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에 ‘AI와 치과의 미래’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쓴 2025년은 AI의 대중화가 된 해라고 생각합니다. ChatGPT 같은 도구를 소수의 사람만 쓰다가 2025년부터 많은 사람들이 AI도구를 쓰게 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로 그린 그림이 카카오톡의 프로필에 유행한 현상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Chat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중 무엇이 더 좋은가에 대해서 서로의 경험담을 공유할 정도가 되었으니 2023년 5월에 제가 처음 ChatGPT를 쓸때와 비교하면 3년도 안되는 시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4년 5월에 대한치과보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ChatGPT 강의를 준비하면서 제가 시도해본 것이 우리가 늘 쓰는 FDI치식(십자모양에 숫자를 써서 몇 번대인지 표기하는 방식)을 인식해서 이를 치아번호로 바꾸는 것을 시켰는데 아무리해도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48번 치아로 인식해야 되는 4사분면에 있는 8이란 숫자를 자꾸 18번이나 38번으로 바꾸어서 인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같은 프롬프트를 수행한 것은 아니나 연구를 위해서 각 치아번호마다 상실여부, 치근이개부 이환여
허리가 아프다. 수석취미를 한지 꽤 되었다. 작은 돌부터 큰 돌에 이르기까지 집안 구석구석이 돌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알면서도 그 선을 지키지 못해 후회막급이다. 이젠 젊은 나이도 아니고 무거운 돌 들다가 허리 다치니 수석하지 말라며 아내부터 주위 사람들까지 말리곤 했다. 하지만 이상한 매력에 빠져 시간만 나면 바람도 쐬고 시름도 잊을 겸 가까운 하천으로 탐석하러 다녔다. 준설공사현장이라 하천바닥에 있던 돌들이 많이 노출되어 마음에 드는 돌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수석을 처음 시작할 땐 작은 돌이 예뻐서 가볍게 들 수 있는 표준석(15~45cm) 이하로만 취급했다. 탐석현장에 오니 자꾸 큰 돌에 눈길이 가서 대형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갖고 오면 집에 놓을 곳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쌓여만 가는 돌로 인해 아내의 잔소리는 날로 갈수록 심해지고 온 거실 온 마당이 돌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예전 글에서 돌 돌 하다가 돌탑 쌓고 돌무덤 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점차 현실화되는 것 같았다. 필자가 소설의 주인공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로는 돌에 꽂혀 돌 외엔 보이는 게 없다며 깊이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 경계를 자제 못 하고 사고를
2023년 가을, 가족들과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11월 서울에서 교정연구회 SET 코스의 인트스럭터로 참여하는 동안, 내년엔 언제 어딜 가면 좋을까 핸드폰의 캘린더를 보며 고민하다가 스페인으로 정했다. 대한항공의 마드리드 인, 바르셀로나 아웃으로, 승급 가능한 이코노미로 마드리드 행은 승급 좌석을 예매했고, 바르셀로나는 대기 예약을 한 뒤, 광주로 내려와 와인 모임의 송년회에서 같이 갈만한 동료들을 모아 바로 예약을 하게 했다. 돌아오는 비행편도 승급을 하기위해 틈틈이 확인을 했는데, 어느 순간 예약이 더 이상 되지 않는 게 이상해서, 1회 경유하는 비행기를 혹시나 해서 예매를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던 바르셀로나 노선이 Tway로 넘어가서, 대체 항공편을 구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미리 예매한 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싸게 잘 사서 쓰던 캐리어의 바퀴가 문제가 생겨, 이참에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해서 구매를 했다. 짐들을 백팩과 보조 가방에 넣어 꼭두새벽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서, 면세점에서 받은 캐리어에 짐들을 집어넣고, 게이트에서 수화물로 보내 달라고 했다. 일행들과 마지막 저녁 만찬을 하고, 출발하는 오전
2026년 새해 벽두,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소식은 전율 그 자체였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생포 소식.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Delta Force)는 주권 국가의 심장부에 침투해 현직 대통령을 ‘범죄자’처럼 낚아채 뉴욕 법정에 세웠다. 복잡한 국제법 절차나 외교적 수사는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생략되었다. 바야흐로 절대적 힘이 곧 정의로 규정되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완성된 것이다. 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며, 문득 세계 주요 도시의 광장을 떠올린다. 런던, 파리, 워싱턴 D.C.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터대제 상 등 문명국의 심장을 점령한 것은 펜을 든 학자가 아니라 칼을 찬 장군들의 기마상이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그 원형이 되었듯, 인류는 왜 평화의 시기에도 정복을 업으로 삼는 전사들을 도시의 중심에 세워두었을까? 그것은 공동체의 번영과 자유가 누군가의 피와 칼, 즉 ‘물리적 강제력’ 위에서만 지탱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특히 낙성대역 앞에 우뚝 솟은 강감찬 장군의 기마상을 보며 전율을 느낀다. 그는 칼을 의례적으로 높이 쳐들고 있지 않다. 칼날을 마치 말의 갈기처럼 뒤로 힘
2026년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좋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달성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협회장 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협회장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보들은 적토마처럼 열심히 뛰어서 수장이 되기를 원하는 연초가 될 것입니다. 협회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치과계 3년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어떤 분이 어떤 공약으로 당선되어 실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1월 19일 선거공고를 시작으로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며, 2월 9일엔 후보자 등록과 함께 선거운동이 시작되어 3월 10일 선거일에 투표 후 당선자의 윤곽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 협회장의 업무가 정지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부정선거의 결과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출발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아쉬움은 결국 전 회원에게 미치는 파장으로 알게 모르게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는 협회장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따라서 혼탁한 선거가 되지 않고 깨끗하고 공정하게 하려면 선거과정, 후보자 정보, 정책 토론 내용들을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충분히 공개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이
바나나는 한국인에게 거의 예외 없이 사랑받는 과일입니다. 칼륨과 비타민 B6, 식이섬유, 마그네슘 등 일상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를 고르게 품고 있어 ‘가성비 영양 과일’이라는 별칭도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가격 접근성이 높고 사계절 내내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덕분에, 어느 가정에서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과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흔한 바나나가 단순한 식품을 넘어, 한국 경제가 걸어온 궤적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생활 경제의 지표라는 사실은 의외일지도 모릅니다. 1970년대 한국에 바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것은 지금의 바나나와 전혀 다른 존재였습니다. 수입 규제가 엄격해 일반인에게는 ‘보기만 해도 신기한 과일’이었고, 한 송이 가격이 짜장면 열 그릇에 달할 만큼 비쌌습니다. 귀한 외화를 써야만 맛볼 수 있는 고급 수입 과일이었고, 국내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한 탓에 ‘외국의 풍요’와 ‘한국의 부족함’을 상징적으로 대비시키는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바나나는 한국인에게 부유함이 느껴지는 과일, 현실과 꿈 사이 어디쯤에 놓인 사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바나나는 사과·배와 어깨를 나란히
어떻게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가 되는지, ‘차라투스투라’의 입을 빌려 말한 니체의 생각을 여기에 세 문단으로 옮겨봅니다. -‘낙타’는 내면에 외경심이 깃들여 있는 강력한 정신이며 인내심이 많은 정신이다. 자신의 오만에 고통을 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자신의 지혜를 조롱하기 위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일이 승리를 구가할 때 그 일로부터 물러나는 것이다. 유혹하는 자를 유혹하기 위해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깨달음의 도토리와 풀로 연명하면서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병석에 누웠으면서도 문병 오는 자들을 돌려 보내버리는 것이다. 들려주고자 하는 바를 결코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와 우정을 맺는 것이다. 진리의 연못이라면 더럽더라도 그 속으로 뛰어들어 차가운 개구리도 뜨거운 두꺼비도 물리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경멸하는 자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유령이 우리를 위협하더라도 그 유령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낙타’는 인내심이 많은 정신으로, 위와 같이 무겁기 그지없는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려간다. 고독하기 그지없는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사막에서
의과대학 부속병원이나 전공의 수련병원이 아닌, 치과대학에서 일하게 된 건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국군병원에서 근무한 이후 삼성서울병원 펠로우로 복귀할지, 개원을 할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 무렵 지금은 고인이 된 레지던트 동기가 단국대 치과대학 마취과 전임강사 자리를 제안했고, 나는 큰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고향이 거창인 만큼 서울의 복잡한 생활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뇨를 비롯한 여러 지병을 앓고 계신 홀어머니가 고향에 홀로 계셨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필요할 때 곧바로 찾아갈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단국대 치과대학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던 천안에서의 교수 생활이 시작됐고, 어느덧 20년이 훌쩍 지났다. 교수로서의 자율성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큰 부담이었다. 그전까지는 이미 짜인 시스템 안에서 일했다면, 치과대학에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했다. 마취과 선임자도 없었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이는 대부분 치과의사뿐이었다. 치과 진료의 특수성 역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처음에는 국소마취제 카트리지가 1.8m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심지어 진료 보조 역할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정교해져도 AI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태도’입니다. 태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결심과 자세, 감정과 성찰의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고, 따뜻한 동료가 되고 싶고,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성찰과 자극을 통해 다져지는 것입니다. 책읽기는 바로 그 자극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떤 책은 나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어떤 문장은 내가 놓치고 있던 진심을 일깨워 줍니다. 책 속에는 무수한 사람들의 태도가 담겨 있고, 그들의 고민과 결단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추
2026년 병오년(丙午年), 힘찬 ‘적토마’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아침이 되면 으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하는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예전에는 연하장에 꾹꾹 눌러 쓴 손글씨로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톡 한번 보내면 끝이니 참 편한 세상이긴 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오가는 마음의 무게도 예전보다는 좀 가벼워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연말과 새해 인사가 엄격히 나뉘어 있는데, 가만 보면 모두 복을 비는 말이고 건강에 대한 얘기는 쏙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건강이란 건 남이 빌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내 스스로 챙겨야 할 몫이라 여겨서 그런가 봅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게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덜컥 손에 쥐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살아보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이 참 무섭도록 맞더군요. 우리는 흔히 정신력으로 몸을 이겨내려 애쓰지만, 개원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히려 몸이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네 치과의사라는 직업, 겉보기엔 고상한 지식 노동자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영 딴판입니다. 1m
검은 피부의 미군 해병대 상사가 젓가락 두드려가며 구성지게 뽑아내던 ‘동백 아가씨’ 얘기를 쓴 적이 있다(뽕짝의 세계화: 1996. 5. 치과타임스). 삶의 고달픔이 배인 흑인영가나 재즈와 우리나라 한(恨) 문화의 닮은꼴을 들어, 뽕짝이 만국 공통음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꿈꾸어본 것인데, 실제로 꿈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깜짝깜짝 놀라는 요즘이다. 케데헌이 대체 뭔고 했더니 K-pop Demon Hunters란다. 예전에는 줄임말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어 머리만 조금 갸웃하면 정답이 나왔지만, 요즘 유행어는 땅띔도 못한다. 세대 간 소통부재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줄임말이 아닌가 한다. 케데헌을 꼼꼼히 들여다보자. 으뜸가는 특징은 국민개병제가 심어놓은 군대 집단문화와 품세(品勢)우선의 태권도를 결합시킨 칼 같은 군무(群舞)다. 자세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대한민국에 와서 먹고 자며 배워도, 몇 년으로는 어림도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서양 8음계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본 엥카(演歌)와 전통적인 타령조의 5음계가 얽히면서, 묘하게 떠는 ‘악극단 창법’이 대중음악의 주류가 되었다. ‘홍도야 우지마라’ 3막 5장 막간에 한곡씩 등장하던 3절짜리 유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