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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과 치과의사

월요시론

2014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웠던 영화 ‘명량’이 여러 가지 새로운 기록들을 쏟아 내며 한국 영화사를 다시 썼다. 그중에서도 외화인 ‘아바타’를 제치고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등극한 것이 필자에겐 가장 반가운 뉴스였다. 또한 판옥선이 ‘충파’를 통해 왜선을 부수는 장면은 역사적인 진위여부를 떠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하였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거북선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판옥선은 ‘명량’의 해상 전투장면에서 그 우수성이 표현되었다. 판옥선은 바닥이 편평하여 방향 전환이 쉽고 소나무로 제작되어 견고한 구조를 지녔다. 무엇보다도 노를 젓는 병사와 전투를 하는 군사를 각각 분리 배치하는 구조를 가진 판옥선은 과학적 원리를 갖춘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발명품중 하나이다.

치의학 분야에서 여러 선학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탄생한 발명품이 치과의사에겐 편리함을 환자에겐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발명품들 중에는 치과의사의 다재다능함을 입증하는 사례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치과의사 Thomas Welch(1825~1903)는 발효되지 않는 포도 주스를 1869년에 발명하였는데 이것이 만들어 지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감리교 성찬식 집사를 맡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성찬식에 사용되는 와인을 개인적으로 마시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목사님의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 후 Welch는 와인을 대체할 포도 주스를 만들었으나 정작 교회는 여전히 와인만을 사용하여 수요가 없는 포도 주스가 탄생하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시 구절이 생각나는 치과의사 Welch의 인생이다.

19세기 무렵 캐나다는 겨울마다 철길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되었고 그들 중에는 혹한으로 인하여 인명 사고가 다반사로 발생하였다. 그러나 1869년 치과의사 John Elliott(1822~1909)가 발명한 회전식 제설기(Rotary Snowflow)가 제작된 이후로는 그와 같은 수고로움이 눈녹듯 없어졌다. Elliott가 고안한 제설기는 겨울철에 기차의 전면부에 부착되어 캐나나 대륙을 횡단하면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다. Elliott는 제설기에 관한 특허만을 취득하고 제작에는 관여하지 않고 치과의사 본업에만 충실하였다. 어쩌면 Elliot처럼 단순하게 보이는 삶이 가장 최고의 인생이라 생각된다.   

미국 테네시 치과대학을 졸업한 William Morrison(1860~1926)은 1897년에 ‘솜사탕(Cotton Candy) 기계’를 최초로 제작한 발명가다. 솜사탕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 박람회에서 박람회 입장료의 절반에 해당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7만 여개가 팔려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치과의사 모리슨은 치아 건강에 공공의 적인 설탕 덩어리를 발명하여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부를 이루었고 인류에는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은 순수한 즐거움을 선물하였다. 치과의사 Morrison의 모순된 삶이 혹시 나에게도 있는 것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치과임상의 3대 발명품으로 러버댐, 레진과 임플란트를 꼽고 싶다. 여러분들은 어떤 세 가지를 지목하실 건가요? 이러한 것들이 없는 치과 개원가는 상상불가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수복과 보철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한 치아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여 정말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율곡 이이가 주창한 10만 양병설이 받아 들여 준비되었다면 우리는 영화 ‘명량’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해 험난한 역사의 길을 걸었던 조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치과계도 미래를 대비하는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