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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구강노쇠” 병명 도입이 필요한가?

시론

구강은 먹고, 말하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한다. 이는 입안의 치아와 타액 및 혀-입술 등 주변 조직이 조화롭게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 노쇠와 “구강노쇠”가 나타나면서 조화로운 구강기능은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불면, 우울, 사회활동 저하나 손놀림 둔화로 구강관리가 소홀해지고, 3-4개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복합투약으로 입마름이 심해지며, 이로 인해 다발성의 치근 우식과 치주염 발생 및 다수 치아 상실에 따른 교합력 저하가 나타나며, 심지어 뇌병변에 따른 혀-입술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체 노쇠와 “구강노쇠”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의 대부분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 국내 상황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이에 지난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노년치의학회를 중심으로 ‘한국형 “구강노쇠” 진단기준 개발 및 효율적 관리 방안 연구’ 공청회가 개최되어 체계적 문헌 고찰, 빅데이터 조사, 델파이 설문, 해외 사례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직역들 간의 패널 토의가 진행되었다. 이에 필자는 신체 노쇠와 관련하여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필요성을 아래의 세가지 측면에서 약술하였다.


구강환경적 측면: “구강노쇠” 병명 도입 공감
노인의 건조하고 불결한 구강은 흡인성 폐렴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입으로 음식을 먹는 이상 하루에 최소 2-3회 구강위생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노인의 입안은 그들의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다약제 복용으로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또 퇴행성 혹은 류마티스성 손가락 관절염 등으로 칫솔질을 제대로 할 수가 없기에 구강불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요양시설, 재가 및 요양병원 노인들(최소 80만명)은 와상(臥牀) 상태로 치과 내원이 어렵고, 칫솔질 자체를 스스로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뇌병변 부작용으로 혀-입술 등 구강주변 근력의 현저한 저하와 인지 장애에 따른 칫솔질 자체의 망각으로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이 접근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구취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돌봄 노인에서 흡인성 폐렴 발생의 증가와 입퇴원 반복,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분절적 의료체계로 인한 의료 직역 간의 협업의 어려움으로 구강위생관리 없이 구강간호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게다가 돌봄 노인의 구강위생관리에는 다음의 몇 가지 어려운 점들도 있다. 구강관리 시 입을 잘 열지 않거나(전두-측두엽 치매) 열더라도 교상(咬傷)의 위험과 흡인 위험(뇌졸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때문에 적절한 자세에서 물 없이 구강관리를 해야 한다.

 

또 뇌병변으로 인한 설하 신경(XII) 장애는 혀의 배면에 끈적끈적한 설태 형성을 초래해 이를 제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듯 노인 구강위생관리를 위해서는 밀착 보조인력의 도움은 물론 거의 투쟁에 가까운 노력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구강위생관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구강위생관리는 요양 재원 일수와 사망률 감소, 연명과 well-dying 등 critical care 측면에서도 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요양시설 노인의 치과계약의사제도 활성화와 재택 노인의 방문 구강관리를 위해 “구강노쇠” 병명 도입의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여기는 이유이다.


구강질환적 측면: “구강노쇠” 병명 도입 절실
노인의 구강질환 특히 치주염은 그들의 만성질환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구강과 그 주변부는 풍부한 혈액 공급과 임파선 분포로 인해 강력한 면역기능을 가진다. 그 중에서도 치주(齒周) 조직의 면역기능은 어떤 신체 부위보다도 가장 강력하기에 치주염 발생이 고유면역 기능 이상을 알리는 경고등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또 치주질환자의 40%에서 2차적인 만성조건을 가지고 있는 데, 이는 치주질환이 당뇨병(6.0배), 흡인성 폐렴(4.2배), 혈관질환(2.7배)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돌봄 노인의 입안은 심한 입마름과 함께 남아 있는 치아의 치경(齒頸) 부분이 시꺼멓게 변해 있기도 하고, 치관 없이 새까만 치근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남아 있는 치아들도 대부분 치주염으로 진행되면서 통증과 피고름 증상을 보인다. 문제는 점막에만 달랑 붙어 있는 비가망치아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지속적인 고통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잘 먹지 못하는 돌봄 노인에서는 구강불결에 더해 영양결핍에 따른 심한 면역기능 저하가 만성 치주염으로 하여금 전신의 다균성 기회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전신질환을 야기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요양시설이나 재택에서는 거의 구강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요양병원에서는 현행 의료법 하에 모든 치과진료가 가능하지만 사실상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는 치과의사가 요양병원 개설자가 될 수 없고, 또 요양병원 내 치과개설이 극히 드물며, 심지어 의사-치과의사 간의 협력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돌봄 노인의 치과 치료는 현행 치아 중심의 행위 치료가 아닌 어느 정도의 섭식과 삼킴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강기능 유지 및 향상과 같은 포괄적 치료라는 점이다. 바로 국가나 개인의 의료비 부담 측면에서도 “구강노쇠” 병명 도입은 정말 절실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구강기능적 측면: “구강노쇠” 병명 도입 시급
노인의 “구강노쇠”는 신체 노쇠 과정의 동반요인임은 물론 선행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구강노쇠”는 구강노화에 구강환경적, 구강질환적 및 구강기능적 측면이 더해지면서 결국 구강기능저하와 저작 및 삼킴 장애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상 자립 노인의 “구강노쇠”는 주로 많은 치아가 빠졌음에도 임플란트 보철이나 의치 수복 없이 장기간 방치하여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이들의 “구강노쇠”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국가 무료 틀니사업과 국가건강보험 보장성(65세 이상 부분 틀니, 완전 틀니 평생 2개 임플란트)이 크게 기여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뇌졸중, 치매 등 뇌병변을 가진 돌봄 노인의 “구강노쇠”는 자립 노인의 “구강노쇠”에 뇌병변에 따른 7, 9, 10, 12번 뇌신경 손상으로 구강기능저하가 더해져 비가역적인 회복 불능의 구강기능장애(저작장애, 삼킴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구강노쇠” 정도(程度)에 따른 적절한 예방과 처치를 하지 않게 되면, 와상(臥牀) 상태의 기간 연장은 물론 영양결핍과 근감소증 및 심한 신체 노쇠를 초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구강노쇠”의 조기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처치가 중요한 이유이며, “구강노쇠” 정도에 따라 적시에, 적절한 구강중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강중재에는 치아우식 예방을 위한 불소 도포, 비가망 치아 발치, 날카로운 잔존 치아 뿌리 처치(trimming), 의치 세척과 조정 및 수리, 의치성 구내염과 구강점막 통증 처치 및 약화된 구강기능의 재활과 강화 등이 포함된다.

 

참고로 한국형 “구강노쇠” 개념의 정립과 제도적 발전 방향 모색에 75세 이상 독일 노인의 ‘구강기능지표’ 산출과 ‘고령과 장애에도 건강한 구강’이라는 개념(AuB-Konzept)은 물론 일본의 ‘구강기능저하증 병명 도입과 건강보험 등재’라는 일련의 과정들이 많은 시사점과 지향점을 제공해 주었다. 요약하면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한국형 “구강노쇠” 병명 도입은 정말 시급을 다투는 문제가 되었다.


이상에서 “구강노쇠”는 영양결핍, 근감소증, 장애와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체 노쇠의 유의미한 가늠자임이 분명하다. 구강기능평가를 통한 “구강노쇠” 병명 도입을 더 이상 늦출 필요가 없지 않을까? 


(본 시론은 헬스경향에 3회에 걸쳐 특별기고된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가독성 높게 한 지면에 투고했음을 밝힙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