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봄이 오는 길목에서

Relay Essay 제2200번째

탄핵이다, 촛불 집회다 하며 지난 겨울 인간사는 답답하고 어수선하였지만 앙상한 겨울 가지 사이로 어김없이 봄 소식이 들려 온다.

무성하고 화려했던 나뭇잎들 다 떨어 뜨리고 한 겨울 내내 벌거벗은 몸으로, 비우고 비운 마음으로 모진 바람도 매서운 추위도 수치와 분노도 다 받아 들이고 감당한 모습!

그 다져진 인내로 새 봄 새 생명의 교향악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 나무들 겨울 산들을 본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
자기중심을 버리고 욕심을 비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나의 입장을 비우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않다. 상대의 입장까지 생각이 미치더라도 그렇게 하면 내가 바보가 되고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실천은 더 어렵다. 피를 나눈 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타인 간에야.

참된 부모가 되는 것도 쉽지 않고 참된 선생이 되는 것도 쉽지 않고 참된 남편과 아내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화의 단절 그로 인한 관계의 단절, 아집 속에 웅크리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겨울 나무를 보면, 자연을 보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주어진 자리가 맘에 들든지 안 들든지 심겨진 그 자리를 온전히 받아 들이고 있는 힘껏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견뎌 내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 내는 그 위대함 앞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그런 아름다운 분들이 많이 있음을 깨닫는다.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어렵고 힘들어도 소리 없이 자기의 역할을 다 감당해 내는 수많은 분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이나마 돌아가고 있으리라.

새로 돌아 오는 봄을 맞으며,
나는 나의 자리가 어디인가 이 자리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나의 역할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겠다.
가정과 직장과 각 모임에서 나아가 이 나라의 국민과 세계인으로서 나의 역할!
존경받는 아버지로 남편으로 직장의 리더로 환자의 주치의로…
주어진 자리를 받아들이고 힘들고 어려워도 그 역할들을 잘 감당해 내며 아름답게 열매를 맺어 가고 싶다.

이형모
부산지부 학술이사
아름다운이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