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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리더십(Mom Leadership)

황충주 칼럼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쯤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우고 미국 뉴욕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이륙 직후 비행기를 향해 날아오는 새 떼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은퇴를 1년 남긴 조종사 체슬리 설리 슐렌버거는 새 떼와 충돌 후 엔진에 불이 붙으면서 양쪽 엔진이 파손되어 동력을 잃은 것을 발견한 후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생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처음에는 회항해서 가까운 공항으로 가려고 했으나 850m 낮은 고도에서 추진력을 잃고 11km 떨어진 공항으로 갈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기장은 시도한 이래 성공한 적이 없다는 동체착륙을 센트럴 파크 인근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1도만 기울어져도 비행기가 뒤집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동체가 파손되지 않고 수상 착륙에 성공하자 기장과 부기장은 바로 승객들을 도피시키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강에 떨어진 후 약 1200여 명의 구조대원과 해안경비대 등은 구조용 보트와 통근 페리를 타고 구조작업에 나서 24분 만에 승객들을 배로 옮겨 탑승하게 한다. 두 개의 엔진을 잃은 항공기가 한겨울 차디찬 강물 위로 추락했음에도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이 사고를 두고 미국 언론은 허드슨의 기적(Miracle on the Hudson)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08초 안에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조종사의 존재뿐 아니라, 위급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프로기질을 발휘한 승무원과 그들의 지시를 믿고 잘 따랐던 승객들, 즉각적으로 현장으로 간 구조대와 민간여객선의 협조로 이뤄진 기적이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톰 행크스가 기장역을 맡은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2016년 9월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에서 기장은 물이 차오르는 객실에 끝까지 남아 탈출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고 비행기에서 맨 마지막에 탈출하게 된다. 155명의 생명을 구했는데도 끊임없이 그것이 승객을 위한 옳은 선택이었는지, 승객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설리 기장을 보게 된다.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 사건이 4월 16일로 6주기를 맞게 되는데 이 사건을 소환하며 세월호 승객 304명은 왜 구출되지 못했는지 설리 기장과 세월호 선장의 차이가 무언지, 하나는 기적으로 다른 하나는 비극으로 기억이 되는지에 대해 리더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며 열정적인 Ted 동영상 강의로 유명하고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라는 책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은 미 해병대의 식사는 최하급자가 제일 먼저 먹고 최상급자가 마지막에 먹음으로 미 해병대는 세계 최고의 부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리더는 모범을 보이고 조직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리더를 신뢰하고 존경하며 조직의 목적에 헌신하게 된다.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역할은 사회, 경제적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람들은 기성세대와 비교해 특권 의식, 자존감, 평등주의 성향이 강하다. 기존 산업화 시대에 요구되었던 상명하복의 카리스마형 리더십보다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치 엄마처럼 소통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리더십의 유형으로서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 리더십(Mom Leadership)이 요구된다. 맛있는 음식은 자식에게 양보하고 나중에 먹으면서도 번지르르한 자화자찬이 아니라 불평하지 않고 돌봄을 감사와 행복의 가치로 여기고 위험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안전을 확인하고 언제나 자기희생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어머니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이상훈 후보자가 제31대 치과의사협회장으로 당선되어 2020년 5월 1일부터 3년간 3만 치과의사를 대표하게 되었다. 본인은 캠프에서 내세웠던 ‘민생회무 강력추진! 투명한 클린협회!’의 슬로건을 위한 민생회무, 클린회무, 비전회무 등을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을 수정,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치과의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대국민 홍보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머니의 돌봄 리더십으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며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고 낮아짐으로 소통과 배려가 우선되어 조화와 화합을 이루고 산재한 문제를 디테일하게 관리하여 치과의사들의 위상을 높이고 3년 후에는 신뢰와 자부심을 가진 자랑스러운 협회장으로 남길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