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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내 마음의 책]‘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존경은 가진 것을 내줌으로써 받는다


“착실히 하면 환자들은 다 알아주거든” “우리들에게는 많은 환자 중 하나지만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건 담당의사 한명 뿐이거든” “우리들의 아무렇지 않은 한마디가 환자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무게를 가지는지… 그걸 잊으면 안돼” 이 이야기들은 “Godhand Teru"라는 만화에서 야스다준지 병원장이 주인공 테루에게 넌지시 하는 말이다. 요즘 만화에 빠져있다. 전철을 탈 때는 항상 만화책 한권을 들고 탄다. 시간보내기에도 좋지만 실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다. 실제 있었던 일을 배경으로 모리 슈워츠(Morrie Scharwtz)교수의 삶에 대해 대학시절 제자이며, 마지막 순간 유일한 제자이었던 베스트셀러 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쓴 책이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꼭 15년 동안 영어로 된 책을 번역해왔다(책 소개 참고)는 공경희씨가 번역했다. 1998년 초판을 찍은 후 2003년 3판을 내는 동안 2008년 말까지 모두 233쇄를 발행해 아직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잭 러먼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됐던 작품이다.


모리 교수는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59년 루게릭병으로 강단을 떠난 1994년까지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했으며, 저자인 Mitch는 대학시절 제자로서 모리 교수가 퇴임 후 유일한 제자로 교수님을 화요일마다 모시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서로 대화하며 깨달음을 얻게 됐는데 교수님이 돌아가신 후 장례식이 졸업식이 됐고, 논문(?)대신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밑줄 치면서 보는 사람이라면 온통 밑줄을 쳐야할 정도로 마음에 꼭 새기고 싶은 글들이 많아서 저의 느낌을 쓰기보다는 밑줄 쳤던 몇 글을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소개하고 싶다.


모리 교수가 사망선고를 받았을 때 “모리 교수는 깊은 슬픔에 빠졌으나 세상은 멈추지 않았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돌아갔다. 선생님은 나락 속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맛봤다”고 했으나 시름시름 앓고 싶지 않았고 그냥 죽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싶지도 않았다고 했다. 문병 온 방문객들과 죽어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 토론했으며, 대학에서 함께 가르치던 동료가 심장마비로 죽은 것을 계기로 “살아있는 장례식”도 치르고, 사람답게 사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죽어가는 것까지 포함해 슬퍼할 것이 생각났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다음에 내 인생에서 여전히 좋은 것들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는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도 했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더욱 생각나게 하는 말로 “많은 것으로 채움으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만으로는 만족을 얻을 수 없고, 내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만족이라고 했다. 이것은 돈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을 내주고, 관심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 등도 포함된다고 했다. 존경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줌으로써 받기 시작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파도가 부서질 때 더 부서진다고 걱정하지 말라. 파도는 그냥 파도가 아니고 바다의 일부라고 했다. 이 글을 읽을 때 내 맘속에 거세게 파동쳤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크게 보자.
열네번째 화요일이 마지막 화요일이었다. 대학시절 첫 강의에서 자네는 앞으로 내 친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마지막 강의에서 “내…사랑하는…친구”라고 했다. 작별인사는 “자네를…사랑하네”였다. 교단에 서고 있는 교수로서 이 같은 아름다운 끝맺음을 할 수 있을지….
김여갑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