, 이들의 불법적인 환자 유인·알선 정황 포착에 집중해 문제 저수가 치과들에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저수가 치과 문제 홍보 강화해야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의료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가 지켜야 하는 것이 있고, 환자도 이를 잘 안다’는 것이 소양 있는 개원의들의 중론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개원의들도, 저수가 치과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오피니언 리더들도, 또 저수가 치과에 대한 대응책을 조언한 경영 전문가들 모두 ‘결국 충실한 기본 진료, 의료의 질로 끝까지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의 동네치과를 운영해 온 건실한 개원의들은 환자 상담과 진료의 철저한 분업화, 단위시간 최대한의 임플란트 식립 개수만이 유일한 동력인 저수가 치과의 운영 구조가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부분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치과를 찾는 환자의 특성도 순간의 불편함을 값싸게 해결하자는 임시응변의 마음을 가진 경우가 많고, 의료진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따르지 않는다는 것. 결국 나중에는 각종 의료분쟁으로 서로 쫓고 쫓기는 ‘낭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의견들이다. 개원의들은 이러한 저수가 치과의 폐해를 치협 차원에서 발굴·정리해 대국민에게 홍보하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반의 개원의들은 결국 환자의 성장사, 인생사까지 함께 나눴던 동네치과의 오지랖, 진료의 본질적 가치에 다시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 기존의 전통적인 병원 운영형식에 각자의 디테일을 더하고, 환자를 대하는 직원들의 정서를 헤아리고, 내 진료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환자들에게 더 매력 어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원 경력 20년 차, 인천에 개원하고 있는 C원장은 “저수가 치과가 많아져도 환자는 수가만으로 치과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싼 가격을 선택하는 비율은 경험 상 10명 중 2~3명이다. 이 2~3명의 환자는 결국 어떤 이유로든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환자를 믿을 수밖에 없다. 우리치과가 비싸다고 하면서도 결국 우리 치과를 선택하는 환자, 수가보다는 의료진의 경력과 신뢰도를 중요시하는 환자를 더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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