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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 흔한 도시나무 - (2) 자귀나무

Relay Essay 제2580번째

자귀나무는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숲공부를 할 때 우리 기수(숲연구소 30기) 이름이 바로 ‘자귀나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낯선 이름이었지만 즐겁게 나무공부 하였던 기억이 있다. 자귀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가끔 아파트공원 또는 내가 출근하는 동부간선도로 옆에 수줍게 숨어있는 자귀나무를 발견할 때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자귀나무의 정수는 꽃이다. 6~7월 장마 때 피기 시작하고 50개에서 80개 되는 연분홍빛 실타래뭉치 같은 꽃이 군데군데 열리는데 이 모습은 천상의 꽃처럼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 향기 또한 진하고 한번 맡으면 취하게 만든다. 실제로 중국 당나라의 두양의 부인은 남편의 베게밑에 자귀꽃을 두고 술에 타서 피곤한 남편을 기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 갈라져서 마주보던 잎들이 신기하게도 밤에 겹쳐지는 모양을 보고 남녀가 자는 모습 같다 하여 야합수(野合樹)라 불리기도 한다.

 

자귀의 어원은 우스개로 잠자는 귀신같다고 하여 ‘자귀’이고 나무 깍는 연장인 ‘자귀대’를 만드는 나무라 하여 ‘자귀나무’라 불리기도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합환목(合歡木), 껍질을 말려서 약초로 쓰는 합환피(合歡皮) 합혼수(合昏樹), 합혼목(合昏木), 야합수(野合樹) 등으로 불리며 ‘동의보감’에는 나무껍질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서 만사를 즐겁게 한다’는 기록이 있으며 ‘옹재전서(弘齎全書)’에는 ‘합환은 분(忿)나는 것을 없애 준다’라고 했다. 또 나무껍질을 갈아서 밥에 개어 바르면 타박상, 골절, 류마티스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겨울이 되면 콩과식물의 특성상 긴 콩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리게 되는데 세찬 바람에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여자들이 시끄럽게 수다 떠는 것 같다하여 여설수(女舌樹)라 불리기도 한다. 콩과식물은 어디에 심어도 잘 자라는 데 주로 중부 이남에 많이 서식하며 키가 보통 3~5미터 정도로 자라나 가끔 숲속에서 10미터까지 자라는 경우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자귀나무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명종 16권’에 9년(1554년 갑인) 4월 23일에 ‘풀씨가 내렸는데 자귀나무 열매 같기도 하고 작두 같기도 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귀나무는 비스듬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아 서로 가까이 심고 가지를 붙여놓으면 서로 붙어 자라는 연리지(蓮理枝)가 되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져 간다.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 매어달린 자귀열매를 흔들어 보며 지난날 분홍빛 여름이야기를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귀나무

                                          조세종

 

늦게 핀 꽃이

어찌 일찍 질 수 있으랴

 

오늘의 이야기가

웃음이

눈물이

알알이 맺혀

살갗에 남아있는 걸

 

늦게 진 꽃이

어찌 혼자일 수 있으랴

 

분홍잎 끝에

매어달린

그리움들

 

우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