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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복기(1) - “감염병 의심자”

시론

코로나19가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제1급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되었던 2020년 12월 중순, 60대 남자 환자가 하악 정중부와 양측 과두 골절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구강 내 다발성 열상으로 인한 구강 내 출혈과 양측 외이도 출혈, 치아파절과 충치로 인한 다수 잔존 치근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발열, 호흡기 증상, 인후통, 근육통 등의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자” 또는 “감염의심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응급진료 원칙에 따라 PCR 검사하기 전에 우선 응급처치를 하도록 구강악안면외과로 의뢰되었다. 당직 전공의는 구강 내 출혈부를 봉합하고 골절에 대한 악간 고정과 핸드피스를 이용한 잔존 치근을 발치하였다. 불행하게도, 다음날 병동 이송 직후에 확인된 PCR 검사 결과, 그 환자는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였던 것이다. 해당 환자와 그 환자의 병실에 있었던 입원환자들도 모두 격리병실로 이송되었다. 그 환자의 진료에 관여하였던 응급의학과·이비인후과·우리 과 전공의, 응급의학과·외상 센터·병동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총 33명의 의료진이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간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갔으며, 남은 우리 과 전공의 1명은 능동감시 대상자가 되었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허무하다고 해야 할지, PCR 검사상 해당 의료진 모두 코로나19 음성으로 판명되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감염병 의심자”란, 감염병 환자와 접촉하거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 감염병 병원체 등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 등을 의미한다. 즉, 검사 결과 확인된 사람이 아니어도, 증상이 없어도, 감염 환자와 접촉이 “의심”된다면 광범위하게 “감염병 의심자”로 정의될 수 있다. 만일 “감염병 의심자”가 입원치료를 거부하거나, 격리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대부분이 핸드피스를 이용한 에어로졸 생성술식이 필요한 치과치료의 경우, ① 감염 환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에어로졸 생성 술식을 시행하였는데 나중에 무증상 감염자로 판명된 경우, ② 감염 의심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에어로졸 생성 술식을 시행한 경우, 이 두 가지 증례가 고민된다. 하지만, ①②번 어느 쪽이든 간에 치과의사가 원하였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결과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타인에게 잠재적인 감염을 초래하는 행위를 한 것이 된다. 또한 이 환자를 위하여 치료하는 것이지만, 감염이 되지 않은 다른 환자들에게는 잠재적인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응급실에서 겪은 위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려면 에어로졸 형성술식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PCR 확인 후에 치과치료를 했어야 하는가? 그렇지만 지금까지 에어로졸 형성 치과치료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였다는 논문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미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후 회복되었으나 실제로는 전파력이 없는 상태에도 PCR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자신도 모르게 “무증상 감염환자”가 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치과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것이 감염예방의 효과가 확실한지는 불명확하다.

 

또 다른 문제는 타인에게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감염 “가능성”이 높은 개인에 대하여 치료를 회피하는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미래에 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측되는 사람에게 구속력을 가하는 것이 합리화되는가? 그렇다면 그러한 범죄 발생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과속한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듯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실제 발생하지 않은 피해에 대하여 예방적인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아래에서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핸드피스를 이용한 치과치료를 행하지 않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가?

 

법적으로 규정한 코로나19 “감염병 의심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과연 어느 정도 전파력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다. 2022년 1월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확진자 50만 명 중 무증상자가 26%에 이르며, 확진자 93% 이상은 무증상이나 경증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코로나19 치명률은 2.87%로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기에는 0.79%, 오미크론 변이 확산기에는 0.1%로 떨어졌다가 이제 0.06%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치명률과 무증상자 비율이 달라진다면 이 패턴에 따라 에어로졸 생성술식에 대한 대응방식도 달라야 한다. 또한 무증상 감염자의 감염 전파력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면 “감염병 의심자”의 격리 관련 법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와 대상 범위를 한정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