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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경영철학

Relay Essay 제2110번째

상과대학에서 돈 버는 일을 공부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실상 돈 버는 일을 대학에서 연구해야 하는 학문이 될지 의문스럽다. 돈 버는 일은 일종의 기술이다. 정치도 일종의 기술이듯이, “경제학 개론”에는 “경제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데 반해 정치학은 그렇지 않다. 옛날 예과 시절 정치학개론을 교양과목으로 공부할 때 정치학 개론 교과서에서는 “정치학이 학문이 아니라고” 고백하고 있었다. 군중을 선동하고 여론을 수렴하고 —, 이런 것은 다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치 초단, 정치 9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나보다.돈 버는 일도 9단이 있다. 부자 열전을 보면 그 기라성 같은 이름이 모두 경제학 경영학을 공부했는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그들 모두 상도9단(商道九段)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친구의 엄친, 영남지역 재단법인체 1호를 등록하신 친구의 어른을 치료해 드릴 때, 평생 재물을 다루시면서 얻으신 재테크의 방법을 일러주셨다. 돈을 세지 말고 쳐다보지도 말고 제 할일에 몰두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돈은 눈이 달려서 만지거나 쳐다보면 도망가는 요물이지만 대의명분을 갖고 일에 몰두하는 사람에게는 어느새 모여 들어 온다는 말씀이셨다.

이런 말씀과 철학이 옳다는 내용의 책이 근자에 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상당히 저명하다는 학자라는 몬트리올의 McGill 대학의 석좌교수 Mintzberg는 그의 저서 “Managers Not MBAs”에서 제목 그대로 “경영학자들이 경영자”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책을 내어, 북미의 경제계가 근자 2년여 술렁거리고 있다고 한다. 그 책에도 경영이란 것은 학문이기 이전에 기술이기에 그것을 가르치거나 전수시키기는 것을 대학원에서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때문에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학 석사) 학위 소유자들을 “석사”라고 인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관계 고등교육 기관들은 잘 못 선택된 사람들에게, 잘 못된 것들을, 잘 못된 방법으로, 잘 못된 동기에 의해 가르치고 있기에 MBA들은 대부분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인은 자신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덕목이 중요한 것인데 대부분의 엘리트라고 스스로 믿는 MBA들은 자신을 내세우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경영에 부적격이라는 것이다. 그 실례로 ENRON(회사명)은 2001년 중반까지 미국 최대 천연가스와 전기 공급회사로 급성장했으나 그 구성원이 온통 MBA들로 초만원을 이루자 파산했는데, 이것이 바로 한 회사가 MBA들에 의해 경영 될 때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오 복음 6장33절)

돈벌이 이야기 하다 웬 성경 말씀인가 하겠지만 이 말씀에는 경영인이 갖추어야 할 상도9단 철학이 들어있다. 이 말씀에서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은 기업 경영의 정의로워야 할 경영 방향과 대의명분이며 “곁들여 받게 될 모든 것”은 바로 수익금이다. 보통 경제학, 경영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곁들여 받을” 수익금을 의식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생각한다. 고 정주영 회장이 젊어서 구포다리 공사를 단돈 1원으로 응찰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 프로젝트가 자신이 꼭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로 인하여 “곁들여 받게 될 모든 것”이 줄줄이 딸려 나왔다. 정주영 씨의 기발한 경영 발상은 늘 자신의 신념과 대의명분이 앞섰고, “곁들여 받게 될” 수익금은 뒤 딸아 다녔다.

내 본업인 치과 의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 즉 의사의 본분인 “인술”, “사랑”이라는 대의명분이 늘 앞서야지 “곁들여 받게 될” 치료비만 따지면, 곧 “돈만 아는” 치과로 소문나기 때문에 그런 치과의사는 부지런히 이사를 다니지 않으면 아니 된다.
요즘 치과계에는 경제학도적 입지를 가지고 “치과경영도 경영학”이다 외치면서 치과마케팅에 대한 연수교육을 경영학 전공 연자 선생님을 모시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곤 하는데, -환자는 자신이 만난 치과의사가 돈이 목적인지 의업이 목적인지 귀신처럼 아는 까닭에 그런 연수회 보다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사랑이, 인술이 더 중요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일전 TV 방송 프로그램에 “성공한 창업자 소개”로 신촌 연세대학교 앞의 모 카페가 소개 됐었다. 초창기 10평 남짓 임대 점포의 카페가, 불 일듯 신장된 사업으로, 지금은 전국에 엄청난 숫자의 직영카페로 불어나 “카페 왕”이라 불리는 젊은이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하루 자신의 카페를 찾는 손님이 1만 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경영비결은 “돈을 세어 보지 않는 경영”이라는 것, 창업 이래 늘 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경영 원칙1호로 해왔다는 것이다. - 후일 그 내용을 아는 사람에게 들으니 그간 놀랍게도 연대 상대 출신이 아닌 신학과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그는“마태오 복음 6장 33절”을 자신의 경영 철학으로 삼았을 것이다. 근 30년 전 이야기지만 가톨릭 출판사에서 펴낸 “마태오 복음 6장 33절” 내용을 주제로 쓴 “성공으로 가는 길”(1970년대 출간)이라는 작은 책자를 성당 망년회에서 받은 적이 있다. 그 책 안에 부모의 유산이 아닌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국 최대 재벌과 견줄 수 있는 미국의 한 기업가 이야기가 소개된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 책에서 당연히, 그의 경영 철학이 “마태오 복음 6장 33절” 이었다고 소개 하고 있었다. 그 회사 회장실엔 회장이 늘 공석인데, 그 기업가는 중대한 결정을 한때 늘 공석인 회장 자리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쳐가며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 당장엔 손해인 듯 한 결정이 늘 바른 결정임을 믿고 그는 “마태오 복음 6장33절”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 “돈보다는 대의!” 이것이 진정한 경영학이 아닐까 -.

김평일
김평일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