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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없이는 못살아

시론

김치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우선 김치의 어원을 살펴보면 채소를 절인다는 뜻의 침채에서 딤채 - 짐채 - 김채 - 김치로 변모하면서 오늘날까지 김치로 부르게 되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야채를 소금에 절여 먹어왔으며 1700년대에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와 배추김치가 대중화 되면서 대표적인 김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전부터 각종 채소를 절여 먹던 김치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으므로 우리에겐 특별할 것이 없는 단어이고 늘 우리에겐 생활화 되어 왔던 김치는 김장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 등 삼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김치 맛에 우리는 당연히 김치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요즘 들어 건강식품으로 인정되어 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으니 이웃나라에서 자기네 문화라고 우기며 파호차이라며 소개하는 웃음꺼리를 자초하고 있다. 중국어인 파호차이는 채소를 절여서 만든 여러 반찬의 총칭일 뿐 배추김치와는 별개다. 일전에 중국의 유명배우가 김치를 파호차이라 소개하면서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양념을 발라 만든 반찬을 자기네 고유의 전통 음식이라며 유튜브에 올린 적 있었는데 발효시키는 과정과 젓갈 등의 재료를 쓰는 우리의 배추김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만약 우리생활에서 김치가 없다면 어떨까하고 상상해 본다.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김치 맛에 우리가 매일 밥을 먹듯 항상 함께 한 밥상에 김치가 사라지면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가 없다면 살 수 없듯 김치도 우리에겐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그런 김치가 예전엔 관심도 갖지 않은 그런 나라에서 자기문화라고 우긴다면 우리 모두를 모욕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김치뿐만 아니라 각종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잠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김치... 중·고등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싸다니던 시절, 콩나물시루 같았던 시내버스에서 책가방 모서리에서 김치 국물이 뚝뚝 떨어지고 교과서에 김치물이 배인 모습이 특별할 것도 없었던 시대. 일 년 내내 도시락의 주된 반찬이었던 김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더 오래전 시골에서 살다보니 먹을 게 부족했던 시대이고 서리가 빈번했던 시대를 겪었다.(그때는 못 먹고 살던 때라 서리하다가 걸리면 애교로 봐 주곤 했음.) 긴긴 겨울 밤 내기해서 진 사람이 이웃집 뒷마당 땅속 김칫독에 묻어둔 백김치와 그 속에 담긴 절인 무를 꺼내오거나 땅속에 묻어둔 저장 무를 꺼내와 간식대신 먹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누구 짓이란 걸 알아도 혼내지 않고 넘어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조차 시골에 살지 않았다면 모를 추억들이라 생각한다. 

 

김칫독 문화에서 발전되어 오늘날에 이르러 웬만하면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따로 갖춰져 있다. 김치냉장고가 집집마다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모 회사에서 판매한 김치의 어원인 ‘딤채’라는 이름의 김치냉장고도 한동안 인기를 누린 상품이었다. 이처럼 온 국민이 김치와는 불가분의 관계로 우리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렇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김치는 늘 우리 곁에 있어온 음식이고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의 입맛이 몸에 배여 각종 음식에 김치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라면, 찌개, 수육, 김치전, 보쌈 등 어디든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입맛에 익숙하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겨우내 먹을 반찬장만 하느라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며 몇날 며칠 애쓰시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까이 사는 친척이나 이웃에서 서로서로 돌아가며 일손을 돕기도 하고 정을 나누며 장만한 김치가 너무나 소중한 우리문화로 여겨진다. 요즘 들어서는 시골에 살지 않는 다음에야 핵가족 된 가정집에서 김장김치를 담그는 게 힘들어서 부모님이 담가주는 김치를 갖고 와서 먹거나, 각종 명인들의 손맛을 자랑하며 엄마 손맛과 같은 대량의 공장 김치가 대신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전통 김치 담그는 방법을 고수하며 우리의 김치를 지키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눈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며 한 순간만 방심해도 낭패를 본다는 각박한 세상에서 바쁘게 살고 있다. 당연히 우리 것이어도 조금만 방심하면 뺏어가려는 나쁜 습성은 인간 세상 곳곳에 만연하고 있기에 스스로 애착을 가지며 지켜내야 한다. 우리 섬인 독도를 지켜야 하는 독도사랑과 같이 당연히 우리 음식인 우리김치를 지켜야 하는 김치사랑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즐기는 ‘김치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우리문화를 자손만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한다. 절이지도 않고 대충 양념 발라 김치 담그는 모습을 보여준 다른 나라 배우의 연출에 쓴 웃음을 지으며 밥 위에 얹어 먹는 아싹한 김치 생각에 침이 고인다. 또 불판에 슬쩍 익은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 생각에 퇴근 후 소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줄이야.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가니 우리 입맛의 특별함도 날이 갈수록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김치를 비롯한 야채를 이용한 건강식을 많이 먹는 사람이 충치 이환율도 낮고 치주가 훨씬 더 건강하다. 손쉽게 구하고 익숙한 인스턴트식품을 자제하고 어릴 적부터 김치사랑을 더 많이 심어주어야 할 것 같다.

 

 

김치사랑

 

찬바람 이는 김장시즌
앞집에서 한 포기
옆집에서 두 포기
보내온 엄마김치
집집마다 색다른 김치 맛

 

한 줄거리 쭈욱 찢어 
김치 하나로 밥 한 그릇 뚝딱
라면 찌개 수육 김치전 보쌈
어디든 풍미를 더하네
 
사시사철 행복 가득 
대대로 길들여진 맛 
김칫독에서 김치냉장고로 
새콤달콤 맛 깊어져 
우리전통 맛 이어져 가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