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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Relay Essay 제2599번째

2019년, 나는 수능을 5번이나 보고나서 24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전북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때는 대학이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고 생각했기에 수능 공부에 그토록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나름의 만족스러운 결과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 같이 걷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 목표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2023년 여름, 총대표 선출일이 다가왔다. 총대표라는 직책에 대해서는 치과대학에 입학할 당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총대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 평범한 학교 생활을 추구했던 나는 어느새 동기들 사이에서 총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어떤 대표가 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해답을 찾기도 전에 내 눈앞에 놓인 많은 일들이 보였고 그 일들을 처리해 나가기 급급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2023년은 그렇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2024년 선배들의 국가고시가 끝나면서 숨이 트이게 됐다. 내 삶에도 여유가 조금 생기고 내 생활에 적응이 되어갔다. 그 여유도 잠시, 병원 생활만 하던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침 일찍 오전 수업도 듣고 학생 진료가 시작되었다.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위한 모의 연습도 진행 중이다. 실기 모의 연습을 시작하니 국가고시가 한 발짝 더 다가온 것 같다. 스스로 챙겨야 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동기들도 정신없이 병원,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하다. 

 

내 한 몸 챙기기도 버거운 시기이지만 전국 치과대학 학생들의 국가고시 합격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앞으로 더 힘든 날이 많을 것이다.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또 혼자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나는 원체 낯선 것들을 싫어하는 터라 새롭게 마주하는 일들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던 일들도 지나고 보면 처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비해 한없이 작게 느껴짐을 매번 깨닫는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동기, 후배들에게 이 모든 게 결국은 지나간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닌 것들이 우리를 이토록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 이 힘든 과정들도 결국엔 다 지나가게 마련이고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