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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진정성

Relay Essay 제2415번째

언제부터인가 치과 개원을 준비하면서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수가 되었다. 보통은 홈페이지를 어떻게 할까 정도를 고민하지만, 병원을 크게 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마케팅 팀을 따로 두기도 하고 외주회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원래는 마케팅이란 것이 나쁜 게 아닐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의료계의 광고판은 가장 나쁜 사람들이 가장 착한 척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나쁜 치과가 임플란트의 합리적 가격을 말하고, 임플란트를 반값에 심어주겠다고 하고, 심한 치주염 환자를 하루 만에 사과를 씹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99%를 수술없이 교정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광고판에 발을 담그지 않고 치과를 운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동네에서 오는 환자만 양심에 따라 정성을 다해 치료하고 그것만으로도 병원이 운영이 된다면 치과의사로서 반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네이버 검색 광고만 해도 임플란트, 교정 등 치과의 대표적인 상품(?)들은 이미 시군 단위로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택 임플란트”, “안성 교정”으로 검색하면 이미 많은 병원들이 광고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물티슈 광고는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다.


대체로 질 낮고 하기 쉬운, 그래서 대부분 나쁜 병원들이 이렇게 하는, 마케팅 전략은 가격은 낮추고 광고비 지출을 늘리되, 판매량을 늘려서 이윤을 얻는 방법이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이다.


그런데 진료를 정상적으로 해본 원장이라면 의료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의료는 기본적으로 노동력 집약적인 산업이고, 특히 치과는 원장의 노동력이 절대적이라 상품(?)을 한없이 많이 팔수가 없다. 그래서 강남에서 마케팅으로 환자를 끌어 모은 병원들이 감당이 안되서 구)야밤도주/현)먹튀를 하는 것이다. 강남에서 마케팅에 의존한 병원들이 망해나가도 비슷한 컨셉의 병원이 또 생기는 이유는, 망한 원장들이 자기가 망했다고 소문을 내지 않아서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망한 장소에 이전 병원이 왜 망했는지 모르고 똑같은 방법을 쓰는 다른 병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또는 사무장이 바지원장을 앉히고 해먹다가 바지를 벗어두고 도망가서 다른 곳에서 다른 바지를 입는 식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광고하는 병원이 나쁜 병원이다’라는 말이 통할 듯 하다. 나쁜 병원을 피하는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은 광고를 하는 병원, 즉 내가 인터넷이나 SNS, 유튜브에서 본 바로 그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필자는 마케팅이 판치는 강남권에서, 마케팅의 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양악수술 시장에서 병원을 하고 있다. 이 바닥은 마케팅 판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곳이다. 의료사고로 환자가 죽어나간 병원에서 며칠 후 ‘안전한 수술 병원 고르는 법’이라는 기사를 내고, ‘무사고 15년’이라고 광고를 한다. 기본적인 양심도 없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마케팅에 의존하는 병원들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그러니 더욱더 나쁜 짓을 많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쁜 마케팅을 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오직 병원으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찾아오는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고, 치료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될까? 그게 좋다고 생각해서 하는게 아니다. 할 수 있는게 당장은 그것 뿐이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수술 상담을 하다보면 지금 내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건지, 내 자신에게 설명을 하는 건지, 내가 심심해서 환자를 붙잡아두고 이야기 하는 건지 애매할 때가 많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였던 의사집단파업에서도 마케팅은 빵점이었다.

 

전공의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도 파업의 이유에 대해서는 단 하나도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전교 1등 운운하는 헛발질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 뿐, 의사 수와 의료 서비스의 수, 일차 의원과 이차, 삼차 병원, 소위 인기과와 필수과의 차이 등 기본적인 개념조차 정리해서 전달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 결과 돈만 밝히는 의사들은 면허증을 반납하게 하고 의사를 수입하자, 인턴은 없어도 되니 의대생들 국시를 못 치게 하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만 난무한다. 이들이 이 말의 의미를 단 1%라도 알까? 답답한 상황이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있어서 의사들이 진정성이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집단휴진을 시작했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진정성은 전해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의 실수는 오해를 낳았으며, 그 결과 전국민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전략이 전혀 없었다. 마케팅에서 진정성 만으로 되던 시대는 끝났다. 사실 그런 시대가 있었는지 조차 모르겠다. 이제는 모두가 마케팅을 공부해야 한다. 사회와 대중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환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환자들의 용어로, 환자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 산을 옮긴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같으면 어느 천년에 산을 옮기겠는가 싶다.
산을 옮길려면 포크레인을 가져 와야 한다.
그리고 포크레인 운전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