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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엔

황충주 칼럼

주요 특급호텔들이 지난 연말에 뷔페 가격을 줄인상하였다. 통상 매년 그때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뷔페 가격을 올려왔지만, 지난해에는 유독 인상 폭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식자재는 물론 부자재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는 상황이고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뷔페 가격을 동결하면 동일한 퀄리티의 서비스를 유지하긴 어렵다”라며 음식 품질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는 12월 1∼20일 저녁 가격을 19만5000원으로, 21∼31일 저녁 가격을 21만5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평소 평일·주말 저녁 가격은 18만5000원이었는데 각각 1만 원, 3만 원 오른 셈이다. 신라호텔 측은 와인 무제한 제공, 서비스 개선 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격 인상으로 성인 4명이 주말 저녁 식사를 하러 가면 100만 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신라호텔뿐 아니라 롯데·조선 등 서울 특급호텔 뷔페는 12월 주말 예약은 대부분 완료되어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뷔페는 원래 열차 안이나 정거장에 서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마련된 식당을 가리키는 프랑스 말에서 왔지만, 유래는 바이킹이라고 한다. 바이킹은 장기간의 해상생활 기간에는 소금에 절인 음식과 햇볕에 말린 음식만 먹지만 고향에 돌아오면 해적질로 얻은 노획물들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늘어놓고 그간 먹고 싶었던 온갖 신선한 음식을 한 곳에 가득 차려놓고 먹고 싶은 만큼 덜어 먹으면서 밤낮으로 즐겼다고 한다. 그 뒤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상차림을 ‘스모르가스보르드(Smorgas bord)’라고 불렸는데, smor는 빵과 버터를, gas는 가금류 구이를, bord는 영어의 board를 각각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집에서 만든 음식을 격식을 갖추지 않고 좁은 곳에 펼쳐 놓고 많은 손님을 대접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후 뷔페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하고, 19세기에는 영어권 국가들에도 퍼져나갔다. 뷔페가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초창기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 덕분이었다. 카지노 호텔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좀 더 많은 시간 호텔 카지노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였는데 고객들이 식사하러 호텔 밖 다른 식당에 가는 것이 큰 문제였다. 손님의 가장 중요한 식사를 외부의 다른 레스토랑에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현대식 뷔페였다. 손님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식사를 호텔 내 한자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한꺼번에 제공하여 빨리 식사를 하고 도박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후 카지노 호텔의 현대식 뷔페는 빠른 속도로 발달해 널리 퍼져나갔다.

 

30~40년 전까지도 가족끼리 생일이나 입학식,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는 무슨 음식을 먹을 것인지에 따라 한식집이나 중국집과 같은 장소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뷔페가 소개되면서 무슨 특정한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종합 선물 세트같이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 산더미같이 진열되어 있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는 새로운 세계였고 가족 이벤트가 되었다.

 

가난하고 배고픈 어려운 시절을 지낸 5060세대에게 뷔페는 다양한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기회로, 있을 때 배부르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이게 얼마짜리 음식들인데 본전은 뽑아야지!’ 하는 생각에서 자신이 지불한 음식값을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평소 섭취하는 식사량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뷔페에서 손해 보지 않고 많이 먹기 위한 먹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명 뷔페 먹방전투를 임하기 전에 진정한 뷔페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먹겠다고 빈속으로 가지 말고, 천천히 메뉴를 둘러보며 먹을 메뉴를 스캔하고,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 수프를 우선 먹고 가벼운 음식에서 무거운 음식 순으로, 차가운 음식에서 따뜻한 음식 순으로, 간이 세지 않은 음식에서 양념에 버무리거나 자극적인 음식 순으로, 여러 가지 메뉴를 조금씩만 담고, 맛본 후에 마음에 드는 메뉴를 더 담아오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처음 뷔페식당에 가면 우리는 이성적으로 배고픔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을 채운다. 이때는 이성과 욕망이 충돌하지 않으나 포만감을 느끼게 되면 이성이 ‘그만 먹어야 한다.’라고 충고하지만, 욕심 많은 입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본전 생각에 계속해서 먹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 이성과 감정의 충돌이 시작되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이겨 대부분 뷔페식당에선 과식하게 된다.

 

이성은 각 부분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을 분별하는 선견지명적인 지식으로 지혜의 근원이고 감성은 사리를 분별하여 이성이 지지하는 바를 언제나 일관되게 이루려 한다. 욕망은 어느 것의 지배를 받느냐에 따라 이성적 부분이 지배를 할 때는 절제의 덕을 가지게 되고 그렇지 못할 때는 육체적인 욕망에 지배를 받게 된다.

 

철학자 플라톤은 마부가 쌍두마차를 모는 비유를 들어 마부를 ‘이성’으로, 두 마리 말(馬)을 ‘의지’와 ‘욕망’으로 비유했고, 마부는 균형을 잡으며 두 말을 몰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감정보다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감정이 이성적 행동이나 생각의 방해물이라고 여긴 것이지만 이런 주장이 이성만 중요하고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쌍두마차를 끄는 두 마리 말을 ‘감정’에 비유한 것은 마차에서 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으로 이성은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방향을 조종하는 역할을 하지만, 감정은 마차를 끄는 근본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이성과 감정은 상황에 따라 모두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이성은 그것이 옳은 판단이기 때문에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은 그 판단이 좋았기 때문에 결정한다고 한다. 플라톤은 이 세 부분이 조화를 잘 이룬 사람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하였다.

 

인시아드 비즈니스스쿨 에린 메이어(Meyer) 교수는 국가별 신뢰 결정 요소로 미국은 이성 9 감성 1, 한국은 이성 2 감성 8이라는 기준으로 결정한다는 보고를 했다. 문화의 차이로 우리는 외국인보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감성적으로 결정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뷔페식당에서 그만 먹을 것인지 배불러도 더 먹어야 할지와 같은 의사결정은 비근한 예이지만 일상생활에 만나는 복잡한 상황에서 옳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욕망을 버리고 이성이라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발휘하면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이때 필연적으로 이성과 감정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머리로는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망과 감정에 빠지게 된다. 이성을 단련하는 일 자체가 욕망에 대항하는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과정은 당연히 쉽지 않고 실패할 확률도 상당히 높다.

 

이성이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해도 욕망은 그대로 전진하기 때문에 문제였다면 2024년에는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상황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져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 우리 모두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은 새해가 되길 희망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