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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석을 꿈꾸며(2)

시론

수석취미를 하다 보니 꽤 모였다. 난실은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 수시로 드나들 수 없지만 수석은 거실이나 장식장과 전시대에 있어서 휴식시간마다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 괜찮은 돌을 주워오거나 구입했지만 나름대로 애착이 생겼다. 그냥 보는 것과 좌대에 안착되어 자세를 잡은 돌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좌대에 오르기 전에는 잡석이거나 맨 돌로 보이지만 좌대나 수반에 안치되는 순간 수석으로 대접받는다. 그만큼 좌대나 수반의 역할이 크다. 좌대에 올려야 모양이 되는 수석이 있는가 하면 수반에 놓아야 작품성이 돋보이는 수석이 있다. 그런 이유로 수반에 놓아봤다가 좌대에 올려봤다가 하면서 수석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가는 것 같다. 세상에서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난이나 기르고 돌이나 만지작거린다는 소릴 많이 들었는데 일부는 인정하지만 정말 부지런해야만 그런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빽빽이 차 있는 수석 무더기를 보며 그 중 몇 점은 멋있는 좌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딱히 수석좌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전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운 목공예에 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목공예 기술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조각도 세트를 구입하고 일반톱과 쥐꼬리톱 그리고 전기톱을 장만했다. 예전엔 꿈도 못 꿨는데 인터넷으로 필요한 무엇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좀 더 완벽한 작품을 위해 전기 디스크를 구입했는데 나도 모르게 소형 모루와 바이스까지 갖추게 되어 조그만 공예실에 있는 것처럼 잡다한 공구들로 가득 찼다. 와이프는 내심 못마땅한 표정이다. 돌도 모자라 좌대 만든다고 장만한 공구 세트나 좌대소재를 위해 여기저기서 구해 온 원목토막이나 목근들로 온 마당에 가득 찼다. 그래도 공예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톱질하는 것도 쉽지 않는데 전기톱은 쓱싹쓱싹 잘 잘리는 대신 자칫하다가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르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필자도 좌대 만드는 중 순식간에 엄지손톱이 살짝 뜯기는 사고를 당했다. 장갑을 꼈으니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3주간 불편해서 애를 먹었고 정말 조심하게 다루어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한 수석인지라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되고 스프레이를 하면서 깨끗하고 시원하게 관리하면서 소소한 재미와 함께 수석과 대화를 나누며 무심의 세계를 맛보기도 한다.

 

보통 수석은 석질과 형태에 따라 분류되기도 하지만 크기에 따라 촌석(10cm이하), 소형석(15cm이하), 표준석(15~45cm), 대형석(45~70cm)으로 나누는데 촌석, 소형석은 나름대로의 멋이 있지만 필자는 표준석 위주로 수집하고 혼자서 들 수 있을 정도의 대형석만 취급한다.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로 크거나 무거운 수석은 실내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거나 넓은 정원이 있는 분들에게 적합한 수석이니 환경에 맞게 수석활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몇 점의 대형석 외엔 주로 전시대에 올려놓을 정도의 두 손으로 번쩍 들 정도의 작품들만 모이게 되었다. 감상하기 편한 것 같고 상하좌우전후로 위치를 바꾸어 가며 즐길 수 있다. 평생을 수석과 함께한 유명 수석인이 TV에 나와 많은 일화와 다양한 수석 세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편 유명 가수의 아파트에 온통 수석으로 가득 차 탄성을 자아내게도 했으며 수석들로만 가득 찬 별장이 따로 있어 거기서 음악작품의 영감을 받기도 하며 수석에 대한 애착과 의욕이 남다르다는 걸 보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마누라보다 돌이 좋다는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수석에 대해 조금 알게 되니까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때 그분이 선물로 한 점 내주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수석인의 입장에선 많은 수석 중에 어떤 수석을 줄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귀한 수석을 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석인 입장에서 희소가치가 낮은 걸 선물하면 나중에 알게 되어 섭섭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해서 되레 양해를 구하고 모양이 예쁜 소품용으로 선물하게 된다. 여하간 돌로 인해서 빚어진 사연들이 참 많다.

 

 

정성들여 만든 좌대에 안치된 순창호피석을 대기실 정면에 위치시켰다. 호피석의 밀도가 오석보다 높아 상당히 무거워 한번 들어보라고 하면 힘센 사람들도 잘 못 든다. 오는 환자마다 은근히 자랑도 할 겸 용맹하고 활력 넘치는 호랑이 기운 받으라고 한 번씩 쓰다듬어 보라 한다. 환자들은 재미있다며 시키는 대로 쓰다듬으며 호응을 해준다. 짧은 순간이지만 웃을 수 있어 좋다.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며 근무시간 외의 시간이 너무 바쁜 것 같지만 색다른 묘미가 있기 때문에 싫증이 나지 않다. 훗날 제2의 인생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한 준비활동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빠져보곤 한다. 각자 개인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취미생활을 개발해야 지금 이 순간 뿐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계기가 되리라 믿으며 필자가 하고 있는 일들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소개한다.

“아모르 파티! 까르페 디엠!”

 

 

일석을 꿈꾸며

 

가슴이 두근두근

온통 돌 생각

변화석 무늬석 형상석

색감 좋은 순창 호피석

집지킴이 두꺼비 수호신

 

쌓여만 가는 돌 돌

불어나는 잡석투성이

버리려니 아깝고

두려니 자리차지

온 거실 온 마당 가득

 

물 뿌림의 묘미 속

나타나는 신비의 세상

꿈을 그리며 낙원에 산다

일생일석 꿈꾸며

돌 속으로 끌려간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