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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und 사건, 치과의사의 윤리를 되묻다

시론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에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자란 Dr. Zeidler는 University of Pacific 치대를 졸업한 후 수년간 페이닥터로 일하다가 2012년에 독자적인 개원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산호세에서 평생을 개원의로 일하다가 36년 만에 은퇴를 하게 된 Dr. Lund는 자신의 치과를 인수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만에서는 개원 경쟁이 매우 심하고 신규 개원자리를 찾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따라서, 환자 차트와 보험 청구기록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연간평균 72만에서 96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된 Dr. Lund 치과를 Dr. Zeidler가 인수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젊고 패기에 찬 Dr. Zeidler는 약 50만 달러를 치과 인수비용으로 지불하였고, 한 달 정도 두 사람이 함께 진료한 후 은퇴식까지 베풀어 주었다.

 

드디어 혼자서 환자를 보기 시작한 후 한 달이 지난 즈음, Dr. Zeidler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첫 달 진료수익이 Dr. Lund의 예전 수익에 턱없이 모자라는 15,000달러에 불과했고, 환자 수도 급감한 것이었다. 게다가 Dr. Lund의 예전 단골 환자들에게 “이전 치료가 잘되어서 이제는 더 치료할 것이 없네요”라고 말하면 “더 이상 없다고요? 그럴리가요?”라고 자신의 진단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그 환자들이 받은 근관 치료나 보철 치료의 수준은 나무랄 데 없이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이었다. 이상하게 느낀 Dr. Zeidler는 고민 끝에 Dr. Lund 환자들의 5년간 의무기록 전부를 9개월 동안 꼼꼼히 조사하게 되었다.

 

Dr. Lund는 그 지역에서 오랜 기간 진료하며 환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므로 부부나 부모자식 모두가 수십 년간 치료받았던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Dr. Lund는 한마디로 과잉진료(overtreatment)와 부당치료(malpractice)의 전형적인 유형이었다. 하지도 않은 I&D를 실시하였다고 청구하거나 전악 근관 치료와 전악 보철치료를 수시로 시행하였고, 부당한 보험청구(insurance fraud), 불필요한 치료, 치료하지 않는 행위를 보험 청구하는 등이 통상적인 진료 패턴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Dr. Zeidler는 고민 끝에 이를 캘리포니아 치과의사협회에 알리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후 치료받은 환자들과 Dr. Zeidler는 Dr. Lund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되었고, 2016년 Dr. Lund는 보험사기혐의로 구속되었다. Dr. Lund는 자신에게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한 환자들과 약 300만 달러에 합의하였으며, 250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Dr. Zeidler는 본인도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약 27만 달러 이상의 변호사 비용이 들었으며 치과 인수금액 50만 달러도 회수하지 못하였다. 이후 그는 그 문제의 치과를 닫고 부친과 남동생과 함께 가족이 운영하는 치과를 개원하였다.

 

이 사건은 2019년 5월 미국의 유명 시사잡지인 “The Atlantic”에 “The Truth About Dentistry”라는 제목으로 실리면서 미국 치과계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환자의 신뢰를 악용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득한 사건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이 기사가 단순히 이 사건 자체만 분석한 것이 아니라, “1) 치과 의료자체가 증거에 기반한(evidence based)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 2) 치과대학 졸업까지 치대생들이 평균 20만 달러의 빚을 지는 등 학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졸업 후에는 이윤 추구의 길로 가게된다(financially motivated), 3) 치과의사들이 환자의 이익이 아니라 불필요한 진료로 재정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 라는 등의 주장을 한 것이 큰 논란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이 잡지가 출간되자마자 미국치과의사협회장 Dr. Jeffrey Cole이 이 잡지의 편집장 앞으로 보내는 반박문을 발표하여 “비록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정직하고 윤리적으로 진료하지만, 언론계와 마찬가지로 불행하게도 일부는 의심스러운 윤리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와 같이 광범위하고 부정적인 브러쉬로 직업군 전체를 칠해버리는 것은 부당하다” 라며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필자도 2019년 당시 “The Atlantic”을 사서 읽어보니, 치과진료비가 비싸고 치과 치료도 받기 힘든 미국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갖는 불만을 불쏘시게 삼아 논리적인 비약을 덧붙여 치과의사와 치과의료 전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Dr. Zeidler가 이 사건에 대하여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치대 학생들을 대상로 강의한 것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이것을 보면 Dr. Zeidler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해를 입히지 않고, 정직한 진료에 바탕하여 진료해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기본 윤리에서 일탈하여 그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던 이와 같은 경우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Dr. John Roger Lund는 고도의 전문성이 윤리성의 결핍과 만났을 때 그 직종 전체를 얼마나 흔들어 놓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며, 다행히 Dr. Brendon Zeidler가 있음으로 해서 “치과의사 윤리선언”을 다시 꺼내 보게 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