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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체험기(상, 하)

Relay Essay 제2343, 2344번째

때는 바야흐로 2018년 황금 개띠의 시작을 울리는 종이 울린 지 3일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뚠뚠한(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몸을 이끌고 모 헬스클럽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유는 다이어트!!

지난 7개월 사이 5kg이라는 가히 놀라운 증가율을 보인 나의 몸은 이미 옷이 미어터질 듯 육감적(좋은말로ㅋㅋ)으로 변화하였으며, 늘 딱 달라붙는 옷들만을 선호했던 나는 애정하는 옷들이 옷장 옷걸이에 인질로 붙잡혀 있어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옷들이 안 맞아 보기는 처음이라 놀랍기도 놀랍지만, 몸에 라인을 중요시하던 나에게 꼭 끼어 터질듯한 옷을 입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실로….
이러한 일들은 다이어트에 대한 결의를 굳게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이어트 빨리 끝내서 봄엔 저 옷들 이쁘게 다 입어주리라.

40년을 넘게 살면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깟 다이어트가 문제로 소냐.
다 물렀거라. 다이어트의 신이 납셨다를 외치며 들어선 헬스클럽.
우와 여기저기 회원들이 달리고, 들고, 흔들고, 신세상이였다.
오늘 난 ‘스피닝’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신종 다이어트 운동을 시작하는 날이다.
나의 탄력 있는 몸매를 되돌려줄 스피닝. 으흠 신난다 도전은 언제나 짜릿하다.

며칠 전부터 새해가 시작되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노라고 마음먹은 나는 여러 가지 다이어트방법을 검색하며 정보를 얻고 주변 지인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스피닝’을 선택하게 되었다. ‘스피닝’은 쉽게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다. 이 얼마나 황홀한 다이어트 방법인가. 소싯적 클럽 좀 다닌 나로서는 정말 이만한 다이어트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피닝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같은 회사에 다니던 몸짱 과장의 조언이 컸고, 거기에 과거 몸짱이었던 또 다른 살찐 ‘공유’과장의 함께가 더불어 힘을 얻게 되었다.

몸짱 과장님이 보여주던 스피닝 동영상은 나에게 전율을 느끼게 해 주었고, 눈과 귀를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으며 “실장님은 3개월만 열심히 하면 원래의 날씬한 몸매로 돌아갈 수 있어요”라는 몸짱 과장님의 응원이 크게 한몫을 했다.

탄력 있는 몸의 주인공이 짧은 브라탑과 몸에 딱 맞는 타이즈를 입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는 동영상. 아니 저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즉시 새 빨강 브라탑과 딱 달라붙는 타이즈와 닭가슴살 등을 모조리 주문하고 내 곧 너희를 입고 저 동영상의 주인공이 되리라~ 아이 씬나~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많은 고정식 자전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꽤 많이 늘어서 있고, 천정에는 번쩍번쩍 오색 찬란한 싸이키 조명들과 커다란 스피커의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소리는 나의 시선과 귀를 붙잡기에 충분했다. 선생님의 안장 조절 방법과 페달 조이는 방법 등 간단하게 주의 사항을 듣고 시작!!

쿵짝쿵짝 신나는 음악소리, 경쾌한 리듬은 나를 이미 스피닝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고, 너무 신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음악을 멈추며 나에게 직진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오늘 처음이니까 잘 못해서 알려주려 오는구나’ 거기까지가 나의 착각이었다.
“회원님! 혹시 술 드셨어요?”
“네~ 운동 후에 술 마시면 절대 안 된다고 하길래 마시고 왔는데요.”
난 그때 그 선생님의 눈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어이없군. 딱 그 눈빛이었다.

우리 몸짱 과장님이 분명 운동 후에 술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전에 마시고 간건데 그것도 딱 맥주 1캔(350ml였음).
선생님의 당황하는 기색을 뒤로하고 난 떳떳하게 맥주 1캔을 마시고 왔노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쫓겨났다.  술 마시고 운동은 절대 안된다고. 히잉~ㅠㅠ

나의 인생 첫 다이어트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리문 밖에서 나는 멍한 눈으로 신나는 음악에 몸을 싣고 페달을 밟는 회원들을 부러워했다.
‘나 잘 할 수 있는데 내일 몸짱 과장은 죽었쓰.’

내 담당 트레이너가 다가와서 자초지종을 듣더니.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내일부터는 술 마시고 오면 안 돼요 운동 전후 술은 좋지 않아요. 자전거에서 떨어질 수도 있어요.”
‘우리 몸짱 과장이 분명 운동 후에만 마시지 말라고 했거든.’
어이가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트레이너가 날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저녁 8~10시까지 시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운동들을 체험해보라고 권해줬다.

토탈댄스!! 와 이거야 이거, 바로 내가 찾던 다이어트 방법이라구.
스피닝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토탈댄스’라는 운동? 운동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의 댄스 실력을 여과 없이 발휘하며 운동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 뭐든 잘 한다구.

나는 그날 내가 몸치라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7세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아왔던 나의 댄스 실력이 무참히 짓밟혀 버린… 흐흑.
나 좀 추는데… 내가 아는 그 댄스가 아니다.
아이돌 노래 틀어놓고 아이돌들이 하는 댄스를 따라 하는 물론 트로트도 있었지만.
이건 댄스가 아니야~ 내가 내린 결론이다.

에잇! 뭐 이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담당 트레이너가 요가도 들어가보란다.
어차피 처음이니까 모두 경험해보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결정하는 게 제일 좋다고. 다이어트도 즐기며 해야 하는 거라고….

요가… 이미 한풀 꺾인 나의 자신감을 다시 올리기는 힘들겠지만 새로운 건 늘나를 흥분하게 하니까.
헐 나 몸치 맞았다. 뻣뻣하고 각도도 안 나오고 힘만 들고 그런데 요가 선생님의 도움 하에 다리를 하늘 위로 들어 올려 1자로 올리기를 할 수 있었고, 거기에 등을 C자로 구부려 다리를 내 머리 뒤로 보내는 동작을 할 수 있었다. 이 동작들의 이름은 모른다. 일어 히라가나의 つ(tsu)의 모양이라는 것 외에는….
나 참 대단한 거 같았다. 요가 선생님도 칭찬해주셨고 재밌네 이거 봐 나 소질 있다니까.

전날의 쓰라린 경험을 뒤로하고 다음 날 필라테스와 헬스를 체험하고 그 다음 주 월요일 난 4개월의 티켓을 끊었다.

스피닝, 토탈댄스, 요가, 필라테스, 헬스까지 모두 하루 2시간씩 주 5일.
넉 달 후 난 새 빨강 브라탑과 스키니 한 타이즈를 입고 거울에 비친 멋진 나의 모습을 사진 찍는다.
그게 2018년도 절대 작심 3일이 될 수 없는 목표였다.
‘지금까지 이런 다이어트는 없었다. 이것은 다이어트인가 인간승리인가’… 4개월 다 마치고 5월에 재등록 해야 하는데.
몸무게가 2kg이 더 늘었다. 이런 젠장….

인바디 했는데 별 변화 없고 몸무게가 늘었단다. 난 내심 근육이 늘었구나하고 나를 안심시켰는데 담당 트레이너가 선수들도 근육 2kg 늘이려면 죽어난단다.
식단 관리는 잘 했느냐, 맥주는 줄였느냐, 잔소리다.
난 할 만큼 했는데.

식단 관리했고, 밥은 소스 종지에 먹었고, 간식은 원래 잘 안 먹고, 대신 닭가슴살 먹을 때 음료는 맥주로…. 밥도 적게 먹는데 보리음료라도 보충해줘야 몸이 안 축날까 싶었는데.
그리고 인간적으로 닭가슴살은 안주다.

담당 트레이너가 답이 없단다. 얼굴로는 웃고 있지만 내가 정말 미웠을 것 같다.
5월부터는 관리를 더 잘 해보자고. 맥주는 쥐약이라고. 일주일에 3~4캔도 안 된다고.
때려치웠다.

운동이 안되면 시술이지 그 이후로 난 병원 쪽으로 눈을 돌려 지방분해 주사를 맞아봤는데 멍만 시커멓게 들고 별 효과도 못 보고, 이렇다 할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대차게 시작했던 다이어트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아! 그 2kg은 수분이었다. 다음날 바로 빠졌다.
아직도 옷들은 좀 타이트하다. 그래도 입고는 다닌다. 그런데 대학 때 입고 다녔던 새 빨강 스키니 바지는 터질 것 같다.

운동은 끊었지만 아직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만 그동안 내가 들은 얘기들의 대부분은 ‘맥주를 끊어라’ 였으며 지금은 맥주 대신 탄산수로 갈증을 달래고 있다.

다시 예전 모습으로는 아니지만 몸무게는 좀 줄었다.

다음에 글을 쓸 일이 있다면 그땐 ‘다이어트 성공기’로 글을 쓰고 싶다.
지금은 새벽 1시. 잠을 자야 하는데, 내 두툼한 검지손가락은 냉장고 맥주에 살기 어린 눈빛을 보이고 있다. 그리곤 마치 미끄러지듯이 그 옆에 탄산수를 집어 올린다.
맥주를 그리며 탄산수를 집어 올리는 나를 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경화 ㈜메디칼유나이티드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