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취약한 공공의료, 민간의료의 공공의료화로 해결할 속셈인가

김용식 칼럼

민간의료로는 투자와 운영이 불가능한 취약분야와 필수의료를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병상 중 공공의료병상 비중이 10%정도로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의료의 기반은 공공지출을 통한 의료의 관리통제에 있지만 비용을 제한하면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과거 적자운영을 빌미로 강제 폐업시킨 진주의료원사태를 통해 정부 및 지자체는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부족의 단면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의사가 부족해서 진주의료원이 폐업한 것이 아니듯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방의료원이 그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7월 24일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취약한 공공의료와 지역간 심한 의료격차라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내놓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K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또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인에 감사한다며 캠페인까지 하던 정부가 뒤에서는 의사들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되는 정책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의사단체는 8월 7일, 14일의 집단휴진에 이어 전공의 파업, 의대생 국시거부 등을 통해 강경하게 맞선 바 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양측의 갈등은 9.4 의정합의로 일단 봉합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국회 쪽에서 의료계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의사면허와 국시관련 특혜 이슈를 부각시키는가 하면 그동안 의료계의 반대로 수면아래에 있던 법안들을 재추진하고 있다.


이번 의정 갈등에 대한 보복성 공세로 보이나 의료계를 몰아붙이는 전방위적인 압박이 예사롭지가 않다.


과거 일부 의사들의 도덕적 일탈을 부각시키며 의사의 면허권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 하는가 하더니 또 한쪽에서는 개업의사의 평균 월소득이 2천만 원에 육박한다는 기사가 뜬다. 의사 소득으로 국민과 의사 사이를 이간질하겠다는 계산된 언론 플레이이다.


10년간 4000명을 급히 늘려야할 정도로 의사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면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주장하더니 정작 의대생 국시 재응시는 의료계의 사과가 나왔어도 불공정과 국민감정을 이유로 불허하고 있다.


예상되는 의료공백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데 의사는 왜 증원하겠다는건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6년째 동결됐고, 2017년 기준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이 3.4명인 반면 한국은 1.89명이며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2.3명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 1천명당 의료인력 증가율은 OECD 평균이 2.2%인 반면 한국은 14.1%라는 또 다른 OECD 자료(치과의사는 OECD 평균 1.3%, 한국은 10.8%)를 참고하면 한국은 의사, 치과의사 수의 증가가 매우 가파르게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즉 현시점에서의 단순 통계수치만 놓고 보면 몰라도 정부가 주장하는 10년간 4000명이 배출되는 시점에서는 부족하지는 않다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리고 OECD 통계대로라면 현 시점에서 한국의 의사 수는 많이 부족하니 병원 문턱은 높고 의료수준은 낮고 또 몇 달씩 기다려 진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의료의 질적 수준과 접근성은 어느 의료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의료부분의 취약성을 정부의 통제된 가격하에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한 민간의료시스템이 받쳐주면서 형성된 이 아슬아슬한 균형점마저 왜 정부가 나서서 깨뜨리려는걸까.


그것은 당연히 국가가 감당해야할 공공의료의 부족분을 민간의료의 공공의료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이를 위해서 의사 수의 증가와 의사 소득의 감소가 선행되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 일사불란하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통해 의사의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포문을 열고, 국민의 알권리를 핑계로 의원급에도 비급여수가를 공개하게 해 의료비 인하를 유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비급여수가를 정부가 고시하는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난 상황 발생 시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동원이 가능하게 하고(황운하 의원), 의사 면허 취소 범위를 확대하고(강병원 의원), 나아가 영구적으로 의사 면허 취소가 가능하게(권칠승 의원)하는 등 의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들이 줄서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려하는 내용대로 차곡차곡 진행된다면 정부의 손 안대고 코풀기 식의 공공의료화가 정말 성공할지도 모른다.


의사는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의료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복지부 공무원이 어쩌면 정부의 속내를 커밍아웃한 것 같아 씁쓸하다.


이대로라면 유럽식 사회주의 의료를 지향하는 한국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을 기어코 완성시킬 기세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유럽식 사회주의 의료가 국민건강을 담보하지 못하는 허황된 시스템이라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휘두르는 칼춤은 멈출 줄을 모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