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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는 모두의 화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3%로 고령 사회가 되었으며 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를 넘어 어느 나라 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가 된다고 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추어 향후 미래를 이끌 기술로 재난방지 기술, 환경문제 극복 기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노인친화 기술을 선정하고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인친화 기술이란 노인들의 사회생활 및 건강문제의 개선과 관련된 일체의 기술을 일컫는 것으로 감각계, 근골격계, 뇌신경계 등 노인의 신체 변화를 보완해 주거나 향상시켜줄 수 있는 의학적 접근과 함께 노인의 생활이나 신체활동을 도와 줄 수 있는 도구 및 기구의 개발뿐만 아니라 거주 및 환경의 변화와 관련된 기술도 포함한다. 이와 함께 노인들의 정보습득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 양성뿐만 아니라 관련 정책의 변화까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치의학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치아 및 치주질환의 개선과 함께 구강건조증 및 미각문제, 저작 및 삼킴 기능의 향상과 관련된 문제 등 구강악안면 기능재활을 초점에 둔 노인친화 기술의 개발이 활발히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치과진료실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미 2~3개의 전신질환에 이환되어 있고(다중이환) 이로 인해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다약제복용) 인지기능의 문제나 난청 등으로 의사소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부 환자는 스스로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이나 거동의 불편함으로 인해 치과진료실에 내원하지 못하고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아픈 상태로 지내야만 한다. 노인친화 기술의 발전과 정책의 변화가 치과진료실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보지만 70세 중후반 이상의 환자분들과의 상담은 여전히 좌절과 어려움을 준다.

필자는 10여년 전 노인들을 위한 일련의 시리즈 출판물 중에서 구강건강 관리 부분을 집필한 적이 있었는데 출판사로부터 노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기술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당시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를 받은 적이 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나이로 74세 이상인 1945년 이전 출생자의 경우 초졸 이하가 63.5%, 중졸자는 13.5% 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의 갈등과 변화 및 위계적 사회구조와 직장경험의 체화한 집단이지만, 학교 교육기간이 짧고 문화학습 경험은 결핍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문화적, 교육적 보상을 받지 못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를 합친 통계 수치이니 고령층 세대에서 겪었던 여성의 심각한 교육 불평등까지 고려하면 마음이 아프다. 75세 이상 환자의 80%가 중졸이하 이라니….

이러한 교육기회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 현재 56세~64세)로 내려오면 초졸 이하가 8.7%, 중졸자는 16.7%로 크게 개선을 보인다. 하지만 현재 40대와 60대를 비교한 세대 간 교육 불평등에 관한 국가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60대에 비해 40대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비율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40대와 60대의 대학교육을 받은 비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 물론 우리의 남다른 교육열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겠지만 교육수준의 놀라운 발전은 앞 세대의 고달팠던 희생의 또 다른 그림자이다.

노인치의학 임상실습 프로그램을 경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초보진료자로서 고령 환자를 대해 본 경험이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고령 환자들에게 학생 자신들보다 더 큰 꿈을 가진 빛나는 젊음이 있었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인은 원래부터 노인이었던 것처럼….

고령사회는 고령자의 비율이 많아진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함께 사는 방법이 학습된 사회이다. 진료실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을 만나면 우리의 마음속에 애처로움을 담은 존경심을 더 많이 가졌으면… 노인친화 기술이 언젠가는 인지장애의 문제를, 거동의 문제를, 구강건조증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만 원치 않았던 교육기회의 박탈과 희생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노인친화 기술보다는 노인친화 마음가짐이 해결책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홍섭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