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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감...

황성연 칼럼

내 제 1대구치는 모두 어릴 적 아말감으로 치료받았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에 보험으로 치료받은 아말감이다. 진안에서 버스타고 나와 어머니 손잡고 전주시내 치과에서 구개측에 마취주사액이 들어가던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입천장이 얼얼해지던 그때 그 느낌은 내가 환자들에게 구개마취하며 떠올리고 있다.

 

그 당시 치과치료 보험이 공무원만 가능했다고 한다. 보험으로 아말감 치료 받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치과치료가 비싸던 시절이었으니 아말감 보험은 참으로 큰 혜택이었을 것이다. 비싼 치료비 덕에 또래 친척 하나는 내 이름과 생일, 엄마·아빠 이름, 나이 등등을 모조리 외우고 내가 다니지 않았던 치과에 찾아가 내 신분으로 아말감치료를 받기도 했다. 힘들고 가난한 시절 치과의료보험은 그야말로 큰 혜택이었던 것이다.

 

공무원만 적용되던 보험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고, 치과의료보험이 이제는 임플란트에 틀니까지 적용된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 레진도 보험이 되기 시작했으니 크라운과 인레이도 머지않아 보험 적용이 될 것이다.

 

의료와 교육에 불평등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의료와 교육은 평등이라는 기치아래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기 위한 복지다.

 

복지, 정치다.

치과의사로서 나는 의료 보험이 확대되는 게 탐탁치 않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의료 보험이 확대되는 데 찬성이다. 그런데 이놈의 의료보험 확대가 뭔가 원칙이 없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뜬금없이 임플란트가 보험이 된 것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다.

 

생명연장에 효과가 있는 비싼 최신약들보다 치료제라기보단 영양제 느낌이 큰 한방첩약이 먼저 보험이 될 기세다. 곧 죽을 사람보단, 그만그만한 만성질환자들의 투표권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정부가 지방에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시설과 장비, 보조인력 등을 충분히 갖춘다면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등, 의사들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의사 숫자를 늘려서 경쟁에서 밀리거나 이국종 교수님과 같은 사명감으로 사는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길 바라고 있다. 감기나 몸살, 배탈 등의 일과성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닌, 어느 정도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병원을 개인이 투자하면서 지방에서 적자나지 않고 버티긴 쉽지 않을거다. 정부의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논리가 너무 허접한데, 180석의 거대여당의 힘은 무섭다. 의사 숫자가 늘어나면 국가 총의료비가 상승할거고 내가 납부하는 의료보험료 또한 오를거다. 의사 숫자를 늘려 지방에 의사 배치하기가 혹여나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까 궁금하다. 

 

코로나로 혼란한 시기에 의사정원확대문제는 당연히 의료계와 마찰을 일으킬 주제다. 막강한 정치집단의 힘은 배려도 없다. 막무가내다.

 

복지는 정치다.

정치가 복지를 지배한다. 

 

요즘 의료계 돌아가는 형국이 많이 답답하다.

내 어릴 적 아말감 보험으로 치료받고 좋아하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그립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