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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소고

시론

정부의 갑작스런 내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현재 의료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사실 의대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왔던 것이고, 이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연구결과로도 그 당위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의사들의 입장 역시 의사 증원의 필요성에 이견은 없었으나, 이렇게 단 1년만에 현재 배출되고 있는 3000여명 졸업생의 67%에 달하는 2000명을 증원한다는 것이 그 규모나 시기에 있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그 충격이 더한 것 같다. 정부의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은 현 정권의 탄생에 의사들의 지지가 강했었다는 점에서 의사들에게는 또 다른 배신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현재 약간의 버블이기도 한 의대로의 인재 쏠림 상황에서 그 어느때 보다 힘들게 의대를 들어간 재학생들 및 전공의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당장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에게도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이래저래 득실 계산은 했겠지만, 지지층의 표를 많이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부담스럽고, 충격적인 결정의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국민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크게 왜곡되어 있고 그 시정이 시급하다는 정부의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일반 생활인이기도 한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가능한 자녀 교육 등이 유리한 대도시에서 진료를 하려고 하고, 아울러 지나칠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된 보험수가로 노력대비 수입이 적은 중증, 응급진료를 포함하는 필수의료 대신, 미용이나, 성형 등 비급여 항목이 많고, 퇴근 후 삶의 질이 보장되는 분야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수의료를 담당할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TO(지역균형트랙)로 입학한 의대생들 마저 졸업 후 대도시로 향하는 실정이니, 지방 소도시들은 여전히 의료의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의대 졸업생들의 약 30%는 수련을 받지 않고 있으며, 이는 중증의료 전문의로서 힘든(?) 인생을 사느니, 수련을 받지 않고, 미용이나 간단한 성형시술을 배워 비록 비전문의이지만 소소하게 편안한 개원을 하며 사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본틀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므로 정부가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겠지만 이러한 충격적 정책이 제대로 목적 달성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 한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고민이 된다. 정부관계자는 아닌 관계로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으로 판단해 볼 때 아마도 정부는 크게 두가지의 전략으로 이러한 왜곡된 의료서비스 환경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 같다. 하나는 이미 소개한 대폭적인 의대 정원 확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올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4~’28)에서도 밝혔듯이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확대와 미용, 성형 등 비 필수의료에 대한 억제대책인 듯 하다. 
 

의대 정원확대 배경의 주요 근거는 2035년경 약 2만 7000명 정도의 의사 부족이 예상된다고 하는 NECA의 연구결과와 2023년 자료상으로도 OECD 국가의 국민 1000명당 평균 의사 수(3.7명) 대비 우리나라의 의사 수(2.2명)가 현저히 적다고 하는 통계이다. 이외에 여러 연구들에서도 인구 고령화로 급격히 증가되는 우리나라의 의료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만 보면 일견 우리나라의 의대 증원은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주 합당할 만큼 시급하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 않은데, 반대론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통계에는 비급여 진료, 전문과목별, 지역별 편차가 좀 더 세밀하게 고려되었어야 하고, 최근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섣불리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오히려 배출되는 의사의 숫자가 필요한 수요에 비해 급속하게 과잉이 되어 오히려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증원이 필요하다는 측도 2050년 경부터는 다시금 의사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적절한 의대 정원의 문제는 연구마다 결론이 다르고, 생각보다 단순치 않다.

 

아쉬운 점은 그간 의료계와 정부가 잘 합의를 하여 적절히 순차적으로 정원을 늘려왔으면 좋았겠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러한 급격한 증원이 결정된 듯 하다. 
 

한편 지방 소도시에 의사들이 부족해진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순히 전체 의사들의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갑자기 소외지역에 의사가 늘어날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숫자의 증원 외에 의료진의 희생에 비해 턱없이 낮은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수가, 평균 업무량이 많은 필수 의료인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줄 만한 충분한 인력확보도 같이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수가가 낮은 탓인지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 면에서 OECD 평균 2배가 넘는 우리나라 환자들의 특성도 있고, 국토가 좁고, 교통이 발달해 있으며,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환자들 스스로가 대형병원, 대도시 병원을 선호하는 상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정원 확대 시 자연스런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기사도 보았는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낙수효과로 지방 소도시에 온 의사들을 그리 신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울러 조금 다른 방향에서의 걱정으로 이번에 파격적인 의대정원 증가로 공대, 자연대에서의 추가 인재 유출이다. 필자세대 및 그 이전세대에서는 의대보다 전자공학, 물리학과의 인기가 더 높았고, 그런 이유로 현재의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안 그래도 공대, 자연대의 인기가 떨어진 지금 자연계 최상위권 3000명에 더하여 새로이 2000명이 공대, 자연대를 외면하고 의대로 향한다면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학과 과학분야의 미래는 어찌될런지… 이를 모를 리 없을 정부는 혹시 의사의 인기를 떨어뜨려 다시 공대로 인재를 끌어들일 생각으로 큰 그림을 그린 것일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해본다. 만일 그런 전략(?)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바로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 현재 매해 신생아들의 숫자가 25만명(2023년 신생아 수 235,039명)이 안되고 그 숫자마저 급격히 줄고 있는 세계 최저 출산율의 국가인데, NECA의 연구결과가 어떻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구대비 배출되는 의사의 숫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해 5000명 배출이면 한해 출생인구 1000명당 20명이 의사임)
 

한편 정부가 발표한 의료 적정 공급, 정당 보상 지불제도의 개혁안은 그 간의 단순한 의료 수가 결정에서 벗어나, 중증 필수 의료에 대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보상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하고, 보도에 의하면 필수의료 등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나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 5년간 10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간 나오던 보건 의료 정책 중 가장 기대되는 정책이다.

 

치의신보 기사(2024. 2. 12일자)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의대 정원의 파격적 확대 결정 이전에 우선 점진적인 정원 확대를 하면서 위에 설명한 개혁 제도를 정착시키고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재평가를 하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편 치과의사의 배출 인원은 이미 충분히 과잉으로 이번에 의대 정원확대 파동에 큰 영향은 없을 듯 하고, 정부의 개혁 정책에서도 대다수의 치과의료가 중증, 필수의료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므로 큰 혜택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혹시라도 치과계는 관심의 끈을 놓으면 안될 것이다. 부디 하루속히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잘 봉합되길 바라고, 갈등의 사이에서 애꿎은 환자들의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