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원장실 경영학의 탄생

Relay Essay 제2461번째

치과의원장이라는 직위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말하는 경영자와 근로자가 모두 원장이다. 즉 치과의원에서 경영의 고용주와 생산의 중요한 근로자가 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원장들에게 강의를 할 때, 의원을 창업하는 일은 “종합예술”이라고 설명을 한다. 투자자, 감독, 작가, 섭외 그리고 주인공이 모두 원장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폼나게 출근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YTN 뉴스를 보며 최저임금 42%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시행을 잠깐 생각해 본다. 오전 10시에 맞추어 환자를 본다. 그러다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어 협력업체의 밀린 잔금을 이체하고 오후 2시에 맞추어 다시 환자를 본다. 오후 6시 30분, 막내 직원 한 명이 원장실을 두드린다. 우리 치과와 맞지 않아 퇴사를 한다고 통보를 받는다. 고맙게도 카톡으로 퇴사를 전하지는 않았다. 피곤하지만 퇴직연금과 실업급여 등이 머리를 스쳐간다.

 

드디어 집이다. 피곤함은 샤워로 달래고 저녁을 먹고는 알게 모르게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음 날 아침, 구인광고를 알아보고 정부가 말한 최저임금이 막내 직원의 급여를 가볍게 넘어간 사실을 알고는 놀라고 걱정하기를 반복한다. 직원이 화장실 변기가 고장 났다고 보고를 한다. 네이버에서 하수구 업체를 검색해보고 숨은 고수를 찾아준다는 숨고 앱도 깔아본다. 치과의사협회의 보수교육 점수를 위한 세미나 예약과 협회비 입금도 잊으면 안 되고 보철학회 보수교육 점수도 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열심히 환자를 보지 않는다면 이번 달 장비 할부금과 인테리어 대출 원리금 그리고 가족들이 사용한 카드 대금을 낼 수도 없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자리이다.

 

지난 20년 동안 열심히 그리고 쉬지 않고 양심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입금된 자금으로 결제를 하며 세금을 내기를 20회 반복하였다. 하지만 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지 못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자유로운 경영을 깨우치기를 간절히 기대하였다. 자연스럽게 성공한 창업자의 평전들과 다양한 경영 컨설턴트들의 자기 개발서를 읽고 성공을 논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강의를 들어왔다. 그러나 의료계 현실에 맞지 않음에 좌절하기를 반복하였다.

 

의학은 의학대로 발전하여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그 깊이와 넓음을 알지를 못하기에 돈을 주고 치료를 받는다. 경영학도 경영학대로 발전하여 의사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 깊이와 넓음을 알지 못하여 과거의 경영학자들이 이미 해결해 준 문제점으로 새롭게 고민하고 좌절하며 파산도 한다. 물론 환자가 진료를 받듯이 경영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지만 법인체가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경영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기에는 매출도 규모가 작고 개인사업자의 소득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를 해야 한다는 점은 자존심이 허락하기도 어렵다. 물론 개인 정보의 노출 문제도 발생한다. 게다가 학생 시절 뭐든지 잘하는 모범생들에게는 이런 문제로 남에게 돈을 줘가며 의뢰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원장님들이 조심스럽게 경영학에 관심을 갖고 병 의원을 경영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병의원을 돌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투명해졌고 다른 전문 영역들과의 법체계가 복잡해서 의료영역과 따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고 의료 영역을 간섭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비급여 수가 공개 정책이나 수술실 CCTV 설치 이슈 등이 있다.

 

2000년 초반, 집에서 치과가 있는 오산까지 한 시간 정도 출근을 하며 즐겨서 듣던 라디오 방송이 MBC의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였다. 당시 생활 경제 연구소 김방희 소장님은 방송 중간중간 맨큐의 경제학의 일부를 예로 들어 당시 경제 상황을 설명하시곤 하였다. 어느 날, 서점에서 맨큐의 경제학의 번역본을 보고는 그 책의 크기와 두께에 놀라 구입을 포기하였다. 그리고 2019년 궁금함에 그리고 간절함에 구입을 해서 읽고 정리하기를 시작하였다.

 

19세기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경제학 원론”에서 경제학은 인간의 일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제학은 인간이 돈으로 살아가는 한 꼭 필요한 학문이고 의학 치의학 과정에는 없는 문과학이지만 이과에 가까운 과학이다.

 

맨큐는 서문에서 첫째, 경제학은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경제학을 배우면 경제활동에 더 지혜롭게 참여할 수 있다. 셋째, 경제학을 배우면 정부의 경제 정책이 달성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이해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원장님들과 후배 선생님들께서는 경영학과 경제학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당연히 두껍고 거대한 경제학과 경영학 원론을 읽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장실에서 바라본 경영학의 도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원 채용과 관리에 필요한 조직 행동론과 조직 설계론 그리고 직원들 간의 급여 체계를 정리하는 보상관리론 그리고 원장 자신의 생존을 위한 관리회계와 재무관리 그리고 재무회계가 있다. 물론 조직의 경쟁력을 위한 마케팅 분야도 있을 것이다. 경영학을 배우고 있는 저자의 글이 경영학을 주 전공으로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부족한 지식의 단편들이지만 원장실에서 필요한 자료의 정리를 하고자 한다.

 

그보다도 젊은 의사들이 병 의원 개업과 운영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무거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50대의 조정훈 원장이 달고 살아온 좌절과 어리석음을 줄여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