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명절이 다가오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는 이런 혼잣말을 하셨던 것 같다. “계절 구분이 없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때마다 옷 안사도 되잖아. 저 아프리카 같은 나라처럼 계속 여름만 반복되면 돈들 일도 없지…. 뭘 입을까 고민할 일도 없고….” 어른이 된 지금에서 곱씹어보면 현실감각은 없고 배포는 큰 아버지 뒷바라지 하랴 삼남매 키우랴, 생활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저런 혼잣말까지 했을까 싶은 생각에 콧등이 시큰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계절 속에 살아야 된다면 삶이 더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계절이 바뀌고, 새 옷을 사고, 또 그 옷으로 갈아입는 즐거움이 없다면 통장 잔고에는 여유가 생길지 몰라도 다른 사람이 되어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나 새 옷을 입고 외출할 때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기란 어려울 테니까.
어쨌거나 가을이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시점…. ‘이번 시즌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아이템’을 꼽아보았다.

1. 히피풍 블라우스와 원피스
풍성한 상의·슬라우치 팬츠 유행

잔잔한 꽃무늬가 프린트되어 있고, 시폰 소재로 된 히피풍 블라우스는 이번 시즌 트렌드에 발맞추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아이템이다. 어차피 살 거라면 빨리 살수록 이익. 실루엣은 몸매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것이 유행인데, 폭이 넓은 가죽 벨트나 금속 장식이 달려 있는 참 벨트 등을 이용해 허리를 조임으로써 보다 정갈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보헤미안 룩을 완성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하의는 슬라우치 팬츠.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에는 적당히 여유가 있으면서도 종아리 부분은 꼭 끼는 실루엣의 슬라우치 팬츠를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라이딩 부츠를 신는다면 시크한 보헤미안 룩이 완성된다. 라이딩 부츠에 프린지(수술 장식)가 달려 있다면 금상첨화. 보헤미안 풍의 분위기에 확실한 방점을 찍고 싶다면 카우보이모자와 프린지 장식의 크로스백을, 지나친 보헤미안 풍이 부담스럽다면 라이딩 부츠 대신 발등을 살짝 덮는 부티 슈즈를 함께 매치하는 것이 좋다. 히피풍 원피스 또한 유행인데 블라우스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느낌으로 매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의로는 컬러풀한 스타킹이 베스트.
 

2. 체크 패턴 아이템
빛바랜 체크로 내추럴룩 연출

체크는 자연스러운 히피풍을 연출하기에도 좋지만 히피풍과 더불어 이번 가을·겨울의 주요 트렌드인 내추럴 룩을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이번 시즌엔 체크 중에서도 빛바랜 사진 속에서 본 듯한, 자연스럽고 고전미의 체크가 유행. 체크 원피스부터 체크 셔츠, 체크 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크 무늬 아이템들을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데 같은 체크끼리 매치해 입기보다는 단색 의상과 매치하는 것이 안전한 스타일링 방법이다. 두 가지나 세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색들이 서로 뒤섞여 있는 체크는 예민하기 그지없는 프린트여서 두 개의 다른 체크를 붙여 놓았다간 서로의 개성 충돌로 불협화음을 내기 십상이기 때문. 믹스&매치에 어지간히 자신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체크는 한 종류만, 단색의 옷들과 매치해 입는 게 상책이다.
 

3. 코스튬 주얼리
대담한 디자인일수록 매력

보석으로서의 가치보다 옷차림을 장식하는 데 의의를 두고 만들어지는 일명 ‘장식용 보석’ 코스튬 주얼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디테일을 배제하고 건축적 구조미를 강화한 옷들이 유행할 올 가을과 겨울에는 그 옷들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로 코스튬 주얼리의 활약이 더 커질 전망. 디자인은 마치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을 보는 것처럼 대담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패션계에서는 ‘잇 백’이나 ‘잇 슈즈’의 열풍의 뒤를 이을 패션 아이템으로 코스튬 주얼리를 꼽을 정도다. 코스튬 주얼리가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 중 또 하나는 그 활약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 목걸이 하나, 귀고리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