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말
벌써 25년이 흘렀다. 몇 해 동안 몸 담고 있던 학교를 떠날 때 나는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를 인용하여 작별의 말을 대신 했던 것 같다.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삶은 흐름이니 우리도 인생의 어느 구비를 돌보다 문득 마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 잠시 멈춰 서서 시간의 우물에 두레박을 던져 기억을 건져올리다가 반갑게 두 손을 맞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던가? 사람 뿐이던가. 우리가 발설했던 말들도 세상을 떠돌다가 말의 주인에게 귀환하곤 한다. 발화된 말은 누군가의 가슴을 울려 어떤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되기도 한다.아주 오래 전 어수선한 세상 일에 시달릴대로 시달리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안개가 자욱한 길을 앞에 두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내게 존경하는 어른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장기적인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하여 한숨을 내쉴 건 없네. 지금 여기서 자네가 내디뎌야 할 한 걸음만 생각하게. 그렇게 걷다 보면 어둠이 물러가지 않겠나.” 너무도 또렷한 꿈이어서 즉시 일어나 꿈을 기록했다. 그
- 김기석 목사/ 청파교회
- 2015-01-30 13:45