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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물불 가리기/임철중


정권이 처음부터 촛불로 시동을 건 탓인지 유난히도 불이 잦더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거쳐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고, 고향 광화문으로 되돌아와 정부청사 화재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윗분들 성격도 불같아서, 남들이 3, 4백년 걸린 나라짓기(Nation Building) 역사(役事)를 반세기만에 성취한 자랑스러운 역사(歷史)까지 태워 없애려다가, 거꾸로 집권여당이 불타 사라졌다. 옛 어른 말씀이 그른 데가 없으니, 불장난을 너무 즐기면 오줌만 싸는 것이 아니라 화상까지 입는 법이다.
우리 국민을 가리켜 ‘냄비근성’ 운운하지만, 사실 그것은 ‘불 같은 성격’의 다른 한 면이다. 숭례문 화재때 불꽃처럼 타올랐던 국민감정도 불과 한 달 남짓하여 감쪽같이 사그라지지 않았는가. 이제 들끓었던 이슈들을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첫째 책임공방이다. 이명박 서울시장(당시)의 준비 없는 숭례문 개방을 탓한다.
그러나 개방자체는 옳은 방향이며, 번잡한 장소 보다 출입금지구역이 범행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 다음, 문화재청의 관리소홀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일본에 가보면 시골 작은 절에도 스프링쿨러 시설이 잘 되어있다. 코드가 맞는 청장을 앉혀놓고도 걸 맞는 정책과 예산상 편의를 보장 못한 아마추어 정부가 문제다. 필요한 시설은 생략하고 살림이 빤한 구청에 관리를 떠넘긴 것도 직무유기다. 진화에 서툴렀던 소방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야외공연도 소방서장의 허가를 받는데 서울, 아니 대한민국 간판인 목제건축물에 소방훈련을 몇 번이나 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에게도 결정적인 귀책사유는 없다. 도대체가 마구잡이로 불을 지르는 정신병자에게는 대책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평소 소방시설 갖추기와 화재예방에 관심을 갖자. 무엇보다도, 국민을 가진 자와 없는 자로 편을 갈라 가진 자를 빼앗은 자로, 없는 자를 빼앗긴 자로 몰아가며 증오와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자들에게는, 다시는 설 땅을 주지 말자.


둘째, 국민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제안에 발끈한 것도 불 같은 냄비현상이다. 책임지고 정부 돈으로 하라니, 정부가 돈 버는 기업체인가? 결국은 국민 세금 아닌가? 고찰(古刹)에서 불사(佛事)를 할 때 기왓장 한 장도 신도들에게 시주를 받는다. 돌과 나무, 기와와 단청 모두가 예전의 그것이 아닐진대, 초등학생 코 묻은 한두 푼까지 모아 천년을 보존할 국가의 상징을 복원한다면, 이야말로 잃어버린 6백년의 뜻과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 아닐까? 대한민국에 애정을 가진 외국인이 보내오는 성금을 보라.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는 일은 평화의 댐이나 IMF 금 모으기보다 더 격이 높고 자랑스러운 화합의 문화이벤트가 될 것으로 믿는다.


중국은 물론이요 한자 권 국가를 통 털어‘요순(堯舜)시절’은 태평성대의 대명사다. 요와 순은 홍수를 막고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치수(治水), 즉 물의 제왕이었다. MB는 청계천, 즉 물로 시동을 걸었다. 불이 가고 물이 오니 윤회의 섭리를 보는 듯 하고, 대운하 또한 어떤 운명을 예감하게 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이슈인 대운하인 만큼, 찬성이든 반대든 냄비처럼 끓어오르거나 불꽃처럼 타버리지 말고, 차분하게 물불을 가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